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흥배
우리도 그들처럼1-1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오흥배
우리도 그들처럼2-1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오흥배
우리도 그들처럼2-2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오흥배
위이잉 위잉~-2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오흥배
위이잉 위잉~-4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오흥배
위험한 과속-우측통행-2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1990년대 이후 새로운 형상주의 조각을 모색하고 실천한 조각가 이원석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 갤러리 그림손에서 개최한다. 그의 조각은 1980년대 비판적 리얼리즘 조각의 ‘형상성’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조각언어를 실험함으로써 ‘신형상주의 조각’으로 평가받는다. 동시대 한국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나 직설적이지 않고, 상징적이나 풍자와 해학을 녹여내는 새로운 형상조각을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자본주의 욕망이 한껏 상승된 ‘개발독주사회’ 한국에 대한 조각적 성찰이 돋보인다. 욕망의 실체를 개와 돼지로 치환한 모습, 그런 개와 돼지의 가면을 쓴 인간들과 질주, 그들의 욕망이 쌓아 올린 바벨탑(하늘 끝까지 쌓아 올리려는 고층건물에 대한 욕망이기에) 등은 21세기 판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을 상상하게 한다. 그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챕터(chapter) 1 :
동서 냉전의 양극화 붕괴 이후 오로지 하나의 절대구조를 위해 달려오고 있는 세상은 점점 더 끈끈한 종속의 구조를 요구 한다. 그 돈독한 질서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자행되었던 무자비한 전쟁과 고도의 전략적 침탈행위는 이제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세계화의 가면을 쓰고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세계화의 키치는 마치 냄비 속에 삶겨지는 개구리처럼 천천히 그리고 계획적으로 치명적인 독소를 머금은 체 우리의 삶 속 깊숙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잘 느끼지 못하게 파고들고 있다. 세계의 영원히 해체되지 않을 종속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절대 권력의 야만적 탐욕은 보다 강력한 결속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유전자로 무장한다.
장면 1 - 우리도 그들처럼 1
커다란 두 개의 핑크빛 살 덩어리리가 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출렁이는 듯한 무거운 덩어리의 돼지와, 날이 날카롭게 선 이빨을 한 개의 묘한 교접이다. 돼지는 게슴츠레하게 실눈을 뜨고 입은 살짝 벌린 체 기름덩어리로 둘러진 주름진 목을 쭉 뻗어서 뭔가에 깊이 집중하는 형태이다. 허리는 한껏 활처럼 휘어져 엉덩이로 가해지는 무게와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감싸 쥔 두 팔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어 손에 잡힌 무언가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 같은 의지를 보여준다. 개의 양 다리를 벌리면서 중심을 잡고 버틴 돼지의 두 다리는 목표를 향하는 강력한 어떤 열망을 보여준다.
귀를 잔뜩 세우고 자신의 모든 신경 세포를 집중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개는 또 어떠한가. 포효하듯 벌린 입에서는 독기서린 하얀 거품을 물고 독을 품은 듯한 날이 선 이빨은 충견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떡 하니 버틴 네 다리는 절대 포식자의 권력의 은혜를 온몸으로 받아 안고자 하는 충견의 의지와 갈망을 보여준다.
삼켜도 삼켜도 끝이 없는 절대 포식자 돼지의 세계를 향한 권력 구조로의 출렁이는 강렬한 의지를 네 발로 떡 버티고 서서 충실한 충견으로써의 세계화를 향한 임무와 의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이종의 야만적인 교배는 어쩌면 세계화의 핑크빛 면모에 드러난 인간들의 욕망의 야만성을 그들은 충실히 모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그들처럼~"
장면 2 - 우리도 그들처럼 2
만찬이 이루어지고 있다. 충분히 배를 채우기 위한 만찬의 장 앞에는 검고 견고한 자세의 충견이 절대자와 그들 새끼들의 만찬을 위해 충실하게 경호를 하고 있다. 배부른 포식자는 드러누운 체 재생산을 위한 샘솟는 젓을 물리고 있다. 하얗게 충만한 절대 권력의 젖줄은 많은 새끼들의 새로운 유전자로의 생산을 위한 영양분이다.
