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장우성
군록 群鹿 Herd of Deer 1978, 종이에 수묵채색, 170.7×239cm, 고려대학교박물관
장우성
귀목 歸牧 A Return Cowherd 1935, 비단에 수묵채색, 120×240cm, 국립현대미술관
장우성
비상 飛翔 Soar 연도미상, 종이에 수묵채색, 66×84cm,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장우성
고원 高原 Highlands 1975, 종이에 수묵채색, 138×326cm, OCI미술관
장우성
금붕어 Goldfish 연도미상, 종이에 수묵채색, 35×46.3cm, 개인소장
이천시립월전미술관 · 한벽원미술관(관장 장학구)은 2022년 봄 기획전으로 《월전우화: 월전의 영모화》전을 개최한다. 월전 장우성의 1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최초로 그의 동물 그림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1부 전시가 4월 7일부터 7월 3일 까지 약 세 달간, 서울 한벽원미술관에서 2부 전시가 4월 29일부터 6월 22일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되며 두 곳에서 월전 장우성의 대표적 동물 그림 70여점이 망라된다.
이번 전시는 월전 장우성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그 작품 세계의 핵심에 해당되는 동물 그림을 집중 조명하려는 의도로 준비되었다. 그의 동물 그림의 전모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93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그의 오랜 작품세계의 변화와 특징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붓과 먹 그리고 색을 통해서 탄생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각탐험의 기회이기도 하다.
○ 월전 장우성의 동물화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1912-2005)은 현대 한국화韓國畵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이다. 그는 사회 전반은 물론 문화와 미술의 전면적 서구화가 진행된 20세기의 상황 속에서 전통시대 문인화文人畵의 미의식과 표현방식을 계승, 발전시키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일구어 갔다. 이는 현대 한국화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한 하나의 경향을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월전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영모화翎毛畵, 즉 동물 그림은 중요한 장르였다.
○ 월전 영모화의 시작
월전은 초기였던 1930년대부터 소, 갈매기, 백로, 부엉이 등 다양한 동물 그림을 그렸다. 그의 초기 동물 그림에서는 사실성과 장식성이 두드러진다. 당시 월전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볼 수 있듯이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몇 차례 동물원에 방문하여 갈매기를 스케치하기도 했다. 과거의 작품이나 판화 화보畵譜 등을 참조하여 정형화된 동물을 그리던 조선시대와 다른 태도를 취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20세기 전반 서구 미술의 영향을 받아 동아시아 전체에서 등장했던 흐름이자 특징이었다.
○ 월전이 그린 새
월전은 앵무새, 기러기, 까마귀, 참새, 백로 등 다양한 새를 그렸다. 새의 해부학적인 특징이 잘 반영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단축법을 적용함으로써 이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이는 세밀한 선과 짙은 채색으로 얻은 효과가 아니라 먹의 점, 선, 면과 그 퍼짐을 적절히 이용한 것이다. 또한 적절히 살린 여백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를 통해 사실성과 표현성이 조화를 이룬 화면이 완성되었다. 여기에 월전은 화면 한 군데에 시를 적어 작품의 의미를 극대화했다. 그는 농약에 오염된 고기를 잘못 먹고 죽어 가는 백로를 그리는 등 주로 상서로운 의미로 그려지던 새를 사회 비판적인 것으로 바꾸어 그리면서 영모화의 경계를 확장시켰다.
○ 월전이 그린 길짐승
월전은 사슴, 양, 고양이, 개, 쥐, 침팬지, 여우 등 다양한 길짐승을 그렸다. 그가 그린 길짐승 그림 가운데에는 푸르른 들판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이 담긴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회 풍자적 의미를 담았다. 특히나 침팬지는 다른 화가들은 좀처럼 그리지 않은 독창적인 소재인데, 그는 이를 통해 인간의 도덕적 타락을 비판하고 있다.
○ 월전이 그린 물고기와 개구리
월전은 풍요로움의 상징인 물고기와 개구리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어 세태풍자적인 소재로 바꾸어 그렸다. 특히 황소개구리라는 소재는 누구도 그린 적이 없던 것이다. 월전은 뱀을 먹는 황소개구리의 모습에 빗대어 서구의 문화와 문물이 기존의 것을 잠식해 들어가는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월전이 그린 물고기와 개구리 그림은 공통적으로 넓은 여백 속에 불균일한 선과 담채를 이용하여 간결하게 대상을 그려냈다. 그 자체의 외모의 특징은 잘 반영되어 있지만,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서 표현성이 한층 두드러지게 되었다. 또한 보다 긴 제발을 적음으로써 작품의 의미적, 구성적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상에서 재현적인 측면, 시각적인 측면보다 의미적인 측면과 지적知的인 측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셈이다. 동물에 빗대어 인간사회의 비열함과 천박함, 온갖 부정부패가 팽배한 서글픈 세태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다. 바로 그림으로 그려진 우화寓話의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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