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림: Shaped Scape
2021.10.20 ▶ 2021.11.14
2021.10.20 ▶ 2021.11.14
이영림
Red Stick 2021, Acrylic on wood, 118 x 122 x 3 cm
이영림
Green Wire 2021, Acrylic on wood and aluminum, 114 x 132 x 3 cm
이영림
Pair 2021, Acrylic on wood, 130 x 118 x 3 cm (좌), 31 x 29 x 5 cm (우)
이영림
Striped Bar 2021, Acrylic on wood, 91 x 106 cm
이영림
Two 2021, Acrylic on wood, 139 x 110 x 3 cm (좌), 131 x 60 x 5 cm (우)
이영림
Egg Shell 2021, Acrylic on wood, 97 x 123 x 3 cm
이영림
Periwinkle 2021, Acrylic on wood, 57 x 63 x 5 cm
이영림
White Jade 2021, Acrylic on wood, 128 x 120 x 3 cm
가나아트 한남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고 공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하는 유기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이영림 작가의 개인전 《Shaped Scape》를 개최한다. 인지심리학과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지난 개인전에서 나무 조각들을 합판 위에 집합적으로 배치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과 인지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고, 물성 자체에 대한 실험을 통해 회화의 개념을 확장하고자 시도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2년 처음 선보였던 < Shaped Canvas >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신작들을 선보임으로써 새로운 각도로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아크릴 물감을 겹겹이 쌓아 만든 그의 ‘나무 캔버스’들은 각각 단독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둘, 혹은 셋의 합으로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다. 비정형적인 형태로 상하, 좌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이들은 전체를 이루는 요소로 존재하며 매번 새로운 조합으로 재탄생한다. 이 조합 속에서 면과 면, 혹은 모서리는 직접적으로 닿거나 일정 거리를 둔 채 관계를 맺는다. 형태뿐만 아니라 색채 또한 보는 이의 인지 과정을 통해 서로 어우러지거나 반대로 대조를 이루며 끊임없이 관계를 이룬다. 이렇게 색과 형태의 조화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회화의 기본 요소를 상기하는 동시에, ‘입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해석을 유도한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를 이루는 세포 같기도, 자연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감정의 상태를 은유하는 조각 같기도 한 그의 캔버스 작품들은 만남과 접점을 통한 ‘관계의 예술’을 직접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작품이 놓인 자리, 혹은 공간 전체와 작품의 상호작용을 탐구해온 이영림은 이번 전시에서도 전통적 회화의 프레임 너머로 관객의 시각을 유도한다. 전시 제목의 일부인 ‘Scape’가 은유하듯, 그는 각각의 캔버스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캔버스들 간의 관계, 그리고 공간과 작품이 함께 자아내는 풍경에 몰입할 것을 제안한다. 작가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며 어디까지가 작품인지 한계 짓지 않는다. 따라서, 그에게 공간은 작품이 활동하는 무대, 나아가 작품의 일부로 작동하게 된다. 회화사에서 전통적으로 존재해온 현실과 그것의 재현으로서의 회화의 경계를 삭제함으로써, 이영림은 작품의 개입으로 생성되는 새로운 현실 자체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그리하여 관객은 자신이 작품 속에 들어간 것인지, 작품이 자신의 영역에 흘러 들어온 것인지 모호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과 여러 요소들이 자아내는 순수한 느낌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는 이영림은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작품 제목에도 그는 최소한의 수식을 붙일 뿐, 구체적이거나 특정한 정보를 주입하지 않는다. 이영림에게는 스스로 작품을 완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작품이 관객의 감각기관과 인지 과정을 통해 이해되는 방식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객에게 의미 생성의 주체라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고 작가와 관객 사이의 간극을 의도적으로 흐려지게 하는 이영림의 작품은 ‘본다’는 행위가 환경, 의식, 감정 상태 등에 따라 무수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예술의 본질적 특성을 상기한다. 무한한 해석의 장 안에서 그는 물성과 형태에 대한 실험, 그리고 회화, 조각, 설치의 경계를 넘나들고자 하는 시도를 궁극적으로 인식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채택한다.
관객의 역할이 작품을 완성하는 주요 요소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확률로 존재하는 입자들과 보는 행위를 통해 이들을 존재하게끔 만드는 관찰자로 이루어진 양자역학적 상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가능성 그 자체의 시각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의 상태에서 모든 요소들은 동등한 위치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다양한 물리적/비물리적 요소들의 관계를 탐구하고,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는 이영림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이번 전시가 자신과 타인, 개인과 사회, 갈등과 화합 등 분리된 개념들을 포용하는 조화롭고 자유로운 순간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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