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SARUBIA Outreach & Support) - 강성은: 혼자 아는 시간
2022.03.16 ▶ 2022.04.15
2022.03.16 ▶ 2022.04.15
강성은
《혼자 아는 시간》 전시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2
강성은
(좌) 겨울 언덕, 2022, oil on canvas, 45.5×37.5cm (우) 안개 낀, 2021, oil on canvas, 130×97cm
강성은
근경 03 oil on wood panel, 135×145×6cm
강성은
측벽 02 2021, oil on canvas, 172.5×183×3cm
강성은
《혼자 아는 시간》 전시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2
강성은
측벽 01 2021, oil on canvas, 135×97cm
강성은
《혼자 아는 시간》 전시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2
회색 그림
회색 물감으로 채워진 시간, 이 회색 그림들은 어느 시간 속의 공간을 생각하고 있다. 혹은 그가 그린 이 회색 그림들에서는 텅 비어 있던 공간을 가득 채운 어떤 시간들이 느껴진다. “혼자 아는 시간”이라는 말은, 우리를 아무도 모르는 어떤 장소로 천천히 가서 닿게 한다. 회색 물감이 만들어낸 이 추상적인 그림들은 말로 채워진 적 없는 낯선 시간 속의 공간을 몇 번씩 되뇐 흔적에 가깝다.
강성은은 ‘이리데슨트 퓨터(iridescent pewter)’라는 이름을 가진 회색 물감을 써서 중명도의 추상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가 두 해 전부터 그리기 시작한 이 회색 그림 연작은, 지나온 일상의 시간 속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외딴 시간에 대한 회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집으로 가는 콘크리트 경사로와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높은 옹벽을 매일같이 마주하다가, 어느 날부터 그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발 밑에서부터 저 먼 데까지 솟아 있는 회색 경사로를 바라보거나 흙더미를 받치고 있는 수직의 거대한 옹벽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상의 시간들은, 어느 때부터 혼자 아는 시간들로 떨어져 나와 혼자 아는 말, 혼자 아는 소리, 혼자 아는 길, 혼자 아는 형상, 혼자 아는 공간과 함께 돌처럼 쌓여갔다.
바깥 풍경, 길 위의 풍경을 그려온 강성은은 한동안 시간 속에 흘러가는 장면을 붙잡아 그림이 되게 했다. 붓의 움직임과 색의 채도로 그가 본 길 위의 풍경에 잠복해 있던 순간이 어떻게든 그림이 되어 내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가 그는 강렬한 색의 채도를 덜어내고 회색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가 콘크리트 길과 옹벽을 계속 들여다 보던 때의 일이다.
<측벽01>(2021)과 <측벽02>(2021)는 그 무렵 회색 물감을 가지고 그린 그림으로, 그가 매일 마주했던 아주 크고 높고 두꺼운 옹벽의 느낌을 떠올려 준다. 이 회색 그림들은, 움직일 때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무거운 철문처럼 보이기도 하고 차가운 비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강성은은 캔버스에 회색 물감을 칠하면서 내내 이 “벽” 앞에서 마주했던 온몸의 감각과 경험과 상상까지도 떠올렸을 것 같다. 길 위에 서성였던 발자국 소리, 벽을 스치던 바람 소리, 저 먼 데를 바라보는 한숨 소리, 이 모든 것들을 회상하며, 그는 붓으로 물감을 펴 바르며 캔버스 위를 빠르게 지나가다 한참 머물기를 끝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두꺼워진 곳을 사포로 갈고 다시 물감을 바르고 갈고 바르고 그 위에 흐릿한 회색 물감을 흘려 보내고 또 다시 갈고, 이 일을 반복했을 것이다. 어떤 소리와 형상이 회색 그림 안에 자리할 때까지.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벽에는 실크 천 위에 6B 연필로 칠해진 <검은>(2022)이 있고, 수많은 “근경”과 “언덕”과 “벽”이 중첩된 회색 그림이 공간 속에 마치 빛이 통과하는 것 같은 명도 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포로 갈아낸 표면 위에 새겨 놓은 것 같은 의태어(“훨훨”)가 볼 수 없는 어떤 형상을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낸다. 회색 그림은 흰색 물감과 섞여 어떤 형상들을 스스로 그려내는 것 같은 착시를 주는데, <안개 낀>(2021) 그림 앞에서는 깊숙이 배어 있는 회색 형상들이 어떤 얼굴 같기도 하고 어떤 물결 같기도 하여 저 회색 벽 속에 묻어놓은 누군가의 혼자 아는 시간의 흔적을 잠깐 눈치채 본다.
<혼자 아는 시간 01>(2022)과 <혼자 아는 시간 02>(2022)에서, 나는 잠깐 회색 물감과 보내온 그의 기나 긴 시간이 내 앞에 현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과 빛 사이를 통과하는 회색 물감과의 시간, 그것을 바르고 갈아내던 침묵과 추상적인 소리의 시간,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몸으로 감각하며 솔직하게 마주했던 그림 그리는 이의 시간, 이 회색 그림의 시간.
안소연(미술비평가)
1982년 출생
송영규: I am nowhere
갤러리 그림손
2024.10.30 ~ 2024.11.25
김지혜 : SOMEWHERE 어디에나 있는, 어디에도 없는
갤러리 도스
2024.11.20 ~ 2024.11.26
Rolling Eyes: Proposals for Media Façade 눈 홉뜨기: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제안들
대안공간 루프
2024.11.13 ~ 2024.11.26
선과 색의 시선 Perspective of Lines and Colors
필갤러리
2024.10.10 ~ 2024.11.27
제15회 畵歌 《플롯: 풀과 벌의 이야기 Plot: The Story of Wild Grasses and Bees》
한원미술관
2024.08.29 ~ 2024.11.29
오종 개인전 《white》
페리지갤러리
2024.10.11 ~ 2024.11.30
여세동보 與世同寶: 세상 함께 보배 삼아
간송미술관
2024.09.03 ~ 2024.12.01
2024 광주비엔날레 기념특별전 《시천여민 侍天與民》
광주시립미술관
2024.09.06 ~ 2024.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