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초대전 『최종태, 구순을 사는 이야기』
2021.11.12 ▶ 2021.12.31
2021.11.12 ▶ 2021.12.31
전시 포스터
최종태
풍경 35x25cm, 수채, 2007
최종태
풍경 35x25cm, 수채, 2007
최종태
여인 30x41cm, 목판화, 1994
최종태
여인 25x37cm, 먹, 2009
최종태
여인 24.5x8x111cm, 나무에 채색, 2013
최종태
여인 22x30cm, 수채,2017
최종태
얼굴 25x24.5cm, 브론즈 부조, 2008
최종태
얼굴 37x23.5x60cm, 나무에 채색, 2014
최종태
얼굴 26x13x45cm, 나무, 2006
최종태
얼굴 18x17x42cm, 나무에 채색, 2019
최종태
앉아있는 여인 20x28x45cm, 테라코타, 2018
최종태
소녀상 28x16x43cm, 나무에 채색, 2021
최종태
성모자 25x35.5cm, 먹과 수채, 2013
최종태
모자상 23x16x62cm, 나무에 채색, 2020
최종태
두여인 25.5x16x53cm, 나무에 채색, 2017
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29.5x40cm, 목판화, 1994
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27.5x25x80cm, 브론즈, 2021
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23.5x19.78cm, 나무에 채색, 2021
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19x26cm, 매직과 수채, 1976
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21x30x89cm, 나무에 채색, 2018
최종태
기도하는 여인 18x26cm, 크레파스, 1975
김종영미술관은 2010년 신관 개관 이래 매년 가을, 미술계의 귀감이 되는 원로 작가를 모시고 초대전을 개최해 왔습니다. 올해는 원로 조각가 최종태(1932~ ) 선생을 초대하여 <구순을 사는 이야기>전을 개최합니다. 어릴 적부터 문학적 감수성이 탁월하여 한때 문학도를 꿈꾸던 최종태 선생은 1953년 <문학세계>에 게재된 김종영의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국제조각 콩쿠르 입상 작품 <여인 나상(裸像)>을 접하고 그 충격과 감동으로 조각을 전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1954년에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니 조각가로 활동한 것이 어느덧 67년이 되었습니다.
한국미술계는 최근까지도 서구 동시대 미술에 뒤처지지 않고 발맞춰 나가는 것을 최대과제로 꼽았습니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한국적’인 것에 대한 모색은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추상화(抽象化)가 서구 미술의 대세를 이루자, 한국미술계는 이에 편승하고자 하였습니다. 최종태 선생은 이런 시류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 동서고금을 통해 조각의 주된 소재인 사람만 조각했습니다. 여인상을 주로 제작하였습니다.
“삶의 고통에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세상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레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의 말입니다.
평생 인체 조각에 전념한 최종태 선생은 그 원인을 8·15 해방, 6·25, 4·19, 5·16, 5·18, 6·29와 같은 요동치는 역사 속에서 버티는 동시대인의 삶과, 중학생 때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러 인간상으로 인해 받은 충격을 꼽습니다. 한마디로 선생은 평생을 혼돈 속에서도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을 통해 인간 존재를 성찰했습니다. 그리고 동·서양 미술사를 살펴, ‘20세기 그림에는 자연도 없어지고, 인간이 사라졌다.’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태 선생의 인물상들은 조형의 소재라기보다는 삶 속에서 맞닥뜨린 희로애락을 덤덤히 감내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각고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선생의 인물조각과 종교 조각은 별개가 아니며, 그 바탕에는 ‘연민’과 ‘자비심’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최종태 선생은 더불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살폈습니다. 선생은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회향(懷鄕)>(1970년 작)을 꼽습니다. 제목 그대로 고향을 품고자 한 바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듬해 선생은 이 작품으로 세계미술계를 여행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100일간의 여행을 통해 선생은 지금까지 고뇌했던 한국적인 것에 대한 실마리를 반가사유상과 경주 석굴암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 불교 미술이 세계적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선생의 작업은 이러한 한국 불교 조각의 아름다움을 서양 조각과 함께해서 인류 보편적인 미감을 얻어낸 것입니다. 선생의 종교 조각이 뜻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연유로 한국 교회미술의 토착화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종태 선생의 작업 여정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예술의 근본임을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로 고통받는 우리 모두에게 이번 전시는 노 조각가의 연륜이 쌓인 통찰을 통해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위안을 드릴 걸로 기대됩니다.
■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무심의 여백, 발만 닮은 게 아니라 마음도 닮았다.
최종태는 김종영미술관에서 가진 자신의 개인전 ‘구순을 사는 이야기’를 개막하는 오늘 아침 일찍 KBS가 ‘생각의 탄생’을 주제로 준비 중인 특집 ‘다큐 인사이트’에 출연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다.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은 ‘사유의 방’을 새롭게 조성하고 오늘부터 국보 제78호와 제83호 반가사유상을 공개하고 있다. 박물관을 다녀온 최종태와 반가사유상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과정에서 그는 “반가사유상의 발과 내 작품의 발하고 닮았어”라고 말했다. 비단 발만 닮았겠는가. 사실 최종태의 작품에서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상당히 많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괸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반가사유상은 물론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에서 영벌을 받아 지옥으로 떨어지는 가련한 영혼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가련한 영혼과 피렌체에 있는 로렌초 성당의 영묘조각 중 미켈란젤로가 줄리아노 메디치의 상과 함께 제작한 로렌초 메디치(Lorenzo de’ Medici)의 초상조각,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의 영원한 스승인 김종영이 턱을 괴고 상념에 잠긴 인물을 표현한 작품과도 겹쳐진다.
