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연 개인전 "동상이몽 - 함께 하는 꿈"
2021.10.20 ▶ 2021.10.26
2021.10.20 ▶ 2021.10.26
권승연
Bid farewell oil on canvas. 130.3x162.2cm(1). 2008
권승연
same bed, different dream oil on canvas. 162.2x130.3cm. 2021
권승연
same bed, different dream oil on canvas. 97x130.3cm. 2008
권승연
Bid farewell oil on canvas. 130.3x162.2cm(2). 2008
연못의 쇠잔한 연 잎들을 주제로 그려나간 권승연 작가의 연작들은 생명력이 다해 가는 연 잎이다. 모든 연 잎은 연못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더불어서 늙어가는 존재들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견뎌내는 연 잎들을 통해서 작가는 그 안에 녹아있는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그려낸다. 또한, 연 잎이 꽃으로 가장 화려하게 피어났던 아름다움과 성공의 시기를 그려내는 것이 아닌, 활기를 잃고 시들어갔던 시기를 표현한다. 작가는 연 잎의 화려함보다 사그라드는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연 잎이 간직한 삶과 지나온 시간을 보여줄 뿐이다.
고택 선교장 활래정 연못에서 쇠잔한 연 잎과의 첫 만남이 작업의 원천이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은 연 잎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가는 시들어 우그러지고 쭈글거리는 연 잎이지만 그만의 애정 어린 시선을 거쳐서, 겉모습에 가리어진 본질을 마주한다. 그렇게 그는 모든 존재의 근원인 연을 발견하고, 곧 그것이 잉태한 내적인 삶과 외적인 삶을 담담히 작품 속에 담아낸다. 동시에, 다채로운 색과 단조로운 색의 대비를 통해, 동상(同相)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이몽(異夢)이라는 서로 다른 꿈과 생각, 희망을 표현한다.
뜨거움을 넘어선 무더위의 한 가운데를 지긋하게 지나고 있는 지금. 싱싱하고 푸른 연 잎은 쉬이 마주할 수 있겠지만, 메마른 연 잎을 보기란 쉽지 않다. 혹여나 우연히 라도 마른 연 잎을 찾아낸다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연 잎의 생명력과 꿈을 고민하고 공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바스러지는 연 잎이라 할지라도 추위에 떨고 두려워했던 시간을 견뎠고, 생명력이 충만한 시절에 환하게 꽃을 피웠으며, 기쁨의 씨앗을 잉태한 시기를 지나왔다는 것이다.
“ 내가 연못에 갈 때쯤이면 한여름 온몸으로 태양을 받으며 생명력으로 충만한 정열과 늠름함을 뽐내던 연 잎의 자태를 잃어버린 지 오래전이다.
(……)
쇠잔한 연 잎의 볼 품 없는 모습이 사그라질지언정
그들의 꿈과 희망은 연못의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채 내게 자기들의 꿈을 이야기한다.
한동안 나는 그들의 못다한 꿈 이야기와 함게 고택의 자그마한 연못과 습지의 연못을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권승연
‘동상이몽’은 이러한 제각기 꽃이 피고 졌던, 잎이 무성하고 메말랐던 시간과 형상이 곧 오늘 우리임을 역설한다. 작가는 한 공간 안에 모여 있는 개인의 소중한 삶과 생명, 꿈과 희망이 말하는 것을 듣고 그린다. 또한, 작가 자신의 인생과 이야기도 말한다. 짐작건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라져가는 시간에도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도 살아내야 하는 우리에게 놓여진 이 연 잎 앞에서, 이 화려한 색을 간직한 쇠잔해진 연 잎 앞에서, 연이 겪은 지난한 시간을 바라보고, 그 마주함을 넘어서 함께 꿈꾸고 희망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 글 : 강원국제예술제 조동준
1957년 강릉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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