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락: Homage to 박동준 2021
2021.09.13 ▶ 2021.10.09
2021.09.13 ▶ 2021.10.09
전시 포스터
임현락
백(白)으로 날다 동영상캡쳐, 천에 수묵, 가변설치, 2021
기획의도
박동준 선생이 작고한 지 2년 가까이 지났지만 ‘P&B Art Centre’ 건물 곳곳에서는 아직도 그녀의 숨결이 느껴진다. 사옥 3층의 갤러리분도는 새롭게 단장하고 다양한 전시를 올린다. 매년 ‘박동준상’(격년제로 패션과 미술 부문) 수상 작가를 선정해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고, 그룹전 ‘Cacophony’를 통해 화단에 갓 발을 디디는 신진작가들을 프로모션하며, 지역 중진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는 전시 등도 기획한다. 아울러 갤러리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대하는
독창적인 수묵의 변용으로 중앙화단에서 주목받던 임현락이 2005년 경북대 한국화과 교수로 부임해서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화가로서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곳이 갤러리분도였다. 그는 2006년 봄, 수묵화의 전통을 실험적‧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가들로 구성된 그룹전시 <자연의 숨결, 생명을 노래함>에 참여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2007년과 2015년에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2007년 개인전은 전시 기간 중 사흘간 건물 지하 떼아트르분도에서 열렸던 미술-무용-음악이 합류하는 스펙터클 <바람이 일다>와 연계된 특별한 전시였다. 임현락은 반투명 하늘거리는 천에 먹으로 나무 둥지를 긋는 행위를 통해 일획의 기개와 진수를 보여주는 ‘나무들 서다’를 여러 점 전시장에 마치 나무를 심듯이 천장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게 빽빽이 설치했다. 크로스오버 스펙터클 <바람이 일다>는 무용수들과 관람객들이 2층 전시장에서 임현락의 설치작품과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에서 시작해 다 함께 계단을 내려와 지하 소극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당시 박동준 선생은 이 스펙터클을 위해 열정적으로 기업 후원처도 주선했을 뿐만 아니라 무용수들의 의상도 협찬했다.
예술과 예술가를 사랑했던 고 박동준 선생의 뜻을 따라 갤러리분도와 ‘박동준 기념사업회’는 앞으로도 변화를 추구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와 신진작가를 프로모션하는 전시를 이어나갈 것이다.
전시구성
임현락은 대지로부터 생명력의 원천을 끌어올려 우주로 향하는 나무를 통해 생명을 찬미했던 ‘나무들 서다’ 연작, 찰나와 영원의 접점을 추구했던 ‘1초 수묵’ 연작을 거쳐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20년 이상의 화업에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2000년, 그가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평창에서 요양하던 겨울에 탄생했던 ‘나무들 서다’ 연작에서는 칼바람을 이겨내는 나무 둥지를 통해 치열한 창조 에너지를 표상했다. 2018년과 2019년 연이어 또다시 암수술을 받고 회복한 임현락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대신 삶을 보다 달관하고 관조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이는 고 박동준 선생과 마찬가지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임현락에게 더욱 확고한 믿음이 다져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삶의 태도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것을 들어내고 본질만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나무들 서다’, ‘1초 수묵’에서의 팽팽히 날이 선 긴장감 대신 유유자적이 자리 잡았다. 전시장의 한 벽은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목탄으로 드로잉한 것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수묵의 유희가 펼쳐진 한지 작업들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무서운 병마를 묵묵히 견뎌낸 작가의 평화로운 비전이 펼쳐지게 된다.
비록 박동준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을 더 중시했고,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애썼던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관람객들에게 전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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