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연대: 분출하는 상처 Wounds Erupt
2021.09.01 ▶ 2021.09.17
2021.09.01 ▶ 2021.09.17
전시 포스터
2021년 2월 1일 미얀마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부정선거 무효화, 총선 재실시'를 명분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미얀마의 역대 세 번째 군부 쿠데타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맞서 미얀마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무장하며, 5개월째 민주화 쟁취를 위해 시민 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을 이어나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미얀마의 현장은 피로 물들어있고, 시민들의 인권은 처절히 짓밟혀 있었다.
군경의 반인륜적인 폭력으로 인해 시위 현장에는 사상자가 속출했고, 그 참상은 씻을 수 없는 상흔으로 남고 있다. 군부은 가히 '악마'와 같은 행태를 부리며, 인간과 역사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를 서슴없이 자행한다. 그들은 시신을 훼손할 뿐더러 고문당한 이들의 사진을 공개해 공포와 위압감을 조장하길 꾀한다. 이들의 악랄함은 미얀마 시민들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을 지배하고 짓누르려 하는 획책에 있다.
시민들의 연이은 죽음은 미얀마 시민들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깊은 상처를 안겼다. 미얀마 시민들이 느낀 극심한 분노와 심정적 동조는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다가도, 차단된 돌파구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과 그 자극을 망각하는 선택으로 흘러간다. 그렇게 민주주의를 향한 미얀마 시민들의 갈망과 함성은 군부의 총성 속에서 무참히 산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미얀마의 시민들은 먼저 떠난 이의 염원을 이어받으며, 개인의 안전과 생명 대신 민주주의의 깃발을 들고 계속해서 봄의 혁명을 외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는 또 다른 저항의 무기가 있다. 바로 예술이다. 6월 중순 미얀마 갤러리에서 아주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얀마 현지 갤러리 소속 작가들이 미얀마의 현 상황을 담은 작품들의 이미지를 보낼 테니, 투쟁기금 마련에 활용해 줄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미얀마의 예술가들이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에는, 민주화 운동의 최전선에 서있는 시민들이 물리적으로나 내면적으로 겪고 있는 격렬한 고통을 정면으로 직면하고, 대결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미얀마의 현재는 한국 현대사의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의 기억을 소환시킨다. 한국의 현대사에도 이념의 대립, 학대와 학살의 상처가 도저하게 잔존해있다. 쿠데타라는 독재의 공포와 상처가 미얀마에서 다시 화산처럼 터져버렸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미얀마 시민들의 움직임은 우리의 역사처럼 새로운 역사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번 『무명 연대-분출하는 상처』展은 시공을 넘어 민주주의를 향한 자유와 인권을 부르짖는 미얀마 시민들의 외침을 예술적 연대로 응답하고자한다. 도움을 원하는 '드러나지 않는 주체(이름 없는 작가)'의 작품을 '드러내지 않는 주체(후원자)'들의 작품 구매와 후원의 연대를 통해, 미얀마 시민의 피를 멈추게 하고 민주주의가 승리하도록 기여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는 미얀마의 시민들과 연결된 '예술연대행동'이자, '국제시민연대'로서, 민주화를 염원하는 주체들이 서로 드러내지 않고 도움의 행위를 지속할 수 있는 자리이다. 미얀마에서 보내온 SOS에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가 함께 생명이 움트는 봄날을 기약하면서, 그곳까지 우리의 지지와 위로가 무사히 닿기를 바란다. ■ 임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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