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뫼비우스적 노마드 Mobius Nomad

2022.10.26 ▶ 2022.11.15

베카 갤러리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5 (삼청동, 상진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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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22년 10월 28일 금요일 05: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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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19-1, 145×112cm×2개,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9 Dual Fused Animals & Utopia2019-1, 145×112cm×2pieces,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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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1-2, 100×80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1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1-2, 100×80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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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0-2, 162×130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0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0-2, 162×130cm, ink, 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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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 2022-5, 72.7×60.6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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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18-16, 130.5×97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8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18-16, 130.5×97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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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19-16, 130.5×97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9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19-16, 130.5×97cm, ink, 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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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18-15, 130.5×97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8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18-15, 130.5×97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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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8-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18-4, 145×112cm×2개,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18 Dual Fused Animals & Utopia2018-4, 145×112cm×2pieces,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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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2-2, 100×80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2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2-2, 100×80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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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2-1, 100×80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2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2-1, 100×80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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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1-1, 100×80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1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1-1, 100×80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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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1-3, 72.7×60.6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1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1-3, 72.7×60.6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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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 2020-11, 53×45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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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0-12, 53×45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0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0-12, 53×45cm,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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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1-4, 72.7×60.6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1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1-4, 72.7×60.6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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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2022-6, 72.7×60.6cm,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2022 Nomadic Animals+Human-Civilization2022-6, 72.7×60.6cm, ink,pigment and acrylic on hanji, 2022

  • Press Release

    허진(許塡, HUR JIN, 1962-)의 창작론
    - 뫼비우스적 노마드-


    송 희 경(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Ⅰ. 필묵으로 구현된 서사(敍事)

    ‘새로움의 창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창작을 업으로 삼은 작가들이 평생 간직해온 화두일 것이다. ‘전통의 계승’을 수행해야 하는 한국화 작가들에게 새로운 조형성의 모색은 더욱 쉽지 않은 과제였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이를 훌륭하게 실현하는 작가군을 만나면 유독 반갑고 든든한 이유이다. 이 글에서 다룰 허진(許塡, HUR JIN, 1962-)도 이러한 작가 중 한 명이다. 널리 알려졌듯이 허진은 19세기 문인화가로서 운림산방을 경영한 소치 허련(許鍊, 1808-1893)의 후손이자, 남농 허건(許楗 1908-1987)의 손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선친의 고향인 목포에서 남농 선생의 화실을 드나들며 할아버지 어깨 너머로 지필묵을 목도하였고,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계간미술』이나 현대화랑에서 발간한 『화랑』을 탐독하며 성장하였다. 10대에 이미 구한말까지 계승된 서화(書畵) 예술과, 해방 이후 전개된 한국화 양식을 체득하며 화가의 꿈을 키워나간 셈이다.

    나고 자라면서 보고 익힌 예술적 안목과 소양은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하면서 창작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근대기의 도제 교육을 고수한 할아버지와 달리 공식화된 미술 제도권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그러나 학부 졸업 작품인 <항구>(1984)를 보면, 그가 서화의 기본 필묵법을 철저히 익혔음을 알 수 있다. 탄탄한 중봉과 갈필의 구사, 아름다운 먹과 담채의 조화, 여백을 통한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운림산방의 후손임을 새삼 확인케 하는 회화 양식이다.

    허진의 회화는 대학원 진학 후인 1987년부터 변화한다. 앞서 언급한 양식을 토대로 여러 기법을 탐구한 것이다. 예컨대 종이를 구긴 상태에서 물감을 발라 두꺼운 화판에 붙인 다음, 종이를 펼쳐 파생되는 발묵 선염의 효과를 고안하였다. 이러한 실험으로 탄생된 작품군이 바로 1990년 제1회 개인전에서 선보인 <묵시(黙示)> 시리즈이다. 허진은 <묵시> 시리즈에서 사회에 보이지 않은 이면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세상에 얽혀 있는 인연과 이에 내재된 감정을 인간과 사물, 먹과 색, 형상과 여백으로 표출한 것이다. 화면은 각양각색의 도형으로 분할되었고, 사람의 전신상이나 신체 일부가 이리저리 배열되었다.

