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시대의 미술2

일본미술사에도시대의 미술2

자국문화의 역수출과 자포니즘

일본의 다색판화인 우키요에[浮世繪]는 미인, 배우, 스모선수 등의 인물 외에 풍경이나 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렸다.
우키요에는 유럽으로 퍼져 ‘자포니즘(Japonism)’이란 이름으로 프랑스의 인상파 미술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마네, 모네, 고흐 등의 작품에 반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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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여인

    클로드 모네, 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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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색 병풍과 자주색의 변덕>, 제임스 에보트 맥닐 휘슬러, 1864

    이 그림은 일본병풍을 배경으로 하여 우키요에(오른 쪽 하단)를 감상하고 있는 인물이 있고, 그 왼편에 일본 칠기가 놓여져 있다. 그림을 온통 일본식 소품으로 장식한 이유는 고급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자기 과시’의 표현 때문이다. 19세기 말에는 부르주아지들이 초상화를 의뢰할 때 자신들이 애써 모은 일본 소장품들을 화가의 아뜰리에로 보내 초상화의 배경이 되도록 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유럽의 상류사회가 일본문화를 고급문화로서 동경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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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졸라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 1867~1868

    마네가 그린 에밀 졸라의 초상을 보면 왼쪽에는 일본 병풍이 놓여 있고 벽면에는 일본 남자를 그린 우키요에가 붙어 있다. 남자 그림 오른편 상단의 액자에는 마네가 생전에 아꼈던 당대의 문호 <에밀 졸라의 초상화>와 자신의 대표작 <올랭피아>가 함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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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안도 히로시게의 <가메이도의 매화>, (우)반 고흐의 <일본예술품-매화나무>, 1887,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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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를 붕대로 감은 자화상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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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기영감의 초상

    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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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기생>, 1887,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당시 파리에서 인기가 높았던 잡지에 일본 기생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고흐는 자신의 작품에 이 기생을 그리고 가장자리에 동양적인 모티브의 소품들을 가득 그려 놓았다. 이와 같이 고흐의 일본에 관한 특별한 관심은 역으로 그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한 명이 되는 이유가 되었고, 일본인들이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의 건립에 많은 부분 기여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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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오사히 다리 위의 소나기>, 안도 히로시게, 1857

    에도의 명도 100경을 그린 히로시게의 그림은 특히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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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베르니의 정원

    1900, 클로드 모네, 80×60㎝,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

  • Description

    일본의 다색판화인 우키요에(浮世繪)는 미인, 배우, 스모선수 등의 인물 외에 풍경이나 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렸다. 우키요에는 유럽으로 퍼져 ‘자포니즘(Japonism)’이란 이름으로 프랑스의 인상파 미술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마네, 모네, 고흐 등의 작품에 반영되었다. 

     

     

    우키요에의 등장 배경

    초창기의 우키요에는 에도에(江戸絵)라고 불렸다. 각 지방에서 에도에 온 사람들은 기념품으로 우키요에를 사가면서, 곧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에도는 오사카와 교토와 함께 일본의 3대 도시였지만, 짧은 역사를 가진 도시이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래서 자유로운 미술 장르인 우키요에가 발전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다색으로 찍어내는 판화 기술의 발달로 강렬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주는 우키요에의 인기가 더욱 드높아 질 수 있었다. 

     

    지배 계급인 무사의 문화와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닌 도시 상공인들을 ‘조닌(町人)’이라 하는데, 에도에서는 그들만의 문화인 조닌의 문화가 발달하였다. 조닌들은 이 세상이 ‘덧 없는 곳’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조닌 문화에는 소설, 하이카이, 가부키, 우키요에 등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표현하는 것이 생겨났다. 

