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이: A Son Older Than His Father
2021.01.14 ▶ 2021.02.13
2021.01.14 ▶ 2021.02.13
이윤이
10월에서 6월 (스틸컷) 2019 F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약 25분
이윤이
10월에서 6월 (스틸컷) 2019 F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약 25분
두산갤러리 뉴욕은 2021년 1월 14일부터 2월 13일까지 이윤이의 개인전 《A Son Older Than His Father》를 개최한다. 이윤이는 2018년 제9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로, 2020년 상반기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뉴욕에 체류했다. 코로나 19로 한 차례 연기된 이번 전시는 이윤이의 뉴욕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이윤이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관계들을 바탕으로 영상, 설치작업을 해왔으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너’와 ‘나’가 정립되는 과정에 주목해왔다. 영상 작품 속에는 주로 작가의 지인, 동료, 파트너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데, 이 친밀함과 낯섦을 토대로 서로의 이야기를 교환하면서 발견하는 서로의 유사점과차이에 집중한다. 이윤이는 시적인 언어, 영상, 퍼포먼스 또는 설치작업 등 매체의 구애를 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개체화 과정’을 한 권의 책 형식에 비유하여 선보인다. 이윤이는 16세기 연금술 책 『현자의 장미원(Rosarium Philosophorum)』에실린 목판화의 이미지와 여기서 드러나는 연금술의 4단계, 흑화, 백화, 황화, 적화 과정을 개체화 과정(자기실현)에 빗대어 해석한 융의 아이디어를 모티브로 가져왔다.1) 전시 제목은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인 〈10월에서 6월〉(2019)의 마지막 부분의 구절, “아버지만큼이나 늙은 한 남자”에서 인용되었다.
갤러리 입구 쪽에 설치된 프린트 작품 〈등 치고 간 내기〉(2019)는 책의 표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가슴 엑스레이 촬영본으로, 상하좌우가 바뀐 양 가슴의 이미지는 접힌 듯 서로를 마주하며 속을 드러내면서 겉을 마주 보고 있다. 겉으로는 위해 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해를 끼친다는 뜻의 속담, ‘등 치고 간 내기’라는 표현에서 가져온 제목처럼, 자기 자신을 격려하면서 동시에 속이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연상시킨다. 또한 타자화된 자신의 신체를 정신과 분리하여 관찰하면서 생겨난 미묘한 긴장감을 보여준다. 히말라야 암염 소금으로 제작된 조각 설치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의12단계〉(2019)에서 나열되는 문구는 마치책의 목차처럼 기능한다. 조각난 빨간 뱀의 이미지와 AA 프로그램의 12단계 문구가 제단을 연상시키는 붉은 소금 스크린에 전개된다. 이 기본 원칙의 요점은“영적 완전함보다는 영적 향상을 추구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자기 성장과 약속, 불완전함을 전제로 하는 이 원칙들은 비단 알코올 중독자만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까지 적용 가능함을 환기한다. 메인 영상인 〈10월에서 6월〉(2019)은 책의 본론에 해당한다. 영상은 중독치료센터에서 생활하는 한 남자의 일상을 관찰하고, 중세 연금술에 대한 융의 분석 심리학에 기반한 상징적 요소들을 보여준다. 융은 개별적인 존재였던 정신분석학자와 환자가 점차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함을 쌓아가고 감정의 전이 과정을 거쳐 환자의 영적 성장을 이루게 됨을 목판화의 이미지를 빌려 역설했는데, 이윤이는 타자적 관점에서 출발해 감정적 전이를 이루는 과정에 주목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삶에 대해 배우는 과정에 있다”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는 ‘너’와 ‘나’가 무의식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담담하게 일깨워준다.
이윤이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의 개념을 시적인 언어, 리듬, 이미지, 소리를 매개로 질문하고 몸과 마음,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타자의 개념이 상반되는 것이아닌 결국 통합된 원형이라는 답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개별적인 존재들의 성장 속에서 유사성을 발견해 나가는 영적인 여정을 은유와 상징으로 이야기한다.
1) 『현자의 장미원(Rosarium Philosophorum)』은 1550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출판된 연금술서로 20개의 목판화 그림이 실려 있다. 융은 1946년에 발표한 저서 『전이의 심리학』 에서 이 목판화의 이미지와 연금술적 단계를 인용하여, 개성화, 정신치료의 과정을 설명하였다.
이윤이(1979년생)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헌터컬리지 미술학부 학사와 복합매체 석사를 졸업하였다. 두산갤러리 서울(2019, 서울, 한국),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2018, 서울, 한국), 인사미술공간(2014, 서울, 한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d/p(2020, 서울, 한국), 원앤제이 갤러리(2019, 서울, 한국),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2016, 서울, 한국), 국제갤러리(2016, 서울, 한국), 인비져블 독 아트센터(2013, 뉴욕, 뉴욕주, 미국), 박스 파퓰라이 갤러리(2012, 필라델피아, 펜실페이나주, 미국) 외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이윤이는 2018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로 2020두산레지던시뉴욕, 2019 캔파운데이션 명륜동 작업실, 2018 인천아트플랫폼, 2015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13 미국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 2012 멕시코 소마 서머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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