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
A Petit Sun by Window 2022, acrylic on sewn canvas and linen, 45.5x37.9cm
안현정
White Night 2022, acrylic on sewn canvas, 45.5x37.9cm
안현정
Shining Compass 2022, acrylic on sewn canvas, 45.5x37.9cm
안현정
Rendezvous 2022, acrylic on sewn canvas, 45.5x37.9cm
안현정
The Pieces of Sunshine_ Yellow 2022, acrylic on sewn canvas, 45.5x37.9cm
안현정
Twin Moons in the Deep Blue 2022, acrylic on sewn canvas, 45.5x37.9cm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말을 통해 모두 나타날 수 없는 비가시적인 영역이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철학적 논고를 남겼으며 예술가들은 이러한 침묵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찾아내고 작품으로 창작하여 감각화할 수 있는 방법, 즉 세계의 심연을 지탱시키는 비가시적인 영역과의 소통을 모색하고 탐구해 나갔다. 이는 정답도 없으며 끊임없이 소통을 갈구하는 현상으로 예술의 역사는 이 긴 긴한 소통의 과제로 창작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예술가의 일상과 연결된 현실은 기억이 수반되며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감정은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하고 싶었던 말, 아니면 슬픈 트라우마 일 수도 있는 현실은 사적인 느낌으로 내밀화 되어 작가의 정서적인 작용으로 형태는 이어진다.
응축된 형태로서 안현정이 만들어낸 추상은 간략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복합적인 양상이다. 뭐라 말로 설명되지 않는 느낌 현실 앞에 묻어둔 쌓인 기억과 감정은 단순하면서 차갑지만 온화한 성격으로 형상이 되어 돌아온다. 곡선과 직선이 만나 면을 이루고 분할된 형태로 기하학이 되다 이내 다른 면을 구성한다. 화면의 중심을 이루며 단순하면서 단아한 구성으로 린넨과 캔버스가 어울려 바느질이 만든 형태란 유기적이다. 작가는 수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로 작업에 변화를 가져온다. 리얼함을 추구하던 것이 추상으로 가는 계기가 되었다. 평면 안에 구사됨은 형식적인 면에서 회화로서 추상이지만 그 이면으로 작가의 삶을 기반으로 작품을 들여다보면 현시점, 지나온 시간, 사회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로 보다 많은 것들이 수반된다. 국내가 아닌 타국에서의 생활은 좀 더 많은 것을 보게 했으며 익숙지 않은 사회에서 어울려야 하는 자기를 찾는 계기가 되어준 곳이기도 하다. 보통의 유학파들이 겪는 언어 소통의 문제 그리고 그곳에 들어갈 수 없는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존재로서의 현실은 작업을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길로 그림 안은 형상을 줄이고 갈수록 추상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 자제됨과 유연하게 연결되는 형태로 바느질의 장력은 만남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양상을 추구한다. 곡선과 직선이 어울리는 면은 자유로우며 자연스레 표현되는 장면으로 작가만의 추상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면을 환기시키는 현상이고 그날의 따른 감정을 환원시키며 기억은 색감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하나의 화면 안에 장력이 만드는 선, 이음매가 연결 짓는 선이 색면의 가장자리를 형성시키며 평면을 구획하기도 하며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선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모자이크처럼 연결되는 그림 간에 소통방식으로 어울림은 설치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시간 속에서 자신을 위한 확실성을 창조해 부여한다는 작가의 말에 의미부여를 싶다.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이미 불확실하고 혼란스럽다 볼 수 있지만, 여하튼 작가는 이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시대를, 보내기 위해 뭔가 확실한 것, 때로 그것이 비록 허상이라 해도, 붙들고 갈 수 있는 무엇, 내적 질서 같은 어떤 것이 필요하다. 이는 작가만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앞날을 두려워하며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고 있기에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무엇은 절실하다. 고국이 아닌 타 지역 안에서 사회 안에 들어가고자 했던 개인으로 단아한 형태를 구사하고 섬세한 면을 투영시킨 색채는 어쩌면 내적 질서로 확실한 표상이지 않을까.
■ 갤러리 도올
서울에서 뉴욕으로 이주했을 때 맞닥뜨린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장벽에 대한 경험은, 안현정 작가로 하여금 그녀만의 시각언어를 창조하고 그것을 통한 소통 방법을 모색하도록 자극했다. 안 작가의 작업은 작가 본인이 경험한 감정과 이야기를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수수께끼 같은 추상적인 형태의 시각 언어를 통해 표현한 일종의 테라피 다이어리라고 할 수 있다.
안현정은 린넨과 캔버스천 등을 꿰매어 작업하는데, 이어진 각 천의 재봉선은 단아하고 자연스러운 형태와 선을 만들며, 그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 꿰매어진 천을 캔버스에 씌울 때 가해진 장력과 긴장은 화면 위에 예상치 못한 형상을 만들어내며, 작가는 그 작업 단계에서 주어지는 우연성을 배우며 수용한다. 천의 이음새는 일종의 드로잉 선의 역할을 하며 색의 경계이기도 하다. 작업에 사용된 색상은 작가의 경험 안에서 추출되었고, 날씨, 시간, 감정의 온도를 나타내며, 작품 안의 형태는 작가의 기억 속에서 선택되어 표현되는데, 원색조차 채도를 낮추어 그 색채감정은 우호적이며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안현정의 작업은 개인적 서사의 시간과 감정들의 응축, 그리고 그것들이 존재의 했음을, 그리고 작가의 내면 질서를 보여준다.
■ 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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