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이배
installation view at Lee Bae Studio in 2019 Photograph by Park Myungrae
이배
Untitled 2014, acrylic medium with charcoal on canvas, 162x130cm (100F)
이배
Untitled 2010, acrylic medium with charcoal on canvas, 162x130cm (100F)
이배
Untitled 2016, acrylic medium with charcoal on canvas, 162x130cm (100F)
이배
From Fire 2000-2016, Charcoal on canvas, 100x81cm (40F)
이배
From Fire 2000-2016, Charcoal on canvas, 175x230cm (150F)
이배의 검정 ‘BLACK’ OF LEE BAE
이배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그의 주재료인 숯과 그가 가진 동양적 배경을 바탕으로 화두에 접근한다. 물론, 이배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동양적 철학이나 전통적 소재 그리고 한국 추상미술이 가지는 특유의 절제된 조형적 정교함은 그가 분명 동양적 뿌리를 지닌 작가라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부분은 작가의 전통적 근원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동시대의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는 현대미술 (콘템포러리아트) 작가로서의 그의 '관점'에 관한 것이다.
이미지 공간을 구성하는 복합적인 이배의 작업 요소 가운데, 요즘 어느 때보다 밀도 높은 검정색 Black colour이 강력하게 두드러진 그의 최근작에서 새삼 검정 Black이 갖는 영향력과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진다. 이배의 이러한 검정색의 독점적 사용은 한가지 색에 강력하고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검정이라는 단색이 2차원 평면 회화뿐 아니라, 3차원 조각 작품 등 모든 작품의 시각적 현상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단색화가 미술시장을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세대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면이 시커먼 이배의 작품 앞에서 어떻게 작품을 감상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하는 사람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시각 현상에서 다른 색상을 철저하게 배제한 이배의 검정 Black회화가 한국 추상미술의 위대한 전통인 단색화에 대해 어떠한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역사적 재방문을 통해 비교해 보는 접근 방법을 제안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시에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물질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영적 (관념적) 세계를 추구했던 유럽의 60년대 현대미술의 동향에서 Piero Manzoni, Lucio Fontana, Yves Klein 등과 같은 구체적 사례들과 연관 지어 이배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는 것을 포함한다.
존재하는 모든 현상을 하나의 영적 동질성으로 개념화하는 기존의 단색 추상화의 보편성과는 달리 이배의 작업은 어떤 초월적 차원의 사유 세계를 창출하지 않고, 주재료인 숯의 물질성 materiality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검정 Black의 관능적 실체를 강조한다. 즉, 이러한 물질의 구체성은 내면적 이질성을 입증할 뿐 아니라, 단색화의 정신적 숭고함과는 전혀 동떨어진 물성이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감춰진 내러티브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숯의 원재료인 나무가 가진 본래의 관능적 이미지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는 은유적인 시적 능력을 중시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물성이 전환된 숯을 작업의 재료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배가 작업에 사용하는 주재료가 숯 그 자체라기보다는 숯으로 변환되는 ‘물성의 치환’이 작품의 중요한 핵심이며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작품 제목 「issu du feu」「불에서 비롯된」에서도 강하게 인식된다.
재료의 변환 과정 (즉, 나무가 뜨거운 불에서 연소되어 숯이 되는 과정)은 이배의 작업에서 신비롭고 자극적이며 다소 낭만적 느낌으로 시각적 현상에 관여할 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의 내러티브를 창출하는 궁극적인 원천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그다지 고려되지 않았던 이배의 이러한 예술적 측면은 그의 작품을 제임스 리 바이어스나 이브 클라인 등과 같은 물질적 신비주의 작가들과 특정 방식으로 연결시키는 반면, 외적인 형태를 제거하고 모노크롬의 절대적 색채를 통해 비 물질성을 추구했던 이브 클라인과는 달리 이배는 작품의 시각적 간결함과 객관성을 통해 물질의 시각적 실체를 철저히 노출함으로써 작품의 자체적 개별화와 각 작품의 특이성을 부각시킨다.
이는 색상의 완전한 부재를 통해 보는 이의 주의를 물질의 표면과 질감에 집중시키려 했던 피에로 만조니의 작품 ‘아크롬 Achrome’과도 연관 지어 이해해 볼 수 있다. 어떠한 색상도 배제하고 물질이 가진 고유의 색상만을 사용하여 물질의 물리적 특성에 주목하고 사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만조니와 이배의 작품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화가의 물리적인 개입이 없이 젖은 점토가 건조과정에서 쳐지면서 단단한 주름이 생기는 표면에서 만조니가 어떠한 서사적 요소도 제거하려 했던 반면, 이배는 물성을 강조하여 상징적 이미지를 묘사함으로써 숨겨진 서사를 드러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만조니가 순수한 흰색이 아니라 색이 전혀 없는 무無의 상태를 추구했다면, 이배의 검정색 안에는 모든 현실적 요소가 극도로 압축되고 축적되어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화면 가득 빽빽하게 숯 조각을 부착하여 연마시킨 검정색의 표면은 숯의 단면마다 광택과 무광택이 어우러져 다른 빛을 발하며 외부 조명과 감상자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의 실체가 드러난다. 이러한 역사적 재방문을 통해 우리가 고찰해야 할 부분은 작품의 시각적 조형적 유사성은 우리의 의식으로 포착 가능한 실재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어떠한 유사성 안에서도 매우 다른 관점으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현대미술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동시대적 현실을 반영하고, 작품이 말하는 방식과 의미의 작용 방식은 작가의 의도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1970년대 주류를 이루었던 한국의 단색 추상화가 형태와 색채를 절제하고 순수한 정신적 세계를 추구했다면, 이배의 검정 회화는 물질과 경험의 세계를 추구하며 환상주의의 종말과 함께 새로운 현실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박명래/이미지제공:우손갤러리/글:큐레이터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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