김명범
Horizontal Time 수평의 시간 mixed media, 9x25x9cm 2020
김명범
Horizontal Pentagon mixed media, 100x2x142cm, 2020
김명범
Stonetrap 돌덫 mixed media, 8.5x20x6cm, 2020
수평의 시간(Horizontal time)
1.
2020. 10.27~11.15일 까지 아트스페이스펄 초대 개인전인 ‘수평의 시간’은 김명범 작가의 작품 중의 하나이자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수평의 시간」을 포함해 신작 8점이 전시된다. 김명범작가의 신작은 현재라는 시간, 지금 여기서 우리가 보고 있는 무결점의 순수한 시간, 특수한 오브제를 통해 보는 시간(수평의 시간)과 보이지 않는 시간(수직의 시간)의 교차, 일견 절대적 시‧공간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사유가 담긴 2020년 신작 8점과 구작2점이 전시된다.
이번 아트스페이스 펄 김명범 초대전인 ‘수평의 시간’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과 볼 수 없는 공간에 대한 작가의 시‧지각적 인식의 지점, 이 지점은 일상의 오브제를 보고 감각하는 작가적 사유가 담긴 시간과 공간과의 관계설정이다. 이 지점은 오늘날의 현대 물리학이 시간과 공간을 시‧공간의 연속체라고 하는 단일한 양으로 통합시켰던 지점에 대한 작가적 사유가 담긴 오브제의 결합이다.
‘수평의 시간’展은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물(物) + 사(思)로 시‧공간에 대한 존재 방식을 수평의 시간과 수직의 관계로 보여준다. 일상의 오브제를 통해 시‧지각의 인식을 새롭게 열어가는 이번 전시는 보이는 것(物)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思)을 열어 놓는다. ‘개인의 삶의 현실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점유 혹은 향유하고 사는가?’라는 질문에 이 전시는 보고 감각하는 것, 너무 익숙해서 무감각해진 시‧지각을 활성화시켜 잠재된 감각을 일깨우고 저마다의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미와 해석 방식은 과학과 종교 그리고 철학과 예술 등 시각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가진다. 일상의 사소한 물건과 그 물건이 놓인 공간이나 의미를 보는 예술가의 눈은 관점에 따라 공간적인 깊이를 사유한다. 그리고 그것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리거나 만들고 혹은 장소에 따라 ‘탈-중심화’하거나 스스로 중심이 되어 공간과 시간을 인식하는 그만의 작업을 한다. 예술가의 사유가 가닿는 곳은 확실히 과학자가 인식하는 공간 개념이나 접근방식과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철학적 사유와 긴밀한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는 이런 미학적 사유를 ‘감성적 인식의 학’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 주제인 김명범의 ‘수평의 시간’은 우리의 삶이 점유한 공간에 대한 물질적이거나 인과적인 관계를 오브제를 통해 감성적 인식으로 사유한다. 확실히 평범하거나 특수한 일상의 오브제가 결합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작가의 시‧지각적인 인식의 방식은 무감각에 길들여진 시선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2.
이번전시 주제를 제공한 작품인 「수평의 시간」은 모래시계를 오브제로 제시한 작업이다. 이 모래시계는 수직으로 놓았을 경우 한 시간 동안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는 물질의 양이 아래로 전부 이동했을 때의 시간 측정이 가능한 오브제다. 그런데 작가는 디지털 시계기준으로 30분을 나눈 모래시계를 수평으로 설치해서 전시를 한다. 이때 시간은 멈추고 수평의 시간으로 정지되어 있다. 이 모래시계의 기능을 ‘수평의 시간’으로 제시한 오브제는 더 이상 시간을 측정하는 모래시계가 아닌, 시간이 멈춘(이 모래시계의 경우)수평의 시간으로 설정했다. 이 수평의 시간이 놓인 공간에서의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이러한 질문에 이 글을 통해 답을 대신한다. 물리학에서는 시간의 방향성을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이라 하는데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방향성은 열역학적 시간의 방향성과 같기 때문에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은 다음의 다섯 가지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시간지연) 움직이는 물체는 길이가 짧아진다.(길이수축) 한 사람에게 동시에 일어난 사건은 다른 운동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동시의 상대성) 움직이는 물체는 질량이 무거워진다.(질량증가) 물질과 에너지는 서로 바뀔 수 있다.(물질과 에너지의 동등성) 위와 같은 다섯 결론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고전 역학적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뒤바꾸어 놓았다.(위키백과참조)
물리학이 말하는 상대성이론이 발표된지 100년도 더 지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을 자신의 삶의 무게와 넓이만큼 품고 산다. 멀지 않은 과거의 인류는 지구가 평면이라고 믿었던 시대와 지구가 둥글다고 믿었던 시대 사이도 많은 사람들의 사고의 변화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세상도 그 만큼의 변화가 가능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세상을 변화시킨 것만큼이나 지금 우리는 4차 산업시대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그 출발은 역시 시‧공간의 관계설정에 있다. 우선 ‘공간(空間)’에 대한 국어사전적 의미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이다. 또한 공간(space)은 어떤 물질 또는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다. 공간의 성질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는 것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에게는 항상 중요한 과제이자 토론의 주제가 되었음에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확실히 공간은 과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주제임이 분명하다.
