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안승각·안영일의 예술과 삶: 거장의 귀환

2021.10.06 ▶ 2021.10.31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67 (수동, 충청북도지사관사)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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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포스터

  • Press Release

    충북문화관은 2020년에 충북미술교육자 1) 들을 살펴본 전시‘나의 인생 나의 그림 – 미술실은 사랑을 싣고’를 진행하였다. 충북미술교육자들에 대한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관이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미술교육계에서는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충북미술교육자들에 대한 연구나 조명 작업이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만큼 충북미술교육의 발자취를 확인하는 의미 있는 전시였다. 이번 전시는 작년 전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충북미술교육의 초석을 다지고 미술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친 안승각과 일찍이 미술에 천재성을 발휘하며 도미(渡美)하여 작업 영역을 세계적으로 확장시킨 그의 아들 안영일 작가를 초대하는‘거장의 귀환’ 2) 展이다.

    한국을 떠난 지 40~50년이 지난 삶의 궤적과 예술 흔적을 찾아 행적의 공백을 메운다는 것은 한계가 있는 작업이다. 제한된 정보와 자료 속에서 안승각에 대한 자료를 조사할때 늘 그와 함께 회자됐던 아들 안영일은 그의 화력(畵歷)에 비해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적었고, 오히려 미국 사회에서 예술적 가치가 빛난 작가였다. 1957년 일찍이 미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1966년 도미(渡美) 후, 2002~2005년까지 미국정부의 미술대사로 임명된 유일한 한인 작가이기도 하다. 안영일의 자서전『오늘도 그림이 내게로 온다』를 접하며 우리 지역 연고로 이렇게 뛰어난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고무되었고 어떻게 전시로 실행에 옮길지 고민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충북미술교육자들 전시로 시작된 연결고리는 안승각이 1974년 청주교대를 퇴임하고 1979년 아들 안영일이 있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 1995년 작고할 때까지 두 父子는 고향 청주에 대한 애잔한 그리움을 담고 살았다는 전언 3) 을 듣고 꼭 한 번 초대 전시를 해야겠다는 일이 예상보다 일찍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고향 청주 방문에 대한 안영일의 작은 소망은 이 땅을 다시 밟아 보기 전에 지난 겨울 갑작스런 부고로 좌절되었고 전시를 준비하는 기획자로서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가 이루어지도록 기꺼이 협조해 주신 유가족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안영일의 자서전을 통해 해방과 더불어 혼란한 시대에 열악했던 충북미술 현장과 더 나아가 그와 시대를 함께했던 한국현대미술의 시대상까지도 엿볼 수 있어 한 개인의 역사가 시대의 역사를 품고 있는 듯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의 안승각 작품 소장가의 협조와 먼 타국에서 유가족이 정성스럽게 모아 주신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연대순이나 삶의 궤적을 따라가기 보다는 Water 시리즈, 캘리포니아 및 음악 시리즈 등 29점의 귀중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우리 지역에서 두 분의 예술론에 대해 간과한 부분을 새롭게 조명해보며 후일 안영일의 작품을 제대로 재조명하는 일에 단초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안영일 작가 유족과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며 아낌없이 자문을 해주신 정해열 세솜 갤러리 대표와 누구보다 안영일 작가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평론을 맡아주신 윤진섭 선생님께 깊은 감사인사를 드리며 평론을 통해 더 깊이 두 분의 작품세계로 들어가고자 한다.



    <화가 안승각의 예술과 삶>

    안승각은 해방 이후 충북미술이 태동하며 초석을 다지는 시기부터 1974년 청주교육대에서 퇴직할 때까지 충북미술교육의 산증인으로 자주 언급되며 미술의 불모지에 미술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고 미술교육 현장에서 후학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대표적 미술교육자이다.

