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헌
붕붕 놀자2 2020, 29x33.5cm, 장지에 아크릴
김태헌
붕붕 개나리 2020, 48x38cm, 장지에 아크릴
김태헌
마당에서 2020, 49.5x37.5cm, 아사천에 아크릴
김태헌
붕붕 울다가도 웃을일이 있지 2020, 44.5x54.5cm, 장지에 아크릴
전시를 보기 위해 화랑을 찾던 젊은 시절 나는 작품만큼이나 액자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가난한 미대생이라 아사천을 씌운 정식 틀은 언감생심이고, 액자도 1년에 한 번 하는 교내 미전 때나 화방에 주문했다. 그러니 금박액자는 그림의 떡이었다. 졸업할 즈음 미술계도 변해 액자없이 그림만 걸어 놓게 되었고, 화려한 액자에 넣는 그림을 시대에 뒤떨어진 작업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금박액자는 이제 먼 이야기가 되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내 방랑벽을 누르자 어느새 엉덩이에 뿌리가 돋고 머리엔 우울이 싹텄다. 그러던 어느 날 금박액자 18개가 생겼다. 이번에도 그 출처가 빠이롯트다. 이번 것은 빠이롯트 초대 회장님이 수집하여 그림을 보관하던 수장고에서 나왔다. 원화그림들은 판교박물관 수장고로 들어갔고, 엽서나 포스터가 들어있던 금박액자 중 일부가 나에게 들어왔다. 양과 액자 크기를 고려해서 딱 18개만 손에 넣었다.
작업스타일을 밀어내며 미술계에 발을 붙이고 살다보니 여러모로 불편함이 있지만, 반복되는 형식에서 벗어나 늘 뭔가 새롭게 즐길 수 있어 좋다. 최근 몇 년간 몸 미술관 관장님이 오래된 가구나 박스 등등을 두 트럭이나 보내 끙끙대며 잘 놀았던 경험이 있던지라, 이번에 가져온 18개의 금박액자는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그런데 웬걸!
작은 금박액자에 넣는 그림마다 너무 어색한 게 아닌가? 여러 형식의 그림을 그려 온 나인지라 인내심을 갖고 이 그림 저 그림 그려서 넣어봤지만, 촌놈에게 명품샵에 있는 옷을 입혀 놓은 것 마냥 금박액자의 기세에 눌렸다. 결국 익숙하지 않은 내 눈 때문이려니 하며 금박액자를 그림에 입혀놓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때 가서도 아님 말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나를 생기있게 한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때쯤 17개의 그림이 마침내 금박액자 안에 자릴 잡았다. 낯설기만 하던 액자가 눈에 익은 것이다. 그 사이 말벌에 얼굴을 쏘여 기절까지 했다. 이제 액자 1개만 남았다. 그러던 어느날 작업실에 오신 분이 필요하다기에 얼른 내 드렸다.
■ 김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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