     

    한편, 에도 시대에는 기녀들이 모여 있는 곳과 가부키 극장이 밀집된 지역인 ‘악소(惡所)’ 라는 거리가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높고 낮은 신분관계에 상관하지 않고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미의식을 추구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서구 유럽에 등장한 우키요에

    유럽인들은 이미 로코코시대부터 동양적인 것에 관심을 가져왔다. 18세기 이후 화려한 것을 좋아했던 프랑스의 귀족들은 중국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공예품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러한 중국풍을 잠재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일본 문화였다.19세기 후반인 1867년,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다. 이 박람회에서는 일본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그들의 특산물이나 공산품을 전시하였다. 

     

    일본은 주로 칠기와 도자기 등의 공예품을 전시했는데, 이것들을 일본에서 파리로 들여올 때 포장을 했던 포장지가 바로 우키요에였다. 그 시절 우키요에는 공급이 많아 일본에서는 흔해빠진 것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은 지금의 신문지처럼, 우키요에로 포장해가지고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박람회 덕에 우키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특히, 신비스러운 동양적 색채에 열광했던 프랑스인들은 우키요에를 수집하는 열정을 보이게 된다. 

     

     

    자포니즘, 인상파 화가들과 우키요에

    ‘자포니즘’ 이라는 용어는 "Japonism", 프랑스어로 ‘일본주의’ 라는 뜻이다. 영어로 하면 japanism이 되는 격이다. 1890년에 파리 만국박람회에 일본에서 통역차 온 ‘하야시 타다마사’라는 사람이 파리에 일본 미술품 가게를 열어 일본의 물건을 유럽에 소개하였다. 

     

    그의 가게에서 우키요에는 거의 16만 매가 팔려나갔다. 또 그는 인상파 화가들과 두터운 친분을 맺었는데, 이 당시 미술가들과 컬렉터들이 앞 다투어 일본 미술품과 공예품을 수입해 먼저 손에 넣으려는 보이지 않은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이러한 우키요에는 그 동안 보수적이었던 미술계에 강한 반감을 갖은 인상파 화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인상주의자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산물인 원근법, 균형 잡힌 구도, 이상화 된 인물, 명암 대조법등을 거부해왔다. 그들의 주요 관심은 ‘인상’, 즉 짧은 순간에 화가가 시각적으로 처음 지각한 사물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인상파 화가들인 드가, 마네, 캐사트, 휘슬러, 고갱 같은 화가들이 일본 판화 기법에 영향을 받았는데 우키요에가 비서구권 미술로서 유럽 미술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최초의 예이다. 

     

    그들은 평면적이고 밝은 채색법, 윤곽이 뚜렷한 형체, 표현적이고 때때로 대조적인 선적 문양 등을 모방하였다. 인상주의자들은 또한 판화에 나타난 경치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듯한 특이한 시점과 소실점을 중심으로 하는 원근법이 결여된 점, 중앙을 벗어난 구도 등을 본받았다. 우연히 잘린 듯이 액자 밖으로 밀려난 인물 표현과 시선을 그림으로 유도하는 비스듬하게 경사진 선의 사용도 일본 판화에서 배운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제작 태도는 르네상스와 고전주의적 회화 전통의 퇴조와 인상주의의 중흥기를 가져다주었다. 1800년대에 대부분의 화가들은 판화보다 회화에 더 치중을 했는데, 1870년경에는 상업적으로 그림을 복제해내는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때, 원래 화가이자 판화가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전의 판화는 단색으로 찍어 냈으나, 인상주의자들은 각기 다른 색채의 잉크를 사용한 일본의 채색 목판화를 보고 이러한 기법을 드라이 포인트나 석판화에 응용하기도 했다. 


     

    대표작가

    - 빈센트 반 고흐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는 짧은 기간이지만 일본 미술의 영향을 독창적으로 소화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885년 6월에, 벵 화랑에 전시된 일본 그림에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의 그림은 네덜란드 식의 어두움에서 벗어나 색채는 더 밝아지고 양식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그는 화상이었던 그의 동생인 테오와 함께 일본 판화를 수집하였다. 