이번 김명범의 전시, ‘수평의 시간’展은 심리적이거나 철학적인 나아가 과학적인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는 다양한 관점에서 시‧공간을 사유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는 2차원과 3차원의 공간에 대한 사유에서 다차원의 공간으로 확장되어 구체적인 오브제를 통한 추상의 공간을 열어가는 문이다. 이 추상공간의 상호관계가 형성되는 상황들, 작가가 제시한 오브제와 감상이 만나는 전시공간에는 물(物)과 사(思)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시간, 바로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김명범의 작품 「수평의 시간」은 구체적인 오브제를 통해 시간을 설정함으로써 시‧공간을 추상하고 있다. 그리고 물체와 물체간의 운동이거나 인간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감각적인 인식은 전시를 보는 동안 다양한 감각작용이 일어난다. 오브제의 형태와 색 그리고 용도가 가진 특징들을 보는 순간 확대 재해석이 이루어지는 관계설정은 무감각한 시각에 작용과 반작용으로 응답한다. 선입견을 관통하는 감각작용으로 잠재된 상상력을 일깨우는 공감각적인 작용이다. 오브제와 오브제가 만나는 것, 물(物)의 존재 방식을 통해 사(思)를 품는 것, 물체와 물체간의 운동을 통해 인간의 사유가 시각적인 활동을 만들어 가는 것, 바로 시각미술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3.
이번 전시에서 오브제를 제시한 「수평의 시간」외에 특별 제작한 작품으로는 「수평의 오각」, 「수평의 원」 이 있다. 이 작품은 가로와 세로의 균형을 위해 사용하는 균형자를 확장한 작품이다. 「수평의 오각」 은 A4 사이즈의 크기를 기점으로 확장된 공간, 가로 세로(100x141cm)의 공간을 점유한 작업이다. 혼합재료에 도색을 한 이 작업은 사각의 모서리 한 부분을 잘라 놓고, 그 부분을 기점으로 수평의 기준점을 정해 놓았다.
이 작업의 포인터는 황금비(1:1.618)를 적용하고 있는 것인데, 황금비는 “임의의 길이를 두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전체와 긴 부분의 비율이 긴 부분과 짧은 부분의 비율과 같은 비율. 보통 그리스 문자 φ(phi)로 표기하며, 이 문자는 ‘피’ 또는 ‘파이(faɪ)’라고 발음한다. 관련된 수학식으로는 정오각형의 한 변의 길이와 대각선의 길이의 비, 피보나치수열(Fibonacci number) 등이 있다.”(나무위키)
김명범의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수평의 오각」 은 공간과 시간의 관계를 A4용지의 잘린 모서리를 기준으로 수직과 수평의 관계를 재설정해 황금비로 만들었다. 사각에서 오각으로 변형된 용지가 확장된 형태인 「수평의 오각」은 수평의 눈금과 넓이라는 공간의 균형을 위해 확장된 공간 속에서 기능과 의미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지점,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넘어 특수한 오브제가 되었다.
가로세로(100x100cm)가 동일한 360도 둥근 원의 형태인 「수평의 원」은 위아래 상하 좌우가 없는 형태다. 기하학에서 사전적인 의미인 원(圓,circle)은 평면 위의 한 점에 이르는 거리가 일정한 평면 위의 점들의 집합으로 정의되는 도형이다. 이러한 점을 원의 중심이라고 하고, 중심과 원 위의 점을 잇는 선분 또는 이들의 공통된 길이를 원의 반지름이라고 한다. 가로세로 일 미터의 원을 만들어 그 중심에 균형자에 들어 있는 눈금을 배치했다. 이번 전시에서 「수평의 오각」 은 지구의 축을 기준으로 수평을 해석한 작품이고 「수평의 원」은 자전과 공전을 상징하는 지구의 형상을 상징하는 것이다.
「stonetrap 돌덫」은 돌이 덫에 걸린 상태로 제시된 오브제다. 돌과 덫은 생소한 관계설정이다. 그러나 덫이나 돌이 가진 상징과 은유로 확장이 될 때, 덫에 걸린 돌은 사람의 수만큼 많은 상상력을 담아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덫에 걸린 돌은 길거리에 나뒹구는 볼품없는 돌이거나 혹은 현자의 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덫은 인간의 지나친 욕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욕망의 양면성 속에 누구나 품고 있는 에고(ego) 역시 자신을 가둔 덫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에 전시되는 「Absolute Verticality Absolute Horizontality 절대수직 절대수평」은 수평자 두 개가 하나는 수직으로 다른 하나는 수평으로 교차(cross)되었다. 이 수직과 수평의 교차 오브제는 한쪽 벽에 설치되어 명상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다른 작품으로는 「Fallen Plumb Bob(추락한 추)」, 「With(저울)」, 「Temperature of Different Directions(다른 방향의 온도계」, 「Untitled(뼈와 나무)」 등이 전시되어 있다.
■ 김옥렬/현대미술연구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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