돼지와 개의 형상을 적절히 혼합하여 생산된 새로운 유전자들은 세계화의 드러나지 않는 변이된 야만성의 표상이다. 새끼들의 경쟁적인 젖줄 쟁탈전은 보다 강력한 절대권력 구조로의 정착을 위한 자연스런 교육의 장인 것이다. 새끼들의 몸에는 일곱 빛깔 무지개의 화려한 땡땡이 무늬가 우리의 시각을 현란하게 눈속임하고 있다. 그 빛은 우리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너희들을 위한 희망의 빛깔이요, 세상을 위한 구원의 빛이다”
챕터(chapter) 2 :
변화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화려하고 경이로운 물질문명의 풍경을 제공한다. 자연미를 지배하고 도시의 외형을 이루는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제공하는 구조적 조형성은 단순히 물질적 매력을 넘어 이제 강력한 폭력적 중독성을 발휘한다. 콘크리트화의 내면에 또아리를 튼, 가면을 쓴 개발에 대한 욕망은 권력과 자본의 철저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지배의 질서를 생산한다. 현대성의 중요한 화두인 도시의 유목화는 자본과 권력의 치밀한 지략과 전술의 결과이다.
자연을 파헤쳐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구조물들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에서 인간들은 자연을 느끼고 심적 위안을 받고 그 감동에 경배를 올리기도 한다. 거대한 물질적 구조물을 생산해내는 인간들의 건강한 노동은 오로지 생산을 위한 단지 소비의 단위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점 점 조직화되고 절대화 되어가는 거대 자본과 권력의 합작은 개발의 허울로 포장된 가면을 쓰고 회유와 협박, 기만과 폭력을 통해 새로운 제국 건설로 유인한다.
장면 1 - 위이잉 위잉~
그 옛날, 인간들이 하늘에 닿기 위해 쌓았던 오만의 표상인 바벨탑을 따르기라도 하듯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물거리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다. 구조물의 외형은 너무나 견고하여 어떠한 외부의 충격과 도전에도 거뜬할 듯 보인다. 또한 구조물은 사각으로 잘 짜여 진 구조에 현대적 모던함을 더해 숭배의 대상이 되고 그 자체가 권력이 된다. 구조물의 층과 층 사이에는 위로부터 낙하된 분진과 잔해물들이 어지럽게 쌓여 쓰레기 언덕을 이룬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구조물의 꼭대기에는 또 다른 개발 폭력의 먹잇감을 찾는 포크레인의 기계소음이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자신의 춤사위와 함께 허공에 메아리친다. 하지만 어찌 하리. 고개를 조금만 더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자. 천장에 비춰진 영상은 여기가 하늘을 향해 치 닿는 대지가 아니라 하수구 맨홀구멍을 향해 치 닿는 단지 음흉하고 야만적인 지하세계의 몸부림인 것을...... 오늘도 포크레인의 굉음은 오천년을 흘러 자리한 이 땅의 강바닥을 파헤치고, 핏빛으로 붉게 물든 땅 용산을 파헤치고 있다.
챕터(chapter) 3 :
사회의 보수화는 역사의 퇴보를 의미한다. 공자 가라사데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례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오로지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회는 나와 상관없는 일은 볼려고 하지도 들을려고 하지도 말하려고 하지도 말라고 강요한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그림자처럼 음흉하게 사회를 마비시켜 나간다. 비열한 권력은 자본을 등에 업고 미디어를 장악함으로써 사회를 유지하는 정신적 기둥을 황금빛으로 치장한 유치한 환상으로 탈바꿈 시킨다.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역행의 곡예는 역사의 마귀를 불러온다.
장면 1 - 위험한 과속, 우측 통행
황금 빛 으로 포장된 자본 이데올로기는 점 점 이 사회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이 되고 있다. 오로지 황금빛으로 세상의 가치를 잦대질 하는 전략은 미디어를 장악하고 권력을 장악한 자본의 오래된 숙원 일것이다. 그들은 자신과 상관하지 않은 일에는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고 하신다. 그 옛날 히틀러의 망령을 태운 체 다시 등장한 삼륜오토바이는 위험한 광란의 속도를 즐긴다. 절대 권력과 그의 충실한 충견의 황금가면을 쓰고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만 향하는 질주는 이제 거칠 것이 없다. 오로지 빨강과 파랑만 구분해내는 라이트를 켜고 질주하는 역사의 망령 삼륜오토바이가 오늘도 유치한 황금기둥의 찬사를 받으며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위험하지만 쾌락의 속도감을 즐기고 있다.
- 이원석
198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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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그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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