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김종영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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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김종영 선생 40주기이며, 어느덧 미술관 개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김종영미술관은 2002년 선생의 기일에 맞춰 개관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부터 매해 전관에 걸쳐 진행되는 김종영 특별전을 개최해왔습니다.
올해는 <‘불각(不刻)’ – ‘상(象)을 조각하기’>라는 제목으로, 김종영 작품 연구에 가장 어려운 문제인 ‘불각’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김종영은 생전에 작업실 당호를 ‘불각재(不刻齋)’라 정했고, 서예 작품에 ‘불각도인(不刻道人)’이라 낙관했으며, ‘불각(不刻)의 미(美)’를 예찬했습니다. 그런데 이 모두는 김종영 사후에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김종영이 생전에 본인의 예술관을 밝힌 글은 서울대학교 교수를 정년 퇴임하기 직전인 1980년 5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을 기념해 간행한 조각 작품집에 게재한 「자서(自書)」, 즉 ‘작가 노트’가 유일했습니다. 또한, 1983년 1주기를 맞아 유고 선집 『초월과 창조를 향하여』가 간행되어 「불각의 미」라는 제목의 글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1989년 호암갤러리에서 개최된 유작전 전시 서문을 쓴 정병관이 처음으로 ‘불각’을 김종영의 추상 조각을 설명하기 위한 핵심어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한국미술사가 서구 미술을 어떻게 수용했는지에 방점을 두고 기술하다 보니 그는 불각을 20세기 서구미술사에서 등장한 오브제 개념이나 미니멀리즘의 ‘번안’으로 설명했을 뿐이었습니다.
이후 불각은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원인은 두 가지로, 첫째는 김종영이 남긴 글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김종영의 글을 토대로 그의 작품을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이번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불각(不刻)’의 의미를 살펴 서양의 추상 조각과 김종영의 추상 조각이 어떤 변별성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래야만 20세기 한국미술사에서 김종영의 추상 조각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지 온전히 살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코로나로 인해 개막행사를 특별히 개최하지 않는 점 널리 살펴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종영의 작업노트 중에서, 「불각(不刻)의 미(美)」
“고대 중국 사람들은 일찍이 불각의 미를 숭상하였다. 괴석(怪石) 같은데 약간의 가공을 했을 때는 손댄 자국을 없애기 위해서 물속에 몇 해를 넣어두었다가 감상을 하였다. 이것은 자연석의 경우에 인공이 가해진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이겠지만, 옛날 사람들이 불각의 미를 최고로 삼은 것은 형체보다도 뜻을 중히 여겼던 탓이다.
현대 조형 이념이 형체의 모델링보다도 작가의 정신적 태도를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은 동양사상의 불각의 미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브랑쿠지나 헨리 무어의 작품이 조각으로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자연스럽게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은 조형에 대한 순수한 의미를 구하는 태도고 보니 이것은 역시 불각의 미다. 즉 자연에서의 조화를 구하는 것이기도 하려니와 그러면서도 작품은 확실하게 외연(巍然)히 존재하면서 항상 자연의 대 질서와 상통하는 격조를 지니게 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조각은 대자연의 질서를 집약과 확산의 동시 작용이 있다. 우리가 항상 희구하면서도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정체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무한한 것, 영원한 것, 행복한 것 등인데 인간은 여기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온갖 노력과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란 것을 따지고 보면 이 욕구를 채우기 위한 인간의 고뇌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문득 이 세 가지를 생각할 때 이것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극히 사소한 우리의 신변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어쭙잖은 한 포기의 화초나 나뭇가지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무한한 것, 영원한 것을 발견하지 않는가. 그리고 인간의 절실한 요구인 행복이란 것도 백억의 재산이나 절대한 재력에 있다기보다 극히 사소한 일시의 기분이나 생리적인 어떤 조화에서 실제적인 행복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1915년 경상남도 창원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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