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렬
제주신목_구좌읍_김녕리
이흥렬
제주신목_안덕면_사계리
이흥렬
제주신목_애월읍_곽지리
이흥렬
제주신목_제주시_삼양2동
이흥렬
제주신목_조천읍_북촌리
이흥렬
제주신목_한경면_조수리
이흥렬
제주신목_한림읍_명월리
나무 사진가 이흥렬의 사진전 ‘제주신목_폭낭’이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몰에 있는 ‘리서울 갤러리’ 초대로 5월 4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최근 몇 년 동안 세계를 돌며 네팔 히말라야의 랄리구라스, 이탈리아 뿔리아의 올리브나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를 촬영하여 전시했던 작가가 작년 ‘통영신목’ 촬영에 이어 올해 초 제주도에서 살면서 촬영한 제주도의 폭낭(팽나무) 사진들이다. 촬영하는 나무에 따라, 그리고 지역과 그 지역의 역사적 의미에 따라 나무를 달리 표현해 온 작가의 방식대로 색다른 느낌의 제주 폭낭 사진들이 전시된다.
제주의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제주의 역사적 사건도 촬영에서 고려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예를 들어, 애월읍 봉성리 ‘재리앗’이란 곳에 있는 팽나무는 4.3 이전엔 서당이 있던 평화로운 마을 한가운데서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으나, 4.3 때 주민 소개령이 내려지고 불태워진 후 이제는 허허벌판 중산간 지대에 홀로 서 있는 나무가 되었다. 그 황량한 들판에 서 있는 고목을 보며 작가는 그 나무가 간직하고 있을 ‘나무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작가에게 나무는 단순히 식물이 아니라 역사의 나무, 기억의 나무인 셈이다.
그렇다고 나무의 역사성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 역시 작가 특유의 조명 기법을 사용하여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로 스튜디오 실내에서 사용하던 라이트 페인팅 기법을 야외로 끌어내어 작가의 의도를 더욱 강렬하게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다큐멘터리 사진과 이흥렬의 나무 사진이 극명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만드는 사진이 아닌, 현장에서 발견하고 촬영하는 사진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수용하면서도 한편으로 작가의 의도가 가미된 사진을 만드는데 조명을 시의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수많은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가들의 나무 사진 속에서 제주신목, 나아가 이흥렬의 나무 사진이 가지는 극명한 차별점은 단순히 조명에만 있지 않다. 양재천 둑방길의 나무들을 결국 지켜낸 ‘양재천 둑방길 나무 지키기’ 시민운동, 그리고 그가 꿈꾸고 있는, 자연과 예술이 함께하는 ‘예술의 숲’ 프로젝트를 보며 나무로 대표 되는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과 그 사랑의 깊이를 본다. 그의 사진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의 꿈이 어찌 열매를 맺을지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일 것이다. 마치 오랜 시간 자라 마침내 거목이 되는 나무를 지켜보는 바로 그런 즐거움일 터이다.
■ 리서울 갤러리
작가노트
첫 폭낭(팽나무)은 바람이 심한 동복리의 폭낭이였다.
비록 세찬 바람에 밀려 한쪽으로 자라 편향수가 되었으나 나약하지 않고 오히려 역동적이었다. 마치, 육지로부터 온갖 천대와 수탈을 당한 제주였지만, 이제는 누구나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섬으로 우뚝 솟은 그런 제주의 모습이었다. 그 후로 매년 두세 번씩 제주로 내려와 폭낭을 기록하였다. 육지에 사람들과 애환을 같이 한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면 제주는 폭낭이 있었다.
동네 어귀에 우뚝 솟아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친구가 된 인간 폭낭, 중산간 우물가에 홀로 서서 들짐승들의 지킴이가 된 자연 폭낭, 4.3의 학살을 겹겹이 기록한 역사 폭낭, 마침내 신이 된 신목 폭낭...
촬영을 시작하기 전, 가만히 나무에 기대어 앉으면 마치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 내가 본 나무는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고 그 모습 또한 저마다 경이로웠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슬프게, 언제나 인간에게 따스하게 또는 무겁게, 그리고 신비하게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조명의 색과 방법, 프레임을 결정하였다. 난 다만 그들과 한바탕 즐겁게 놀 뿐이었다.
촬영하다 보니 슬픈 나무를 만드는 것, 행복한 나무를 만드는 것, 아픈 나무를 만드는 것 모두 인간임을 알겠다. 나무는 오직 하나인데 인간에 의해 의미가 덧씌워졌다.
인간에 의해 추앙받고, 인간에 의해 버려졌으나 나무는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하였다.
나무를 버림으로써 버려진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
■ 이흥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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