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킴: Sundays

2022.10.19 ▶ 2022.11.13

디스위켄드룸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0 (한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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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희킴

    기묘한 살갗 종이에 과슈,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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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ing Equal 2022, gouache on pages of book donated in London, 20.3 x 28.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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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희킴

    Queen 2022, gouache on pages of book donated in London, 28 x 4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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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lection 2022, gouache on pages of book donated in London, 24.5 x 3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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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わたし I 2016, colored paper on pages of book donated in Tokyo, 19.5 x 28.2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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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희킴

    깊은 잠에 빠지는 Sleeping Like a Baby 2022, gouache on Arches paper, 76 x 5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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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참는 Fighting Back Tears 2022, gouache on Arches paper, 76 x 5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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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희킴

    복수를 꿈꾸는 Overthinking of Revenge 2022, gouache on Arches paper, 150 x 131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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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운 Envious 2022, gouache on Arches paper, 76 x 5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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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오심으로 불타는 Burning with Hatred 2022, gouache on Arches paper, 140 x 11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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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고 싶은 Leave Me Alone 2022, gouache on Arches paper, 76 x 5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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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희킴

    Artist’s Ateli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 Press Release

    모든 세상이 정원이라면: 지희킴의 《Sundays》를 톺아보며
    박지형 (디스위켄드룸 큐레이터)

    정원과 서재는 많은 점에서 닮았다. 두 공간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구축한 곳으로, 사람들은 이곳을 가꾸고 관리하며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해왔다. 흥미롭게도 이곳에는 언제나 지각의 범위를 넘어서는 맥락이 있다. 말하자면 서재는 단순히 책이라는 사물이 모여있는 장소가 아니며, 주인의 성격을 반영하는 은밀한 비밀이나 사적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마찬가지로 정원은 겉으로 보기에 꽃과 나무, 곤충과 새 등 자연의 일부가 머무르는 곳이지만 그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태어남과 죽음, 충돌과 이접이 숨어있다. 이 두 공간은 지희킴에게 《Sundays》를 위한 개념적, 상징적 배경이 되며 작가가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서사의 변주를 꾀할 수 있는 선제적 장치로 활용된다.

    지희킴의 작업은 인간을 둘러싼 사회의 관습적 개념의 범위를 해제하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담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특히 오랜 시간 그의 세계는 개인의 사적인 경험으로부터 도출된 문제 인식들 — 젠더에 관한 사회적 통념, 불온한 신체성, 경계를 허무는 정체성 등— 을 다루는 미학적, 철학적 언어에 튼튼하게 이어져 있는 듯했다. 반면 최근 그의 작품은 나라는 유한한 공간과 자신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다수의 관점들 사이의 통로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세상을 본인 시각으로 흡수하는 내적 사유의 과정과 실재하는 이미지를 구현하는 외현적 절차 모두에서 발견되는 변화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무엇인가 그려내기에 앞서 실존할 수도 혹은 그가 오롯이 픽션으로 그려낸 것일지도 모르는 이들의 일상을 상상하고 문장으로 옮겨보았다. 이는 풀이 무성한 정원을 더듬으며 그 속에 감춰져 있을 보물을 찾아가는 은밀하고도 가슴 뛰는 경험과 비슷하다. 그는 불완전하게나마 그들의 내면으로 침투하는 시간을 통과하며 다양한 정서의 결을 길어올리고 화면을 가꾸어간다.