    대학원 진학 후 전개된 변화는 인문학에 대한 심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허진은 당시 한반도에 상륙한 포스트모던 이론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하여 들뢰즈 가타리(G. Deleuze, F. Guattari)의 『천의 고원 Mille Plateaux』이나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르크(simulacre) 이론을 탐독하며 ‘나’와 ‘인간’에 대한 성찰에 집중하였다. 낯설지만 신선한 후기 구조주의 이론은 어렸을 때부터 필묵을 보고 자란 청년 작가의 사고를 완전히 전복시켰다. 그리고 <묵시> 시리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군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허진은 제1회 개인전으로 일약 화단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세간의 호평에 안주하지 않고 <다중인간(多重人間)>(1993, 2회 개인전), <익명인간>(1998, 4회 개인전)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작가의 지명도를 견고히 하였다. 일련의 시리즈에는 부제를 붙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다중인간>에는 ‘머슴 이야기’, ‘수문장 이야기’ 등, 역사에 생존하였을 불특정 다수의 서사가 사용되었고, <익명인간>의 부제에는 ‘소용돌이’, ‘고도를 기다리며’ 등, 동시대 인간의 심리가 반영되었다. <묵시>시리즈에 비해 윤곽선이 분명하고, 여백이 감소했으며, 인체를 포함한 사물이 더욱 분절되었다.

    허진 작업의 근간은 사람의 이야기, 즉 ‘서사(敍事)’이다. 고대 동아시아 회화에서 ’서사‘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재 중 하나였다. 서사가 표현된 회화는 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라 명명되면서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첫 번째는 문학 작품의 전개를 표현한 경우인데, 위진남북조 시대에 활동한 고개지(顧愷之, 약 348-405)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여사잠도>와 <낙신부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두 번째는 실제 생존하였던 역사적 인물의 훌륭한 행적이나 재미있는 일화를 그린 경우인데, 공자의 일생을 여러 장으로 표현한 《성적도(聖蹟圖)》가 이에 해당된다.

    미술사학자 존 헤이(John Hay) 교수는 동아시아 회화의 서사 즉 내러티브(narrative)를 도덕적 서사(moral narrative), 문학적 서사(literary narrative), 풍속적 서사(genre narrative)로 분류하였다. 이에 도덕적 서사는 교훈적 목표를, 문학적 서사는 시적인 상징물을, 풍속적 서사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사건을 시각적으로 기록한다고 부언했다. 즉 도덕적 서사는 교화를 목적으로 한 재현을, 문학적 서사는 표현적인 이미지를, 풍속적 서사는 사건의 일상성을 기록하는데 주력한다는 의견이다. 허진 회화에서는 존 헤이 교수가 언급한 서사의 속성 세 가지가 모두 발견된다. 익명 사회에 가려진 부패와 부조리가 ‘재현’되었고, 관객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이야기가 ‘표현’되었으며, 동시대의 일상이 날 것으로 ‘기록’된 것이다.

    허진은 평소 사람과의 대화를 매우 즐긴다. 표정이나 눈빛만으로 상대방에게 맘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큰소리로 마음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발화’함을 좋아한다는 고백이다. 게다가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화의 매력에 빠져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였다. 뇌리에 남는 강한 스틸 컷이 인물과 서사에 집중하는 그의 회화에 색다른 영감을 부여한 것이다.

    Ⅱ. 반골미(反骨美)의 표출

    서사는 2000년대 허진의 회화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제재가 되었다. 다만 이 시기 회화에서는 이전 시기의 작품과 다른 점이 발견된다. 우연히 발생되는 먹의 번짐이 줄었고, 채색이 두터워졌으며, 장식적인 패턴이 증가하였다. 물론 허진이 인물 서사만 시각화 한 것은 아니다. 같은 형상의 산수풍경을 반전하여 옆으로 연결한 <反_현대산수도> 시리즈도 함께 발표하여 창작의 스펙트럼을 확장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00년대 창작의 가장 큰 변화는 동물의 등장이다. 작품 제목도 <익명인간>에서 <익명동물>로 바뀌었다. 작가는 당시 유치원생인 아들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거나 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면서, 그리고 그들에게 동물 관련 동화책을 읽어 주면서 자연 생태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본 나라를 방문하였을 때 동대사 앞에 사슴이 방목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순간 “제2의 고향인 목포에 동물을 방목하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 보았다. 앞서 언급한 들뢰즈 가타리의 『천의 고원』에 기술된 유목, 즉 노마드(nomad)를 떠올린 것이다.

