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희
Sealed Smile 장지에 채색, 163x130cm, 2008
김지희
Sealed Smile 장지에 채색, 60x72cm, 2009
눈동자, 그리고 두 개의 시선.
박대조, 김지희 기획 초대전
겨울의 문턱 11월,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K에서는 얼굴을 화두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박대조, 김지희 2인전이 개최된다.
박대조, 김지희는 인물에 천착하며 눈동자를 통하여 내적 메시지를 발현시킨다. 박대조는 아이의 눈동자 안에 폭발하는 핵구름, 기관총, 참사현장 등을 표현하며, 순수를 상징하는 아이가 비추는 현실의 충격을 담아낸다. 김지희는 팝아트적인 화면으로 교정기, 양 머리와 억지웃음과 같은 외적 장치를 통해 페르소나, 즉 가면으로 통하는 현대인의 고독을 표현한다. 인물 속 오드의 눈동자는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으로 현실의 혼란과 외로움의 심리를 나타낸다.
특히 두 작가는 전통 재료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분위기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확보하는 점이 이채롭다. 박대조는 어려서부터 문인화를 그려왔고, 김지희는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두 작가는 각각 먹과 전통 채색이라는 매체를 놓지 않으며 노동 과정이 집약된 현대적 화면을 풀어놓는다.
도발적이고 낯선 충격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전하는 두 작가의 화면은 폭력과 전쟁, 지난 이념과 새로운 문물, 그럴듯하게 위장된 거짓이 공존하는 현실의 슬픈 자화상, 그리고 희망을 담아낸다.
치열한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인물을 통해 발현하는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각박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희망과 순수를 반추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전시는 24일 까지.
『수형기(水衡記)』에는 양나라 장승요의 고사가 언급되는데, 장승요가 용 그림에 눈을 그려 완성하자 번개가 치며 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의미하듯 눈은 인간의 오감 중 본질을 표현하는 핵심으로, 마음의 창을 대신한다.
박대조, 김지희는 줄곧 인물에 천착하는 작가로, 이들이 내면에 똬리를 튼 감정을 발화하는 통로가 눈동자인 것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아이의 얼굴을 띈 인물의 눈동자에서 폭발하는 핵구름, 눈물이 가득 고인 odd의 눈동자는 도발적이고 낯선 충격을 전하며 강력한 에너지로 관객을 응시한다. 영아를 연상케 하는 인물과 눈동자를 통한 발현은 두 작가를 관통하는 주된 화두로, 이들은 동양적 매제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분위기의 독특한 조형언어를 확보하는 점이 이채롭다.
박대조는 어려서부터 문인화를 그려왔고, 김지희는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두 작가는 각각 먹과 전통 채색이라는 매체를 놓지 않으며 노동 과정이 집약된 현대적 화면을 풀어놓는다.
박대조 작가는 순수와 폭력이 대치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대상을 처음 발견한양 호기심 어린 눈을 뜬 소녀의 눈동자 안에서, 원자폭탄이 거대한 에너지 방출하는 순간이 포착된다. 천진함, 순수, 아련한 이데아를 상징하는 아이의 얼굴에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핵무기, 기관총, 참사현장의 출현은 가장 순수한 대상이 비추는 현실의 충격을 여지없이 담아낸다. 이미지 자체에서 오는 충격 뿐 아니라 담담하게 침잠하는 '돌'이라는 소재에 음각으로 드러나는 먹은 이러한 대비를 극대화 시키며 보존성이 영원한 재료 속에서 충돌의 순간을 박제한다.
그런가 하면 김지희는 가면으로 통하는 현대인의 모순된 상황을 담아낸다. 안면 근육이 경직된 상태의 인물은 불안할 만큼 환한 웃음을 짓고 있으나 그 눈동자는 마치 우는 듯 눈물이 가득 고여 화면 밖을 응시한다. 밀물처럼 들이닥치는 변화에 자신을 끼워 맞춰야하는 현실의 혼란 속 억지웃음은 구스타브 융의 '성격의 원형'에서 언급하는 페르소나(persona)를 연상케 한다. 가면을 일컫는 의미의 페르소나는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타인의 요구에 맞추어 행동과 표정을 적응시키는 것인데, 문제는 페르소나와 자신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자아는 어느 순간 그 역할 자체가 되어버리며 스스로를 기만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인 틀, 억압의 상징은 교정기, 양 머리와 같은 외부 장치를 통해 확장된다. 이렇듯 억압된 속에서 피어나는 인물의 미소는 팝아트적인 파스텔톤의 화사한 외피에도 불구하고 아련함을 전하며, 눈물이 가득한 짝눈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와 고독을 드러낸다.
치열한 동시대의 문제의식을 인물을 통해 발현하는 두 작가는 이러한 이중성, 즉 두가지 이미지의 충돌과 아이러니에 주목하며 기민하게 현실의 공기를 읽고 화면에 풀어놓고 있었다.
맑고 투명하게 빛나야할 눈동자에 담긴 공포와 고독. 두 작가는 이를 통해 어떠한 의미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의 순수를 갈망하면서도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 사회의 변화와 제도적인 틀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눈물이 고인 짝눈으로 웃음을 지어야 하는 현실은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슬픈 모습이다.
폭력과 전쟁, 지난 이념과 새로운 문물, 그럴듯하게 위장된 거짓이 공존하는 도시는 눈물을 잉태하며 화면 속 인물들은 차라리 입을 닫은 채 눈을 뜬다. 그렇게 아련한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는 영아의 동그란 눈동자는 더 많은 언어를 품은 채 침묵하고 있다. 주홍글씨처럼 선명한 상처를 안은 채.
● The K
1970년 경상남도 사천출생
1984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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