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만
天家 39x98.5cm, 한지에 수묵, 2020
진경산수화를 이어왔으며 우리나라 한국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대탁 한진만 화백의 개인전으로 관람객 여러분들을 초대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앞섭니다.
안평 안견 창작상은 한국미술에 전념해오신 뛰어난 작가분들을 소개하기 위해 사단법인 안평 안견 현창 사업회(회장 김문식 한국화가)에서 제정한 상으로 2019년 심은 전정우 작가의 붓글씨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만청 권기윤 작가의 산수화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올해 2021년에는 대탁 한진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그의 화폭 안에는 마이산, 청량산, 금강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까지 국내외의 수많은 산을 직접 발로 밟은 흔적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여정에는 고산병으로 생사를 넘나들었던 고통스러운 시간 또한 담겨 있습니다.
그의 붓은 머뭇거림 없는 분명한 선을 만들어내며 동시에 공간은 조용하고 안정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현재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의 학장으로서 일을 마치고 춘천에서 고독하고 소박한 삶을 살며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지루하고 답답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따뜻한 봄날 소중한 시간내셔서 비워냄과 채움이 공존하는 작가가 그려낸 산을 접하시기 위해 찾아주시면 더없는 기쁨으로 여기겠습니다.
2021년 봄 갤러리도올 대표 신동은 올림
“예술은 자유와 창의성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따라서 예술의 종류를 구분하여 우열을 가리기보다 작가가 자연을 통하여 터득한 것들을 형식과 정신을 담아 어떻게 표현했느냐를 우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50여 년 동안 한국 수묵산수화의 영역을 확립하기 위하여 국내외의 산들을 산행하며 자연의 심오함을 느껴 왔다.
나는 자신이 자연 자체이길 바라며 강원도 산골에서 말없이 전해오는 자연의 심오한 세계를 무의식적으로 화폭에 담으며 살아가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산하를 대상으로 사생을 하며 작품을 제작하고 사생한 소재들 중 무의식적으로 혼이 담긴 산들이 있는 것을 느꼈다. 이후 영산을 소재로 한 산들 (마이산, 청량산, 금강산)을 화폭에 담은 후 가슴으로 파고드는 히말라야의 천산들을 찾았다. 이후 수묵산수는 천산이라는 화두로 작품에 매진하고 있다.” - 한진만 작가
한진만의 작품에는 붓끝의 섬세한 놀림과 자신만의 점필에 가까운 묵필법으로 농담을 통해 원근을 형상화하는 즉흥적인 힘이 담겨있다.
붓의 탄성을 이용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필치의 강약 조절과 속도 조절에 의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기법으로 더없는 산들이 화폭에 담기지만 그 외향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물적 대상의 고유한 본질과 생명력인 기운을 담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동양의 소위 氣韻生動의 표현이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격동의 선(線)이 마련하는 정적에 있다. 절제의 단순화가 마련하는 작가의 산들은 끝없는 정적과 기운생동 속에 있다. 이 정적은 경건과 숭고함을 수반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아름답다.
그의 수묵산수만의 분위기가 여기서 마련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분위기가 조화 속에서 완결되는 것이다.
마치 그의 50여 년의 창작세계를 집약하듯, 채우면서 비워내는 노련한 절제의 선들이 궁극적으로 마련하는 세계는 조화이다. 이 조화 속에서 자연과 삶 그리고 전체(우주)에 대한 존재와 본질이 함께한다.”
■ 김지윤 교수, 홍익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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