    허진은 자신의 화폭에 노마드를 실현해보고자 하였다. 사람의 형상과 코끼리, 사슴, 코뿔소 등을 등가로 배치하거나, 아예 사람을 생략된 채 동물의 실루엣만 가시화하였다. 게다가 <유목동물+인간>에서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부각하고, 인간을 단지 배경의 기능을 하는 패턴으로 사용하였다. 게다가 사물을 사방으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중첩하거나 분절하여 땅에 정착한 생물체가 아닌 공중 부양하는 객체로 표현하였다. 그야말로 노마드를 시각화한 셈이다. 이러한 허진의 노마드에는 발상의 전환과 창작의 역행, 즉 ‘뫼비우스’의 속성이 있다. 동물을 크게 포착하여 질감까지 표현한 반면, 인간을 하나의 유닛으로 단색 처리하였고, 화면 곳곳에 둥둥 떠다니도록 배치하였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과 창작의 역행은 작가의 반골 성향을 입증한다. 반골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권력이나 권위에 순응하거나 따르지 아니하고 저항하는 기골, 또는 그런 기골을 가진 사람”이다. 즉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인 권위나 방식, 관습 등에 맹종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비판과 반항을 일삼는 기질을 가리키는 표현”인 셈이다. 동아시아 회화사에서도 반골 기질을 표출한 화가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족 출신이자 원말 사대가에 포함되는 왕몽(王蒙, 1308-1385)이다. 그는 원대 최고의 문사 관료였던 조맹부(趙孟頫, 1254-1322)의 외손자이다. 어린 시절부터 외할아버지에게 그림 수업을 받은 왕몽은 낮은 직책의 관직을 맞았으나,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강남 지방이 몽고의 지배로 붕괴되자 관리 생활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항주 북쪽에 있는 황학산에서 은거하며 ‘황학산의 땔나무 줍는 이’라는 뜻의 황학산초(黃鶴山樵)라고 스스로 호를 지었다. 1368년 명 왕조가 들어서면서 다시 관직에 올랐으나 주원장의 박해를 받아 감옥에서 희생되었다. 한족 출신으로 원 정부를 등지고 은둔을 택하였으나, 결국 한족의 지배자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왕몽의 반골 기질은 그가 1366년에 그린 걸작 <청변은거도>에서 확인된다. <청변은거도>가 조맹부의 손자이자 왕몽의 사촌인 조린(趙麟)을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되니, 그림 속의 풍경이나 산장 역시 오흥 청변산에 위치한 조린 집안의 소유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당시 주원장의 군대는 오흥에서 전투를 하면서 상류층의 소유물을 전부 파괴하였다. 전쟁을 경험한 왕몽은 청변산과 산장의 풍경을 다소 불편하게 표현하였다. 화면에 가득 찬 산세는 뒤틀려 있고, 우모준이 구사된 바위는 매우 거칠며, 산속을 거니는 선비와 산장은 갇혀 있는 느낌이다. 성리학의 개념이 투영된 와유물이 아닌,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심상(心像)의 산수화를 선보인 것이다. 왕몽이 표출한 왜곡된 명암, 변형된 형상, 예민한 필치, 불안정한 구도는 중국 산수화에서 매우 보기 드문 조형성이다. 이러한 왕몽의 산수화는 여타 원말 4대가의 작품과 더불어 문인산수화의 양식을 고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재와 표현법은 다르지만 허진의 회화에서도 왕몽 산수화의 왜곡된 명암, 변형된 형상, 예민한 필치, 불안정한 구도가 목격된다. 허진은 반전과 반목을 중첩하면서 역동성과 균질성이라는 상반된 감각이 공존하는 화면을 완성하였다. 최근에 발표하는 <유목동물+인간_문명> 시리즈에서는 코뿔소, 얼룩말을 화면에 배열한 다음, 부유하는 군상과 바위를 그려 넣었다. 사람은 단순하게 처리된 반면, 바위는 수묵의 준법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사람은 동물과 겹치는 부분이 노랑으로, 배경으로 돌출된 부분이 검정으로 채색되어 대비를 이루었다. 이에 동물과 중첩된 노란 신체는 마치 구멍이 뚫린 여백처럼 보인다.

