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나: 정체 正體

2022.03.23 ▶ 2022.04.10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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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나

    꽃 70x90cm, 전사이미지, watercolor on pap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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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나

    꽃 40x30cm, 전사이미지, oil on canva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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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나

    꽃 50x50cm, 전사이미지, oil on canva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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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나

    꽃 60x50cm, 전사이미지, watercolor on paper, 2021

  • Press Release

    송하나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형태를 구성, 물감을 칠하고 또 하나로 실재 이미지를 공간에 전사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 사물들이 수집되어 콜라주로 엮인다. 얼핏 보면 사실적이라 통용되는 이미지로 장면 전체가 평범하여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일상의 이미지는 반전을 거듭한다. 사물과 사물이 접목되고 해체를 거듭하여 화면 안 중심으로 의인화되는 경향으로 조금은 불편하게 친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기로 그간에 작업은 최근 ‘꽃’ 시리즈로 이어진다.

    특유의 유모 감각, 위트는 작품으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불리던 꽃은 꽃잎을 버리고 그 자리에 딸기꼭지가 들어앉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초록색 잎과 어울리면 꽃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 시선으로 포착되면 무언가로 거듭난다. 오리고 붙이며 과감하던 콜라주는 다소 정밀해지고 식별이 어려운 화면은 좀 더 리얼해 진다. 두께로 구별되지 않는 모호함. 회화로서 완벽할 것 같지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 작가의 그림은 살면서 찾아오는 느낌에 관한 이야기이다. 평범하지만 현실 너머로 있을 수 일이 구사되는 것처럼 마치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일상의 단상을 보여주려는 듯, 예술적 사유는 깊어진다. 서사가 있지만 수평적 시선으로 들어간 사물 간에 관계로 물신화 되지 않는 특유의 화법이 있다. 작가는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을 이루며 살아왔다. 예술가 이기도 한 그녀 자신이 창작을 한다는 것은 분주한 일상 속에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기도 하다. 늘 같을 수 없는 기억 문득 찾아오는 감정, 경험이 뒤섞인 사물들을 접하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현실이 녹녹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화가로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지속되길 바라는 순간은 작품이 된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에 주저함이 없는 창작의 과정은 고스란히 장면으로 드러난다. 때로는 드로잉으로 일기적 형식으로 표출되는 형상들 그리고 콜라주는 세상 속에 살아가는 나로서 질문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 낯섦 설레기도 한, 있다는 가정하에 행해지는 일들을 묵묵히 해내는 그러나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은 많지 않나. 살면서 오는 물음은 혼자서 감당해야 할 책임감으로 누구나 겪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뜻하지 않는 상황으로 일상이 어렵지 않은가. 코로나라는 낯선 정체를 3년째 경험하면서 삶의 수반된 전반적인 것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온택트 수많은 용어들이 범람하며 메타로 이어지는 공간 안 사물들은 우리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든다. 작가가 사물들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함이다. 꽃이라는 상징, 일반적인 기성화에 도전하며 거부감과 불편함을 익숙하게 낯섦으로 풀어놓는다. 동질감으로 비물질적인 경험과 기억들을 의인화시킨다. 쓸모를 다해 폐기될 처지에 있는 것들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 작가에 의해 선택되어 오려진 기존 상징을 버리고 혹은 분리된 상징적 이미지는 회화로서 마땅히 합당하고 재밌게 탈바꿈했다. 기존 문맥 속에 있던 기능의 것들을 자유롭게 변신을 시켰다.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설고 흥미로운 경험이 제공될 것이다. 우리는 그냥 송하나가 그려 놓은 꽃을 감상하여 행복해지면 되는 일이다.
    ■ 갤러리 도올


    작업노트
    ‘정체 正體’
    :  사물이나 사람이 본디 지니고 있는 형상
    사물이나 사람이 마땅히 지니고 있어야 할 참된 면모나 형상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떠올린 단어는 ‘정체“였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 갤러리 도올에서 ’채집‘으로 개인전을 하고
    11년이 지났다. 그리고 11년만에 갤러리도올에서 다시금 전시를 하게 되었다.
    꽃고기로 작업을 시작한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사이 다양한 경험과 변화된 개념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 꽃작업은 그저 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작업했었다.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무엇이든 꽃처럼 보일 수 있게 되어버린 꽃의 상징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러한 작업들은 평면에서 벽화 작업으로 이어져 전시장 안에서 환경을 만들고 사람들은 꽃이 없는 꽃밭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번 전시를 위한 자료를 수집한 지 2-3년이 되어간다.
    난 꽃의 정체성을 실험하기 위해, 즉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위해 가장 아름답지 않고, 하찮은 재료를 찾곤 했다. 살림을 하는 여자로서 가장 하기 싫은 일 중에 하나가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는 일이다. 어느 날 싱크대에 이거저거 버릴 음식이 가득 찬 거름망을 보았다. 인간이 정한 먹거리 역할을 하고 버려지는 그것들의 종착지점에서 본 그것들은 가장 보기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문득 그것들이 모여있는 모습, 일종의 버려지는 장소에서의 ’수집‘된 것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이것들을 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면 오랜 기간 이 작업에 대한 최고의 역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쓰레기도 꽃처럼 보일 수 있다면.

    그렇게 시작되어 수집한 음식물 쓰레기는 수십장이 되었다. 시댁에서 다과에 올리고 남은 딸기의 뒷꼭지, 버려지는 감의 윗부분, 상해버린 양배추, 마늘, 양파를 까고 남은 껍질, 그 밖의 다양한 남은 음식물들을 꽃으로 대하고 작업해 보았다. 인간의 개입을 뺀 사물은 예상 밖 모습을 우리에게 감상하게 해준다.

    처음 고기와 꽃을 인간으로 매개했듯이, 이번은 쓰레기와 꽃이 인간으로 매개 되는 것이다. 그래서 드디어 그들의 정체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좀 더 그들의 정체에 가까울 수 있는 정의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목과 연결해 그동안 ’정체‘에 관련된 드로잉들을 함께 전시하고자 한다. 바다처럼 보이는 가슴 초음파, 원래 물에 있어야 하는 하늘에 뜬 돌고래 풍선 등등 다양한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업들이 있다. 결국은 ’화가 송하나‘라는 나의 정체성을 묻는 명패도 이 모든 주제를 함께 담고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은 지금 이번 전시가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린 늘 어떤 정체를 인간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의 방식이 과연 대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 정체에 대해 우리가 질문을 해봐야 하는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싶다.
    ■ 송하나

    전시제목송하나: 정체 正體

    전시기간2022.03.23(수) - 2022.04.10(일)

    참여작가 송하나

    관람시간11:00pm - 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연락처02-739-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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