    전시장의 초입에는 그림이 그려진 책들이 여러 권 펼쳐져 있다. 북드로잉 연작은 타인으로부터 무작위로 기증받은 책 위에 드로잉을 올려 완성하는 회화로, 애초에 나로부터 출발하는 작업이 아니다. 이는 반드시 타인의 참여와 관심을 전제로 발화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형태와 내용의 서적들로부터 시작되는 미지의 여행과도 같다. 작가는 이러한 모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한 자아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수한 타자들과 접속하는 방식으로서 이 실험을 지속한다. 흥미로운 점은 임의로 선택된 책에 담긴 글들은 지희킴에게 의미론적 해석 혹은 소통의 필연적 조건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리어 주어진 기표는 기존의 의미로부터 충분히 해방되며 다음 사용자가 생성하는 서사가 침투할 수 있는 순수한 배경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물, 인간, 자연의 형태 등 기존의 의미망에서 탈주한 대상에게 보다 열린 위치를 확보해 주는 일은 지희킴의 작업을 지탱해 온 구심점이었다. 요컨대 여러 도시들로부터 도착한 책은 작가에게 무작위로 주어진 타인의 세계이자 기억이면서도 주관적 사유의 레이어를 더할 수 있는 잠재된 가능성이 된다.
    이미 쓰인 것들을 가리며 생겨나는 색과 농담은 그가 떠올린 인물들이 느꼈을 크고 작은 감정적 파장들을 반영한다. 그런데 어쩐지 고양이, 나비, 문어, 샹들리에, 체리 등 두서없이 흩어진 도상에는 색이 없다. 이는 내가 아닌 타자의 일상을 자신의 것과 나란히 놓아보면서도 그들의 영역을 단일한 목소리로 오독하거나 대상화하는 섣부른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세심한 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대신 관객들은 역으로 작가가 제시하는 여러 사물의 도상과 또 다른 누군가가 쓴 텍스트 사이를 오가며 무궁무진한 시각적, 관념적 유영을 경험할 수 있다. 능동적인 기호 읽기는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접속하는 시공의 특수성과 과거를 연결하며 현재의 감각적인 경험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북드로잉 연작은 독자로 하여금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에서 그 실천적 과정을 직접 수행하도록 격려한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흑백 드로잉이 걸린 서재를 지나 계단 아래의 숨겨진 방으로 내려오면, 분출되는 색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맞닥뜨린다. 그중에서도 간결한 윤곽선과 대비가 강한 색 면들로 채색된 풀과 꽃들이 눈에 띈다. 이 형상들은 그가 작업실 근처의 식물원을 오가며 보았던 희귀한 식물들이 유희적 탐구의 대상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각각의 화면은 개별적으로 구성되면서도 주변의 다른 화폭과 연결되며 끊어진 시간들을 이어간다. 액자로 분할된 각 종이의 테두리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생명력이 강한 꽃과 풀은 펼쳐진 화면들 안과 밖에서 줄기와 잎을 무성히 키워간다. 이름 모를 생명체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처럼 비정형의 기운을 선명하게 분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곳곳에 식물과 함께 있는 나비, 잎으로부터 떨어지는 액체, 해골, 거미는 정원을 마냥 신비롭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위험과 긴장이 공존하는 곳으로 변모시킨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정원을 이루는 각 식물이 사람의 심적 상태를 설명하는 여러 형용사들을 이름으로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정원에 존재하는 요소들의 성질을 각 개인의 내면을 대변하는 함축적인 매개물로 보여주고자 한다. 고독하고, 때로는 비참하고, 증오심에 불타면서도 때로는 두근거리고 환희에 차며 설레는 시간들은 모든 사람이 통과하는 감정의 편린들이다. 그는 카오스와 같은 삶 안에 뒤섞여 있는 상충하는 감각들의 지류를 감지하고 이를 인위적인 자연의 공간인 정원으로 이끌어온다. 미묘한 심리의 진동을 포착하고 공감하는 일은 마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에 물을 주고 무성한 풀을 다듬으며 만개한 꽃의 향기를 만끽하는 일과 유사하다. 작가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감각의 팔레트들이 중첩되며 만드는 낯선 풍경 안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그의 작업을 대변하던 기존 수사를 걷어낸 뒤 그 아래에서 새롭게 건져올릴 수 있는 것은 보다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이었다. 그는 몸이라는 껍데기 가장 밑바닥에 있는 비언어적 반응들을 조심스레 끄집어낸다. 인간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변덕스러우며 연약하다. 몸은 턱없이 작은 충격에도 한계에 부딪히고 유한한 것으로써 금세 사그라든다. 정신 역시 외부의 힘에 의해 쉽게 변형되고 그 상태를 가늠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이 존재가 느끼는 언어화, 가시화되지 않은 감응의 양태들은 곧 그들이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고 욕망하는 힘이 되어준다. 이처럼 지희킴은 인간이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획득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기민하게 살피고 형태를 가진 실체로 옮겨간다. 미처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읽었던 책을 모으고, 언젠가 만날지도 모르는 A의 주말을 상상하며 비현실의 풍광을 끊임없이 펼쳐내보이는 시간은 애정 어린 마음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그만의 방식일 것이다. 그가 꾸려가는 서재와 정원에 가득 찬 생기와 사랑, 활력을 느끼며 지금도 그가 어디선가 써 내려가고 있을 모두의 이야기가 또다시 궁금해진다.



    수림아트랩 재창작지원 2022 : 지희킴 < Sundays >

    정형화된 대상의 관념을 해제하고 이를 자신의 세계 안에서 다시 위치시키고자 한다. 총체적 인식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신체, 완결된 문장 등은 그의 작업 속에서 반복적으로 분열되어 모호한 것이 된다. 그러나 작가는 대상들의 규정할 수 없는 상태로부터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이 발현된다고 믿으며, 자유로워진 기호를 색과 선의 움직임 속에 놓는다. 또한, 그가 그려내는 것은 때로 대단히 작고 섬세하지만, 때로는 신체의 범위를 벗어난 즉흥적 풍경으로서 제시된다. 다양한 규격과 매체 간의 변주는 마주하는 관객이 이미지와의 실재적 경험의 경중을 달리하도록 하며, 끊임없이 리듬감 있는 관계 속에서 그의 세계를 마주하도록 한다.
    지난해에 이어 수림 아트랩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북드로잉 시리즈를 조명하는 동시에, 관객의 서사를 촉발시키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소개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활동무대를 넓혀나가며 미술계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회화는 문학적 서사와 상상력을 시각언어로 되살려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하며 문학과 회화의 관계를 극적으로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국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순수미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업소개
    <수림아트랩>은 예술가의 ‘오늘’을 탐구하고, ‘내일’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수림문화재단의 창작지원 사업입니다. 기존 작업에서 탈피하거나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격려하며 최대 2년까지 창작활동을 지원합니다.

    전시제목지희킴: Sundays

    전시기간2022.10.19(수) - 2022.11.13(일)

    참여작가 지희킴

    관람시간수~토: 12:00pm - 07:00pm
    일 11:00am – 05:00pm
    입장마감 17시

    휴관일월요일, 화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디스위켄드룸 ThisWeekendRoom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2길 30 (한남동) )

    기획김나형

    후원수림문화재단

    연락처02-962-7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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