     

    특히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 北斎, 1760~1849], 안도 히로시게[安藤廣重, 1797~1858]에 열광하였다. 고흐의 <일본 예술품-비 내리는 다리>와 <일본 예술춤-플럼 꽃이 피는 나무>는 히로시게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한 것이다. 약간은 더 화려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특히 그가 테두리에 일본 한자를 어눌하게 따라 그린 것이 묘미이다. 

     

    또한 <탕기 영감의 초상>의 배경은 화사한 우키요에로 장식되어 있다. 케이사 에이센[溪齋英泉]의 <기모노 입은 일본 여인들>, 안도 히로시게의 <풍경판화>,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후지산> 등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이것으로 보아 그의 작업실은 아마도 일본의 목판화로 꽉 차 있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탱부랭 카페의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우키요에와 함께 한 자화상>, <귀를 붕대로 감은 자화상> 등의 배경도 우키요에로 장식되는데, 이는 고흐의 일본 판화에 대한 경의와 애착을 엿 볼 수 있다. 또한 <활짝 핀 아몬드 나무> 라는 작품도 마치 동양화가들이 매화가지를 그리 듯이 아몬드 나무를 그렸는데, 동양적 미감이 확연히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나는 모든 사물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일본 화가들의 선명한 이미지가 부럽습니다. 그들의 그림은 결코 지루하지 않고 조급하게 그려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숨 쉬는 것처럼 단순하며, 자기 옷의 단추를 채우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인 양 아주 쉽게 선명한 윤곽선으로 대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고흐가 일본 미술에 대한 간단한 평이라 한다. 그의 일본 미술을 동경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클로드 모네

    모네(Claude Oscar Mone, 1840~1926)는 다른 누구보다도 일본의 취향이 강했다. 모네가 처음 우키요에를 발견한 프랑스 화가라고 한다. 모네는 우연히 파리의 만국박람회장에서 일본의 도자기 등의 특산품을 팔고 있던 매점을 들렸는데, 주인이 도자기에서 풀러 쓰레기에 구겨 던져 넣고 있는 포장지가 눈에 띄었다. 그 뒤로 모네는 우키요에에 열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부인인 카미유에게 기모노를 입히고 일본풍의 느낌이 나는 그림을 그렸다.〈일본 여인〉(1876)은 서양 여자가 일본의 기모노를 입고 유연하게 부채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인데, 동양적인 기모노와 서양인의 절묘한 만남을 잘 연출했다. 그리고 주위의 부채 배경은 더욱더 일본풍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모네는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값싼 부채를 통해 일본 취향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말년에 우연히 ‘지베르니’라는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 거처를 옮겼다. 집에 정원을 만들고 1893년에 과수원 늪지대를 사들여 큰 연못을 팠다. 그리곤 연못 양쪽을 연결해주는 둥글게 굽은 일본식 다리를 설치했는데, 이 다리는 히로시게의 판화 《에도의 명승지 100선》’에 나오는 다리에서 착상을 얻었던 것이라 한다. 모네라고 하면 수련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라 알려져 있지만 ‘다리’ 또한 많이 그려냈다.

     

     

    우키요에의 역사적 가치

    기나긴 귀족 정치 시대와 무사 시대를 거쳐, 에도 시대에 와서 문화의 향유 계급이 지배 계급에서 서민 계급으로 바뀌었다. 특히 우키요에는 역사적 가치로 볼 때는 에도 시대의 서민들의 풍속과 에도라는 도시의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예술적 가치로 볼 때는 이전까지 귀족들만이 향유하던 문화예술을 서민들도 즐기게 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 시절의 뛰어난 화가들은 수 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랑을 받고 있다. 그들이 당시에 보여 주었던 미술은 매체가 발달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하고 있는  오늘에 보아도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하기에, 우키요에가 서양에 끼쳤던 영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뮤움 미술사연구팀 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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