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양
on white 종이 위에 흰색 안료, 67.5x97.5cm, 2021
주도양
on white_B2 종이 위에 흰색 안료, 67.5x97.5cm, 2021
주도양
on white_B6 종이 위에 흰색 안료, 67.5x97.5cm, 2021
주도양
on white_C6 종이 위에 흰색 안료, 67.5x97.5cm, 2021
주도양
on white_D6 종이 위에 흰색 안료, 67.5x97.5cm, 2021
창세기에 신은 세상을 창조하였고 빛을 만들었다. 빛은 세계를 이루는 요소이다. 모든 색의 빛이 혼합되면 결국에는 흰색 빛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빛의 혼합 혹은 가산혼합이라고 한다.
종이는 2,000여 년 전에 발명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 흰색 종이는 세계를 이루는 또 다른 요소이다. 종이는 기본적으로 흰색으로 인간이 빛을 모방해 만든 평면세계이다. 종이에는 약간의 미색이 들어 있기도 하지만 최대한 밝은 색을 나타내기 위해 흰색에 가깝다. 그렇기에 흰색 종이에 무엇인가 표현한다는 것은 종이 위에 흔적을 남기는 셈이다. 즉 흰색을 기준으로 점차 어두워지는 것이다. 물감을 계속 혼합할수록 어두운 색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물감의 혼합 혹은 감산혼합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의심 없이 흰색 물감을 사용해왔다. 그림의 바탕으로 밝게 만들거나 혹은 물감의 명도를 밝게 하기 위한 용도였다.
내 작품에 다양한 시도를 하던 중 ‘모든 빛이 합쳐질 때 생긴다는 흰색 빛 그리고 이를 모방한 흰색 물감 자체가 이미지의 주체가 되면 어떨까? 희미하지만 이미지가 어렴풋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의심을 품지 않고 사용해온 검정 안료가 아닌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흰색 종이 위에 흰색 물감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진, 판화, 인쇄, 수채화, 드로잉 등에서는 밝은 영역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의 바탕을 드러낸다. 즉 밝은 부분은 안료를 걷어내고 어두운 부분은 채우면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선명한 이미지도 색도 없는 빈 캔버스처럼 보인다. 없으면서 있는 것을 보여주었던 표현에서 있으면서 없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흰색 종이 위에 흰색 물감을 사용하였다.
■ 주도양
사진에 대한 의심, 세계에 대한 의문
200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표현 형식과 관심은 디지털 기술을 도구로써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삶의 환경에 가져오는 변화를 살피며 확장된 사진의 시각과 관점이다. 카메라로 인간의 눈에 가장 가깝게 세계를 재현하는 것과 재현된 그것이 믿을 수 있는 사실로서 진실성을 획득하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한 장의 사진은 생산의 제도, 사용되는 형식, 둘러싼 담론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다른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은 의미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사진에서 비판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까였다.
《사진예술》 2020년 11월호 〈디지털 사진의 스펙터클1〉에서 발췌
■ 글_정은정 (사진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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