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기억의 잔재 2020년 mixed media on canvas 116.8×91㎝
김형수
기억하지 못하는 것 2020년 mixed media canvas 162.2×112.1㎝
김형수
사라지는 공간 2020년 mixed media on canvas 162.1×112.1㎝
망각 (忘却)그리고 굴레
작가노트
작품은 나의 모든 것을 거울처럼 투영(投影) 하며, 지나간 시간들은 화석처럼 응고(凝固)되어 화면에서 흔적으로 남겨진다.
그런 작품은 나에게 한편으로 위로가 되고, 시련이 되고, 목적이 된다.
캔버스 앞에 앉은 나는 항상 낯설다.
구상을 하고 작업을 시작하면, 내 속에서 우러나오는 잠재된 의식과
무언(無言)의 언어가 화면에서, 내뱉듯이 표현되곤 한다.
2015년부터 해온 작업은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그린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삶에 있어서 느끼는 근본적인 생각과 갈등, 회의, 소멸에 대한 모티브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함축해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굴레, 틈, 응시, 망각 등 내가 이 세상을 살면서 느끼는 모든 것을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앞으로 소극적인 범위를 벗어나 좀 더 큰 작업으로 전개되면 또 다른 기준이 생길 것이고, 이를 반영하여 단순하게 반복되는 작업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제는 크게 ‘망각’과 ‘굴레’로 볼 수 있는데, 다소 무거운 주제인 것 같다.
망각 (忘却)
삶은 시작부터 끝까지 기억의 조각으로 이어진다. 아련한 기억부터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까지, 사람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아서, 쉽게 잊혀지고 때로는 꾸며지기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도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다.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이 오래된 영화 속에 지나간 장면을 보듯이, 조각조각 흩어지고 모인다.
분절(分節)된 기억들을 퍼즐 맞추듯 다시 재구성하여 작업하고 있는데, 화면 속에서 유영(遊泳)하는 형체들이 무의식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작품의 내용은 순간순간 과거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의 모든 것을 의미하며, 기억의 부표가 띄워지지 않는 그 모든 순간들이 망각의 경계 넘어로 사라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굴레
사람이 살면서 크고 작은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불안한 미래와 보이지 않는 제약, 수명, 장애,등의 굴레가 인간을 옥죈다. 굴레를 소재로 한 작품은 벗어날 수 없거나, 고착화 된 사고에서 이탈하려는 상황을 녹슨 철조망을 형상화해서 표현한 작품들이며, 그 느낌을 화면에 담아, 나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캔버스 위에 지문처럼 묻어나는 형체의 조각을 형상화하여, 수많은 붓질을 반복하면서 완성한다.
작품을 통해 치유(治癒)를 얻고, 나아가야 할 길을 알게 된다면, 굴레라는 주제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내가 작업을 할 때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은 보이는 것과 그 이면(裏面)의 본질적인 것을 찾아서 연구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삶에 있어서 작품을 통해 깊은 성찰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욕심이라면 내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란츠 카프카 (franz kafka) 는 “마지막 일기”에서,
모든 것들은 오고, 가고, 또 온다. 라는 말을 하였다.
염세주의적인 구절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명언이다.
삶의 모든 기억도 언젠가는 영원이 사라진다.
내 마음속에서 조각조각 흩어지는 기억이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작품으로 그 흔적을 담아 보고 싶다.
1962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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