    안승각(1908~1995)은 한국에서 서양미술을 처음 접한 1세대 구상화가로서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나 해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남천보통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제대로 된 미술을 공부하고자 1934년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태평양미술학교에 입학했다. 1938년 미술학교 3학년 때 화가의 등용문이었던 제17회(1938년) 선전(鮮展)에 첫 출품하여 입선 4) 한 후 제18회(1939년), 19회(1940년)와 21회(1942년) 등 4차에 걸쳐 선전에 입선했으며 일본 제일미술협회전에서 작품‘꽃’으로 특선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충북과의 인연은 1943년 초 청주상업학교 메구로 교장으로부터 한국인 미술교사를 추천해달라는 의뢰가 동경태평양미술학교에 와서 학교의 권유로 제2의 고향이 된 청주상업학교 미술선생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1943년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안영일과 생후 3개월 된 딸을 데리고 온가족이 귀국했다.

    안승각은 당시 청주상업학교에 재직하고 있으면서 청주사범학교의 미술반 학생 등을 지도하고 있었는데 해방이 된 1945년에 청주사범학교 이시하다 미술선생이 일본으로 돌아가자 청주사범학교로 옮기게 되었다. 안승각은 교육자로서 청주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키웠는데 화단에서 쟁쟁한 화가로 이름을 날린 정창섭(청주사범학교), 윤형근(청주상업학교), 박노수(청주상업학교) 등이 모두 그의 제자들이다. 1962년 청주사범학교가 교육대학으로 개편이 된 후 정교수로 자리 잡으며 대학 미술교육에 전념하는 한편 미술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 1962년 충북미술협회를 창립 10여 년간 충북미협 회장을 맡았고 그 이후 예총 충북지부장을 맡아 충북예술을 위해 열심히 헌신했다. 5)

    안승각은 혼란했던 한 세기를 관통하며 교육자로서 전념하면서도 작가로서 재불여근(才不如勤)을 실천하며 10여 차례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작품 경향은 크게 일본 동경생활에서 서구 근대미술을 접한 다양한 화풍으로 초창기에는 구상 작업을 하다가 또 몇 년간은 비구상 작품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말년에는 다시 구상적 경향을 이어가며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풍경 등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1970년대 우리 지역 대학에 미술교육과가 생기기 전까지 충북미술의 저변 확대에 중요한 역할과 영향을 끼친 업적은 다시 한 번 그에게 주목하는 이유이다.


    <화가 안영일의 예술과 삶>

    안영일(1934~2020)은 개성에서 태어나 바로 일본으로 그림 공부하러 가는 아버지 안승각을 따라 10여 년을 일본에서 자랐다. 타고난 감수성이 남달랐던 안영일의 재능이 일찌감치 발현되었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일본인 교사 구로다 사이는 한국으로 귀국을 만류할 정도였다. 6) 1943년 청주상업학교로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 가족 모두 귀국길에 올랐고 청주에 정착 후 안영일은 청주사범부속초등학교를 거쳐 청주사범중·고등학교에서 공부했다. 당시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소문나 있어서 안영일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유일하게 초등학생으로 당시 청주사범학교 미술실에서 그림을 그렸고 같이 그림을 배웠던 선배들이 정창섭, 윤형근 등이 있었다고 한다.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때 제2회 국전에서 특선 7) 을 받았으나 고등학생 신분이 드러나 입선으로 다시 내려졌다는 일화가 있다.

