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Vertical Time
2021.06.29 ▶ 2021.07.18
2021.06.29 ▶ 2021.07.18
박종규
Vertical time 2021, Acrylic on canvas, 130.3 x 97cm, (60호)
박종규
Vertical time 2021, Acrylic on canvas, 162.2 x 130.3cm, (100호)
박종규
Vertical time 2021, Acrylic on canvas, 130.3 x 97cm, (60호)
박종규
Vertical time 2021, Acrylic on canvas, 227.3 x 181.8cm, (150호)
박종규
Vertical time 2021, Aluminium, 180 x 340 x 340cm, Edition 3 of 2
가나아트 한남은 디지털 매체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시각화시키는 박종규(b. 1966-)의 개인전, 《Vertical Time》을 개최한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박종규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파리 국립 미술학교에서 수학했다. 그는 2017년 홍콩 아트바젤과 2018년 뉴욕 아모리쇼 등 국제적인 아트페어에 초대받아 개인전을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2017년 영은미술관, 2019년 대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내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컴퓨터의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디지털 체계를 분석하고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오류, 즉 노이즈(Noise)를 시각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노이즈는 청각적으로는 잡음을 의미하고, 전자 통신적으로는 불필요한 신호를 말한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에서 발견한 ‘노이즈’를 주제로, 필요와 불필요, 주류와 비주류 등의 기준을 가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보편적인 개념의 해체를 시도한다. 가나아트는 본 개인전을 통해 박종규의 노이즈를 주제로 한 신작을 집중적으로 선보여,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대주제를 조명하고자 한다.
박종규가 활동하던 1970년대 대구 미술 화단에서는 일본 모노하(Monoha)와의 교류를 통해 ‘물(物)’을 중심으로 한 미술의 방법론이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구상성이 배제된 한국 추상화 경향인 단색화가 중심을 이루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박종규는 일본의 모노하, 한국의 단색화의 개념을 흡수했고, 이에 해외 유학을 통해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다양한 표현 방법론에 눈을 뜨게 된다. 작가는 절제된 형태의 미학, 물성 탐구,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작품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는데, 평면에서 더 나아가, 설치작업, 퍼포먼스, 영상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갔다. 박종규는 쓸모가 없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버려지는 것을 ‘노이즈’에 대입시켰고, 인간에 의해 선택되거나 배제되는 것들에 미술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작업으로 풀어냈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큰 흥미를 가졌던 박종규는 사진을 초기 작업의 주요한 매체로 활용했으며 이는 컴퓨터를 이용한 폭넓은 실험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이미지의 노이즈는 모자이크 같은 점(Dot) 형태의 픽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확대하거나 변형하여 선(Line) 또는 비선형적(Nonlinear) 형태로 코드화하여 회화, 조각, 영상, 설치작업 등의 시각적 매체로 변주했다. 그는 위의 과정으로 추출된 노이즈 이미지를 일차적으로 시트지 위에 새겨 기계로 출력한다. 그는 출력한 시트지를 캔버스 위에 부착한 후, 점이나 선 모양의 노이즈는 시트지에서 제거하고 그 위에 아크릴(Acrylic)이나 제소(Gesso), 바니쉬(Varnish) 등을 칠한다. 남은 시트지를 제거하는 후반부 작업을 통해 캔버스에는 노이즈 이미지만이 남게 된다. 이것으로 작가는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는 노이즈를 시각적으로 부각해 이에 미술적 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작가는 연도별로 시리즈를 구분하고 해당 연작들이 연결되도록 한다. 2015년의 《Encoding (암호)》 연작은 작가가 모색한 노이즈를 암호화해서 표현한 결과물이라면, 2016년의 《Maze of onlookers (미궁)》과 2017년과 2018년의 《Embodiment (구현)》 시리즈는 사이버상에 버려진 오류와 노이즈들을 모아 암호화한 픽셀의 이미지를 2차원의 평면 회화에서 3차원, 더 나아가 4차원 공간으로 확장하는 과정에 해당한다. 덧붙이자면, 《Embodiment (구현)》 연작은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설치작품을 통해 4차원의 가상현실을 구현하여 실재(實在) 하는 것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보이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와 같은 연작의 연속성을 통해 그는 노이즈라는 하나의 개념을 다채로운 형태로 변형시킨다.
이후, 2019년 《~Kreuzen(순항)》 연작과 이번 신작 시리즈인 《Vertical Time(수직적 시간)》의 연결성이 두드러지는데, 공통적으로 전작과는 노이즈 형태에 있어서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과 명칭에 부여하는 의의가 달라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이전의 연작에서 작가는 점과 선을 통한 제한적인 방식으로 노이즈를 표현했던 반면 근래의 신작에서는 작품의 규칙적인 패턴을 해체하여 추상성을 더했다. 이는 패턴화 되어있던 점과 선의 형태를 흩트려 예측할 수 없는 우연한 형상을 재해석해 작품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즉, 박종규는 다시 한번 형식을 깨고 새로움을 도모하여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이전 회화 작품에서는 색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무채색으로 통제했지만 이 연작에서는 색 활용 범위를 확대하여 강렬한 빨간색이나 파란색 등의 원색을 사용한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가 연작명에 시기별로 변화를 주는 이유는 스스로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방향에 있어 신선함을 부여하기 위함이며, 관객들도 그 의미에 따라 연작을 다르게 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전 연작명은 노이즈의 활용 방법론을 그대로 드러냈던 전작과는 달리, 두 연작에 있어서는 작가 내면의 심경을 내포한 주제를 부여했다. 《~Kreuzen》의 명칭은 독일어로 ‘순항하다’라는 의미로, 작품 활동이 순조롭게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제목명을 《Vertical Time》으로 명명하여 시간의 개념에 집중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수직적 시간이라는 뜻의 “Vertical Time”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b. 1884-1962)의 『순간의 미학』의 ‘수직적 시간’의 개념을 인용한 것이다.
바슐라르는 시간을 순간이라 표현하였으며, '시간은 본질적으로 비연속적'이라 말하였다. 그의 시간 개념은 수평적 시간과 수직적 시간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수평적 시간’이라 하고, 그에 반해 ‘수직적 시간’은 예술적 시간이라 하였다. 이는 보편적인 삶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과 상상력을 받아들인, 풍부한 삶을 향유하는 시간을 말한다. 이와 같은 개념을 박종규의 작업에 대입하자면 작가는 노이즈 개념을 반전시키는 독특한 시각을 통해 창의성이 발현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는 예술적 시간, 즉 수직적 시간을 향유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러한 수직적 시간의 소산물인 작품들이 소개된다. 노이즈 이미지를 쌓아 올려 표현한 회화 작품과 이를 4차원 공간에 구현한 영상, 노이즈의 선(line)을 뽑아내어 만든 형상의 알루미늄 조각 등의 신작이 가나아트 나인원을 창의성이 발현되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번 전시가 관람자들의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되는 예술적 시간(Vertical time)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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