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티브이 웨이브
2020.03.24 ▶ 2021.03.07
2020.03.24 ▶ 2021.03.07
백남준
참여 TV 1963(1998), 회로 조작 CRT TV 모니터 1대, 신호 발생기 1대, 온도 조절기 1대, 앰프 2대, 마이크 2개, 가변 크기
백남준
백남준, 아베 슈야,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1969(1972), CRT TV 모니터 2대, 에나멜 코일 2개, 폐쇄 회로 카메라 2대, 앰프 1대, 신호 발생기 5대, 컨트롤 보드, 168×64×114cm
백남준
데이비드 보위 1996, 인쇄된 캔버스에 아크릴릭, 93.9×119.4cm
백남준
에 사는 토끼 1996, 나무 토끼 조각 1개, CRT TV 모니터 1대,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DVD, DVD 플레이어, 가변크기
백남준
⟨세계와 손잡고⟩ 생방송본 1988, 82분 47초, 단채널 비디오, 컬러, 유성
백남준
2020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 전시 전경
영국의 록밴드 비틀즈가 미국 TV에 첫 출연한 1964년 2월 9일 《에드 설리번 쇼》는 7천3백만 명이 시청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는 당시 미국 인구의 40%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들을 TV 앞에 불러 모은 비틀즈와 방송의 파급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방송을 도화선으로 1960년대 영국 문화가 매스 미디어를 통해 미국에 유입되고, ‘반문화’를 비롯해 사회문화적으로 큰 물결을 일으킨 현상을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고 한다. 번역하면 ‘영국의 침공’이다. 2019년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비틀즈가 공연했던 에드설리번 극장에서 미국 방송에 출연하였고, 이것이 ‘BTS 인베이전’이라 일컬어지며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이다. 이렇게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은 비틀즈나 BTS같은 수많은 시대의 아이콘을 탄생시키며 우리의 일상과 문화를 ‘침공’했다.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는 비디오 아트와 텔레커뮤니케이션이 결합된 ‘백남준의 방송’을 키워드로 하여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백남준이 선보였던 방송과 위성 작업을 중심으로 그의 텔레비전 탐구와 실험을 조명한다. 백남준은 삶과 사회에 다양한 물결을 일으키는 TV를 예술의 매체로 활용하고, TV를 매개로 시청자에 의해 작동될 수 있는 예술을 보여주었다. 백남준은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앉은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예술과 방송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 공연장이나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동시에 같은 경관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은 다수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집합적인 경험, 현장이 아닌 매개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텔레비전 방송이라는 매체의 힘에 주목했다.
백남준은 텔레비전과 방송·위성을 통해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춤과 음악으로 하나되는 세상을 그렸다. 그리고 텔레비전이 ‘점 대 공간의 소통’이며, “비디오는 공간 대 공간, 영역 대 영역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멀리-보게’ 하는 텔레비전으로 물고기 알처럼 점과 공간을 잇고, 더 나아가 개인들이 자신만의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하여 크고 작은 TV 스테이션들이 생겨나 독점적인 방송국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미래를 내다봤다. 《백남준 티브이 웨이브》는 여러 문화권의 벽을 허물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전 지구적 쌍방향 소통과 화합을 꿈꿨던 백남준의 비전에 주파수를 맞춘다.
전화는 점 대 점의 통신 시스템입니다.
라디오, TV는 물고기 알처럼… 점 대 공간의 통신 시스템입니다.
비디오 혁명의 최종 목표는 혼돈이나 방해 없는
공간 대 공간, 또는 영역 대 영역간의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백남준, 「빙엄턴의 편지」, 1972년 1월 8일
점 대 공간 소통의 상징으로 백남준이 비유한 물고기 알은 TV 방송 시스템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시청의 모습에도 비춰 볼 수 있다. 물고기 알은 타인, 다른 사회, 다른 문화권과 ‘나’를 분리시키는, 시청자인 개인을 둘러싼 얇은 막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백남준의 텔레비전을 살펴보며 방송이라는 자극으로 우리가 어떤 피드백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그래서 우리의 얇은 막, 우리의 알을 깨고 혼돈이나 방해 없이 자유롭게 물결치는 소통의 바다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 이 전시는 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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