그러나 형태의 유사성은 그가 추구한 궁극적 목표는 아니었다. 최종태의 작품은 인간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나 그것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세부묘사를 생략하고 얼굴을 표현한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두께가 얇은 얼굴의 이목구비를 단순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선으로 처리한 그의 얼굴 작품은 부피보다 형태의 윤곽이 더 두드러진다. 그래서 얼굴은 평면성을 지향하는 입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얼굴을 보기 위해 방향을 바꾸면 수직으로 이루어진 선과 얇은 면을 깎은 요철만 볼 수 있을 따름이다.
해부학적 비례로부터 자유로운 그의 인체는 원(구체)과 직사각형(입방체)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런 특징은 그가 팔순 이후부터 제작한 작품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나무로 형태를 만들고 표면에 토분을 발라 언뜻 테라코타처럼 보이는 <앉아있는 사람>(2018)의 경우 평면으로 처리한 둥근 얼굴을 입방체 위에 올려놓았다. 직육면체에 아주 희미하게 팔을 연상시키는 흔적이 나타나고 있으나 신체는 하나의 덩어리 속에 통합돼 있다. 이런 형태는 이집트 신왕조의 람세스 2세가 통치할 때 아문 신전의 대제사장이었던 바켄콘수(Bakenkhonsu) 조각상과 상통한다. 심지어 그가 제작한 <성모상>조차 기본 형태는 구와 입방체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등신대보다 조금 큰 크기로 제작한 명동성당의 <예수 성심상>(1987년)과 길상사 <관음상>(2000년)과 같은 종교조각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본 형태 역시 원과 직사각형이다.
그의 많은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징으로 정면성을 들 수 있다. 단순한 형태로 표현한 입상의 경우 그의 작품이 장승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면성과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면성은 크기를 떠나 그의 작품에 기념비성을 강화한다. 정면성과 함께 동세가 거의 없는 부동성은 그의 작품이 종교적 숭고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면성과 부동성은 우리의 시선을 오로지 작품으로만 집중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표정마저 최소한으로 표현하였으므로 작품을 둘러싼 서사는 차후의 문제이다.
그런데 그가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온갖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라고 말한 팔순 즈음, 대략 2010년을 전후하여 형태는 더욱 단조로워진다. 그 계기를 그가 “김종영과 장욱진, 브랑쿠지(Constantin Brancusi)와 자코메티(Alberto Giacometi)로부터 벗어나니 이제 내 마음대로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말인즉 모더니즘과 토착성, 추상과 인간실존의 문제가 삼라만상보다 더 크고 많게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는데 그것으로부터 해방되니 비로소 자기 형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아흔을 기념한 이번 전시의 표지 작품인 <성모상>(2013년)을 보자. 마치 컴파스로 그린 듯한 정원(正圓)의 얼굴을 받치고 있는 신체는 긴 직사각형이다. 단정하게 모은 두 손만 입체감을 지니고 있을 뿐 두께가 얇은 신체는 거의 평면이다. 가까이 다가가서 작업의 흔적이 남아있는 표면의 질감을 확인해야만 이 작품의 재질이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재료의 물성을 노출하는 대신 그는 색채를 선택했다. 맑고 투명하며 어떤 작품에서는 오방색이나 색동을 연상시키는 그의 색채는 조각을 스테인드글라스 속의 형태를 떼어낸 것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그가 매일 꾸준하게 그리고 있는 파스텔화를 연상하게 만든다. 마음의 자유를 얻은 뒤에 그는 왜 색채를 선택했을까. 어느 날 그에게 그 이유에 대해 여쭤본 적 있다. 그는 서가에서 한 책을 꺼내 보이며 ‘색이 지닌 성스러움의 표현’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 책의 저자는 중세의 성상화(Icon)를 연구하는 신부로서 종교미술에 표현된 색채를 분석하여 그 특징을 정리한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2000년대 이후 최종태의 조각에서 나타나는 화사한 색채는 중세 다색조각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종태가 구사하는 색채는 그것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색채라는 점에서 꼭두의 색과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 색채는 그가 생각하는 성스러움을 직관으로 포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초월적인 신비를 지향하고 있으나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기 때문에 천진한 자연스러움을 지니고 있다.
최종태의 작품은 이집트의 조각에서 볼 수 있는 정면성과 부동성의 원리, 장승, 기독교 성상, 불상 등과 은밀하게 만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모티브가 무엇이었든 그의 작품은 그가 머릿속에서 그려낸 이미지, 즉 직관으로 구성한 종교적 이상(理想)을 표상한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다. 특히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형태, 즉 원, 사각형, 삼각형 등의 기하학적 도형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근원이기도 하다.
다시 반가사유상으로 돌아가 보자. 평생 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천착해 온 최종태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을 압축한다면 ‘무심의 여백’이라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을 따지는 ‘분별하려는 마음’이 집착과 번뇌를 낳으므로 ‘무분별심(無分別心)’을 지혜로 본다. 그래서 반가사유상의 사유도 결론에 이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생각의 투쟁’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심의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종태의 작품은 무심하기 때문에 텅 빈 것이 아니라 고뇌로 가득 찬 생각을 놓음으로써 자유로운 상태를 지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면서 그의 하루는 이른 새벽에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것으로 시작해 순식간에 몰입한다고 했다. 날마다 늘어나는 엄청난 작업량은 구순이란 나이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부지런함의 원동력은 그가 누리는 마음의 자유로부터 비롯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가사유상을 보고 온 그가 발이 닮았다고 말한 것에 맞장구를 쳤지만, 기회가 되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 발만 닮은 게 아니라 마음도 닮았습니다.”
2021년 11월 12일 ‘구순을 사는 이야기’를 개막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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