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IC TOY KIDS
2010.07.17 ▶ 2010.07.31
2010.07.17 ▶ 2010.07.31
신민
경숙 혼합재료, 15.8×13×12.4cm, 2006, 개인소장
신민
전화받는 세연 사진, 4×6inch, 2007, 개인소장
신민
(유재하의 음악을 좋아하는)도레미 혼합재료, 26.7×17.1×14cm, 2007, 개인소장
신민
(유재하의 음악을 좋아하는)도레미 혼합재료, 26.7×17.1×14cm, 2007, 개인소장
신민
모의 생일잔치 사진, 4×6inch, 2007, 개인소장
신민
눈이 10개인 혜미 종이에 연필, 눈알, 57x40cm, 2010, 개인소장
신민
담배 피우는 유정 종이에 연필, 눈알, 57×40cm, 2010, 개인소장
신민
파과의 요정 혼합재료_가변설치, 2010, 개인소장
신민
외로운 생일케이크, 모 혼합재료, 18.5X14.2X14.0cm, 2007, 개인소장
신민
목졸린 소녀, 은혜 종이에 연필, 48.5X65.0cm, 2003, 개인소장
신민
은주언니 종이에 혼합재료, 30.9X36.0cm, 2006, 개인소장
신민
한상 혼합재, 21.1X20.0X27.3cm, 2007, 개인소장
학창시절에 유행하던 주문 -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코딱지 만한 종이에 적어서 그것을 잉크펜의 기름부분에 꽂아놓고, 그 펜을 다른 사람의 손이 안타게 자기가 다 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종이가 터널 같은 잉크대 속으로 들어가는 만큼 펜의 주인은 기쁘고, 긴장한다.
나 역시 이런 주문에 열광하였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에서 나오는 기운과 내 글씨에서 나오는 기운이 섞여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아~~~~무일도 없었지만)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힘든 것들은 학생 문고본으로 나온 사랑의 주문책 따위를 보면서 주문을 외웠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주문을 외울 때와 같은 마음으로 집중하고 굴리고 굴려서 그렸다. 어떠한 절차도 없고 아무런 준비 없이 헤매며 그리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그림의 첫 시작은 눈을 감고 스케치를 한다. 그런 뒤 눈을 뜨고 선을 다듬는다.
손오공이 자기 머리털을 떼어서 자기복제를 하듯 작업들에게 나를 떼어주고 내 편으로 만든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림 속의 아이와 눈이 마주치는데 그게 좋다. 씩 웃고, 말을 걸고 대답을 한다. 이렇게 그리고 나면 제목을 붙일 수가 없다.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
경숙, 현주, 은숙, 은혜처럼.
평면그림에는 부피가 있는 물건을 집어넣기 어렵기 때문에 유리병에 소중한 물건들과 소원을 적은 종이나 좋아하는 사람, 고마운 사람의 이름을 넣어서 봉하고, 인형가게에서 한참을 쳐다보고 쳐다보다 눈이 맞은 유리눈알을 골라 그 눈알에게 이것저것 구경을 시켜준다.
살이 될 점토들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틀어놓은 창가에 놓아서 멜로디와 햇빛, 달빛, 구름, 바람의 기운을 받게 한다. 마치 메주에게 첼로연주를 해 주는 사람처럼 나도 내가 작업할 재료들을 내 방식으로 숙성한다. 그러고 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분신사바를 하듯 어떤 이끌림을 따라 얼굴을 만든다.
김장김치의 공정을 설명하는 것 마냥 글로 서술하니 이상하다. 이상해서 좋다. 새로운, 이상한 방식으로 작업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를 원한다.
나는 작가보다 마녀가 되고 싶다. 마녀 같아져야 내가 바라는 작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작을 하고 싶어도 이러한 ‘신끼‘가 없으면 할 수 없다.
2010년 현재 ‘신끼‘는 나갔다.
더 이상 그림과 얼굴들은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고 나도 말을 걸 수 없었다.
나의 더디었던 키즈의 시대가 일단락되고 있다.
나를 충동질하던 감각의 행방은 묘연하지만
다시 ‘신끼’가 내릴 때까지 그림을 그리며 기다릴 것이다.
PANIC TOY KIDS
내 작품들 속 무섭고 더럽고 살찌고 이상한 여자들의 외모에서 풍기는 다정함을 사랑한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일까? 또 다른 의미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쓸모없는 자신에 대한 당황스러움도 담고 있다. 깨진 커피잔처럼 말이다.
이러한 나의 작품들을 PANIC TOY KIDS 라고 무리 짓기 위해서,
혹은 ‘이소룡 키드‘ 라는 말과 같이 사춘기 때에 그룹 패닉이나 토이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세대라는 의미에서 플레이스 막에서의 처녀 개인전을 PANIC TOY KIDS라고 이름 붙였다.
못생긴 외모를 강조하는 귀밑 3cm 버섯머리에 촌스러운 교복을 입고 중학교를 다니는 것은 지옥이였다. 선생님의 “떠든 사람, 양심적으로 나와!”라는 말에 한두마디 속삭인 나와 친구가 순진하게 나가서 손바닥에 멍이 들도록 맞은 기억, 학생을 괴롭히기 위해 내주는 것 같은 정말 변태스런 숙제들, 병신같은 선도부원들, 최악의 수학여행, 반에서 43등, 복도에서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남자새끼들, 이상한 무리들...
이러한 것들에 항상 입이 삐죽 튀어나와있던 나와 친구가 탄천에 앉아 도시락만한 워크맨으로 듣던 패닉과 토이음악들은 우리를 위안했다.
내 마음 속 강물이 흐르네
꼭 내 나이만큼 검은 물결 굽이쳐 흐르네
긴 세월에 힘들고 지칠 때
그 강물위로 나의 꿈들 하나 둘 띄우네
설레이던 내 어린 나날도 이제는
무거운 내 길 위에
더 무거 운 짐들
조금씩 하나씩 나를 자꾸 잊으려
눈물을 떨구면
멀리강물따라
어디쯤 고여 쌓여가겠지
텅빈 난 또 하루를 가고
내 모든 꿈은 강물에 남았네
작은 섬이 되었네
-패닉, 강-
즉, 공감하여주는 친구
도피이자 음악과 예술로써 우리의 유대는 아름답다.
PANIC TOY KIDS라는 단어 안에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들어있다.
그러니까..
마음 속으로 패닉 토이 키즈! 라고 외쳐보면 드는, 결코 잡히지 않는 시기의 감성이다.
1985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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