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이종무
백두산 천지의 백년초 2000, 캔버스에 유채, 111×161cm
이종무
마곡사입구 1981, 캔버스에 유채, 91×116.5cm
이종무
설경 1987, 캔버스에 유채, 97×130cm
이종무
고원의 잔설 1988, 캔버스에 유채, 111×144cm
이종무
신록의 산 1985, 캔버스에 유채, 73×91cm
이종무
소나무가 있는 신록 1981, 캔버스에 유채, 91.2×73cm
이종무
가을 산 1982, 캔버스에 유채, 143.5×110.5cm
≪산에서 산산이(山山散散)≫는 당림(棠林) 이종무(1916~2003)가 말년에 그린 풍경화를 통해 당림의 여유롭고도 올곧은 삶의 태도를 살피는 전시다. 전시명 ‘산에서 산산이’는 1970년대 중반 이후 자연 앞에서 수용하고 투영한 당림의 심상이 산산이 흩어지던 모습을 떠올려보며, 흩어진 전국 산하를 누비던 당림의 노년시기 태도를 형상화한 것이다. 겹치고 겹친 깊은 산이 바다처럼 무한히 펼쳐지는 장엄한 풍경이나 소박한 산간 풍경을 눈앞에 두고, 당림은 화가로서의 삶과 화풍에서 자질구레함을 소거하거나 덧없이 과감해지고자 하는 말년의 가치관을 함축하여 화폭에 옮겼다.1
1950년대 중반 구상 양식에 기반을 두고 출발한 당림의 화풍은 말년까지도 지속되었다. 이후 1950년대 말의 앵포르멜이 물결치던 특수한 시대적 상황은 당림의 추상미술 양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때의 추상 작품에서조차 ‘자연’을 심상적으로 관조하고 비형상적으로 굴절시킨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것으로 미루어, 양식적 변화를 과도기적으로 수용했으나 무엇보다 차분한 내면의 감성으로 자연 앞에서의 심상을 표현하려 했던 당림의 일관된 작업 의식을 짐작할 수 있다.¹
당림은 화단 활동을 거의 중단한 채 고향인 천안 아산에 당림미술관을 건립한 이후 미술관 주변 풍경에서 나아가 인근 서해안, 백두산 천지까지 직접 눈에 담으며 자연에 대한 애정으로 풍경화에 몰두했다. 당림의 제자인 서양화가 이근신은 “매사에 엄격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꾸준히 그림 속에 묻혀 살고 계시는 선생님의 인격이 단단한 산사나무 열매 ‘아가위’를 뜻하는 아호 「당림(棠林)」에 담겨있다”²고 일컬었다. 이와 같은 말년의 여유와 곧은 태도는 일본 유학, 직업화가, 강단 활동, 그리고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목우회 창립위원 등의 사회활동으로 쌓은 연륜³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
담담한 시선과 절제된 태도로 세상을 마주하려는 당림의 삶의 태도는 말년의 풍경화에서 사사로운 것의 재현을 생략하고 단순화하려는 조형적 특징에 비친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 그 자체를 왜곡 없이, 담백하고 단정하며, 동시에 품위 있게 재현한 화풍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채도를 낮추고 따뜻한 색채를 사용하여 온화한 색채 감각을 드러내고 평면성이 드러난 1980년대 이후 풍경화의 조형성으로 말미암아, 자연의 생명력과 기운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려는 남은 삶의 여유로운 의식이 투영된 것을 엿볼 수 있다.⁴ 1960~70년대 풍경에서 산의 변주와 형태의 변화를 강한 원색과 선, 원근법을 통해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면, 80년대 이후에는 명암과 원근법보다는 평면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데서 그 차이가 드러난다.⁵ 주관적으로 재해석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풍경화로 온화하게 노래한 당림의 기운으로부터 그의 진실한 삶의 태도와 정서를 알아채길 바란다.
글 ㅣ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큐레이터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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