    학창시절부터 미술만큼 음악 8) 에 대한 남다른 재기(才氣)와 관심은 앞으로 그의 작품세계에 영감을 주는 중요한 소재로 성인이 되어서도 애정과 혼을 담아 연습을 하던 안영일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안영일은 서울대학 입학 후 이미 뛰어난 회화 실력으로 대학 4년 동안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졸업 후 이화여고와 서울 사대부고 미술선생으로 재직하다가 작품 활동만으로 생활할 수 있겠다는 결정으로 사표를 내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66년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5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을 정도로 작품 활동과 판매가 활발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후 작가로서 행복한 시절을 보내다가 1970년 그의 화업(畵業)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사건 - 전속 작가로서 갤러리와 지인 콜렉터의 소송 - 에 휘말리며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작가로서 가장 절망적이고 힘든 생활을 견디며 모든 것을 잊고자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바다에 나간 10여 년의 바다낚시 도피에서 안영일은 평생 찾아 헤매던 영원한 예술적 재산을 얻게 되었다. 캔버스는 바다 위에 산산이 부서지는 귀중한 빛과 색들의 향연으로 채워지며 안영일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통로가 열리게 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침묵의 무한 공간에서 명상과 대화로 보낸 수많은 시간들이 안영일의 새로운 작품의 소통과 해방의 점들로 캔버스에 겹겹이 점철돼 나타났다. 이후 Water 시리즈 작품으로 환원돼 새로운‘거장의 귀환’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017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미술관) 전시는 안영일을 세계 현대미술 최고 정상의 작가로 인정받은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세계미술의 흐름 속에서 한국적 고유한 정신성을 강조한‘단색화’작풍과는 별개로 평생의 시간과 감정과 영혼이 응축돼 녹아있는‘Water’시리즈를 그저 가슴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9) 깊게 전하고 있다.

    안승각의 영향 아래 충북을 연고로 하는 기라성 같은 제자들이 탄생했지만 그의 영향력을 벗어났던 단 한 사람 아들 안영일을 묶는 이번 전시는 이 두 부자(父子)의 치열했던 ‘예술과 삶’에 대한 따뜻한 잔상과 예술혼을 드러내고자 한다. 아버지의 구상 기법을 뛰어넘어 보다 더 새로운 본인만의 예술 세계를 창조하고 싶었던 아들 안영일의 열망과 재능에 결국 안승각은 모른체 하며 묵묵히 후원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선택한 화가의 삶은 단지 선택이 아닌 그들 앞에 놓인 운명처럼 유일한 길이었음을 각자 가슴 깊게 새겼고 평생 화가로서 수많은 역경을 해치고 견디어 왔다. 이제야 고향으로 돌아온 거장, ‘거장의 귀환’ 전(展)을 통해 두 분의 예술과 삶을 알리고자 한다.

    충북문화관 손명희


    ㅡㅡㅡ
    1) 도내에서 원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중등미술교육자들을 중심으로

    2) 『오늘도 그림이 내게로 온다』발췌, p.168.

    3) 갤러리 세솜 정해열 대표 인터뷰 중. 2020.6.17.

    4) 사진 참조, 축음기를 틀어놓고 음악을 감상하고 있는 60호 크기의 ‘聽音’, 이때 1938년 조선일보 평론에서 <聽音>은 取材 에 俗趣가 있는 것이 반갑지 않으며 인물의 顔面의 表現手法 胸體의 표현이 和協되지 못한 것은 表描力의 不足이나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며 蓄音機 背景의 色調는 混濁하여 보이며... (사)한국미술연구소, 조선미술전람회DB, 1938년(제17회) 참조, <聽音>은 人物畵로 있어 優作에 하나이나 腰部以下로는 未開拓地이며 더욱이 무릎에 대한 硏究는 全然 없는 것 같다. 背景도 미처 손이 가지 않았고 陰影은 全體로 너무 차고... 동아일보 登評(1938. 6.8.~ 6.9.)

    5) ≪나의 인생 나의 그림 – 미술실은 사랑을 싣고≫ , 2020. 충북문화관 기획전 서문에서 일부 발췌하였다.

    6) 『오늘도 그림이 내게로 온다』 p.26.

    7) 당시 국전에서 선배 정창섭과 같이 충북에서 특선 2명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크게 보도되었다고 한다.

    8) 첼리스트, 클라리넷, 피아노 등 그의 작품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9) 같은 책 p.174.

    전시제목화가 안승각·안영일의 예술과 삶: 거장의 귀환

    전시기간2021.10.06(수) - 2021.10.31(일)

    참여작가 안승각, 안영일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67 (수동, 충청북도지사관사)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주최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관

    주관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관

    연락처043-22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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