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중
Layers. No.10 2021, oil, colored pencil on canvas, 90.9 x 72.7 cm
챕터투는 8월 5일부터 9월 18일까지 연남동 전시 공간에서 허우중(Hoh Woo Jung)의개인전, 《스코어 오버 스코어(Score over Score)》를개최한다. 선과 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합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절제된 변주를 선보여온 작가가, 지난 2019년 챕터투 레지던시 입주와 연계하여 기획된 전시를 통해그 간의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한국에 정착한 이후순수 추상의 구현에 매진해온 허우중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프랑스에 체류하던 시기의 작품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흑백 구상의 초기 작품은 전사된 듯한 의태어와 시공간이 불분명한 배경에 모호한 행동에 몰입하고 있는 인물들이구획되어 있는 구상 회화이다. 흑백의 컬러가 상호 대립하는 화면은 원근의 강조와 소멸이 공존하는 효과로 인해 속도감과 긴장감이 강조된다. 이는 배경을 단순히 부차적인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메인 이미지들과 대립하는 형태로 전개시키며, 인물은 무언가 궁지에 몰리거나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으로 묘사된다. 물리 법칙이 뒤틀린 듯한 공간과 그 안에서의 기거하는 인물들의 불안정함과 긴박, 균형과 불균형의 기묘한 동거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작가가 현대인이 상시적으로 직면하는 불안, 공허, 막막함 등을 회화의 형태로 전달하는 기제로 활용되었다.
인물들 및 그 심리와등가 관계인 다양한 형태의 도형 또는 시소 등이 등장하던 과도기를 거쳐 사물의 형태가 사라지고 단색의 화면에 오직 선, 곡선만 존재하는 미니멀한 구도는 이번 전시를 포함 근작의 토대를 이루는 구성이다. 선과 곡선, 그리고 기하학적 도형이 만들어내는 캔버스는 의도적인 이미지 간 간격과 형태의 대소에 의해 운동성이 부여되는데, 이는 자유로이 부유하며 필요에 따라 연횡하는군소 집합의 움직임과 수런거림으로 표출된다. 서두에 언급한 실존의 존재론적 불완전함이 구상의 전유물만은 아니라는 작가의 실증적 결론은 비평적 관점에서 시기의 구분을 초월하여 허우중이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색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이 우선적으로 눈에 띈다. 기존 작품에서 보이던 밝은 무채색이중첩된 화면에 직교가 지배하는 선과 도형의 정돈된 형태에서, 파스텔톤 바탕에 보다 자유분방한 배열의 긴 색 선들이 화면을 다중 분할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흰 배경에 검은 선과 도형이 각도와 방향성의 콤포지션으로만 무브먼트를 만들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주창처럼 "발색의 환영"을 끌어냈다면, 신작에서의 색 선의 등장은 화면에 온도감을 부여하고 원근의 착시를 불러오며, 선에 집중되던 시선에서 분할된 면과 덩어리의 고저와 두께를 인지하게 이끈다."선이 그어지는 행위로 탄생하는 면"이라는 종속 관계는 이내 모호해지고, 색의 존재는 분할된 면 간의 계층 구조(hierarchy)를 조장한다.
1987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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