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I am jesus christ c-print, 100x148cm, 2008, 개인소장
김재범
They pretended they were God c-print, 120x134cm, 2009, 개인소장
김재범
And then there were none) c-print, 100x133cm, 2008, 개인소장
김재범
jungle high school c-print, 120x152cm, 2009, 개인소장
김재범
no casualty c-print재료, 120x148 , 2008, 개인소장
김재범은 국내외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사고를 다루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사건과 사고는 과거에서부터 지금 현재의 순간에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중에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줬던 사건들도 있지만 신문이나 뉴스에 조그맣게 다루어져 사라지거나 아예 기사화되지 못한 채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것들도 많다. 작가는 이러한 사건들을 찾아내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장소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사건의 내용만 다를 뿐 모든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달라 진 것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그 원인의 중심에는 인간인 우리가 어떤 사건을 대하는 태도나 행동방식이 있으며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사회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가?’ 라는 의문에서부터 그의 작업은 출발 하고 있다.
우선 우리는 작가의 작업과정과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 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일단 국내외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찾아내어 다루어야 할 사건들을 선정한다. 여기에는 특정한 기준 점은 없으며, 작가가 찾아낸 사건은 9.11 테러나 남대문 방화사건, 황우석 사건 등 우리가 알만한 국내외에서 큰 파장을 가져온 사건들이나 일본에서 벌어진 sakakibara 사건이나 미국의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43명의 안락사 시킨 사건 등 외국에서 벌어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과 한국에서 벌어진 진성학원에서 학교폭력에 반대하여 종이비행기를 날렸던 시위 등 기사화 됐었으나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져버린 사건들로 다양한 사건들이 주제가 된다.
이렇게 찾아낸 사건들 중 몇 가지를 선택하고 나면 작가는 자료조사에 들어간다. 이 자료조사는 작가의 주관적인 관점에 의해 특정한 내용들이 선정된 것이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매체에서 언급되었던 여러 관점에서의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TV, 신문, 개인 블로그, 커뮤니티 등등 공적인 성향의 매체와 사적인 매체들을 넘나들며 자료를 수집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매체들 그리고 그 매체나 단체 그리고 개인들의 종교적, 사회적 ,정치적, 인종적 관점을 통해 한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아 낼 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어느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우며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렸다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이 자료는 온전히 그것을 읽고 바라보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리고 이러한 자료들을 전시장에서 차트와 같은 형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러게 조사된 이러한 사건들을 자료들을 살펴보게 되면 어떠한 사건들이라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우리는 점점 잊어가고 그 당시에는 아무리 열을 올리고 사건에 대해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도 관심이 시들해지고 결과적으로는 제일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면 흐지부지 되게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김재범은 위에서 살펴본 자료들과 함께 사건들을 사진 작업으로 우리에게 귀결시켜 제시한다. 그가 다루는 사진작업은 현장성 있고 사실을 보도하고자 하는 저널리즘적이고 다큐적인 사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컴퓨터 합성을 통해 실제 현장은 아니지만 마치 현장에서 찍은 것과 같이 인식되게 만드는 디지털 다큐멘터리 사진과 같은 방식을 보여준다. 기존의 다큐나 저널리즘적인 사진은 사건 현장에서 사건이 벌어진 이후의 일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거나 최대한 벌어지는 상황에 근접하게 접근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김재범의 작업은 사건의 주된 인물이나 그가 처했던 상황들, 그리고 사건에 사용되었던 도구들을 사진에 등장시킴으로써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이나 그 사건의 전조가 되는 상황을 표현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면은 그 누구도 볼 수가 없고 촬영할 수 없는 장면이며, 철저히 작가의 상상에 의해서 나타나는 이미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건들을 작가가 제시하는 자료들을 통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또는 작품의 제목을 읽어내는 순간에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망각하고 잊어버렸던 사건들을 되살려내게 된다. 그리고 사진 앞에 서는 순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바로 그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부재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사건의 전조와 그 이후에 텍스트와 이미지 자료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순환되는 과정을 통해 사건이 벌어진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강렬하게 인식시킨다.
또한 사건 이후의 자료를 통해 전조의 장면이 등장하고 전조의 장면 통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시간을 새롭게 만들어 냄으로써 우리가 하나의 사건을 대할 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겨나는 무관심과 망각의 반복적인 순환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사건 하나하나의 가해자의 잔혹함과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그 이후에 벌어지는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의 파생을 통해 그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들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행동과 사고를 다시 한 번 폭넓고 세밀하게 살펴보게 되고 새롭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재범은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사고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우리가 어떻게 그런 것들을 잊어가고 또 계속해서 유사한 사건들을 반복되는지를 사진과 자료들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결국 작가는 이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결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우리가 이러한 본성을 다시 직시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결함 속에서 우리 개개인이 취해야 할 태도와 자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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