    이렇듯 허진의 회화에서는 20세기 한국미술의 창작 변화가 오롯이 목격된다. 운림산방의 후예답게 숙련된 서화의 필묵법을 토대로 하였으나, 20세기 후반 도입된 미술 이론을 폭 넓게 섭렵하며 새로운 조형성을 모색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개념 미술이 대세로 부각되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손으로 직접 붓을 휘두르고 온몸을 움직이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의 회화는 강한 역동성을 분출하여 관객들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아이디어와 최첨단 과학 기술로 승부하는 개념미술이 대세로 부각되는 동시대 미술계에서 허진 회화의 창작 여정과 조형성을 분석하고, 미술사적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HUR JIN (1962- ), Creation Theory
    – Mobius Nomad-


    By Song Hee-kyung (Ewha Womans University Visiting Professor)

    I. Narratives incarnated by brush and ink
    The creation of novelty may be what counts for every artist who has pursued creating something during their whole life. It has been a difficult task to explore a new artistic quality and formativeness for Korean painting artists who have to carry out a succession of tradition. That’s why we are really glad to come across some artists who have superbly achieved this mission in the art scene of our time. Hur Jin (1962- ), the topic of this essay, is one such artist. As is widely known, he is a descendant of Hur Ryeon (1808-1893), a 19th-century literati painting artist who ran Unlimsanbang, and a grandson of Hur Geon (1908-1987). Coming in and out of his grandfather’s studio in Mokpo as a child, Hur Jin learned a lot of things about paper, brushes, and ink by looking over his grandfather’s shoulder. He also grew up voraciously reading art magazines such as Gyegan Misul (Art Quarterly) and Hwarang (Gallery) published by Gallery Hyundai. He learned calligraphic and painting art handed down from the late period of Joseon and the Korean painting style developed after liberation in his early teens.

    His eye for and knowledge of art was nourishment for his creation when he entered the Department of Painting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Unlike his grandfather who preferred apprenticeships in the modern era, Hur performed to the limit of his capabilities in the institutionalized art world. His graduation work The Harbor (1984) suggests that he acquainted himself thoroughly with the basics of brush and ink techniques both in calligraphy and painting. This work was particularly marked by the adoption of solid jungbong (중봉, 中鋒, a calligraphic technique keeping the tip of the brush in the center at all times) and galpil (갈필, 渴筆, a brush technique using a dry brush with as little ink as possible), the exquisite harmony of ink with light coloring, and the aesthetics of filling and emptying through blank space. Such pictorial idioms are to confirm that he is a descendant of Unlimsanbang.

    Hur’s painting began changing in 1987 after he entered graduate school. He explored a wide array of techniques based on the modes mentioned above. For example, he brought about the effects of balmuk (발묵, 潑墨, ink effects created by adjusting ink tonality and wetness of the brush) and seonyeom (선염, 渲染, coloring with ink in gradated ink tones) derived from applying paints to a crumpled piece of paper and attaching it to a thick canvas. A body of works created by this experiment is the series Implied Apocalypse displayed at his first solo show in 1990. In this series, he made an effort to disclose the unseen hidden side of our society. This series is a representation of interlacing connections and innate sentiments with the images of humans and things. The scenes are divided by a diversity of figures while parts of or a whole human body are arranged here and there.

    A huge change after entering graduate school derived from his infatuation with humanities. He paid attention to theories about postmodernism that came into the Korean Peninsula at the time. He concentrated on ‘me’ and ‘humans,’ avidly reading A Thousand Plateaus (Mille Plateaux), a book by Gilles Deleuze and Felix Guattari and theories pertaining to simulacra by Jean Baudrillard. The theories about post-structuralism unfamiliar yet novel completely overthrew the thought of a young artist who had grown up with ink and brushes as a child. These also served as an impetus to give rise to not only the Implied Apocalypse series but also other works.

    Hur Jin rose to stardom with his 1st solo exhibition. He raised the level of awareness of his art by continuously releasing painting series such as Multiple Human (1993, 2nd Solo Exhibition) and Anonymous Human (1998, 4th Solo Exhibition), not satisfied with the public’s favorable comments. He also subtitled some of his series. Unspecified individuals’ narratives, such as ‘the tale of a farmhand’ and ‘the tale of a chief gatekeeper’ who were likely to exist in history were used for the Multiple Human series while the subtitles of pieces from the Anonymous Human series such as ‘whirlpool’ and ‘waiting for Godot’ reflected human psychology of his time. In such series, outlines appear more apparent, blank spaces are reduced, and things including the human body are more segmented in comparison with the Implied Apocalypse series.

    The foundation of Hur’s work is a person’s story, i.e. a narrative. This narrative was one of the oldest elements in ancient East Asian painting. Paintings with narratives were largely divided into two types referred to as gosainmulhwa (고사인물화, 古事人物畵, narrative figure painting). One was a representation of some literary work: typical to this are The Admonitions of the Instructress to the Court Ladies (女史箴圖) and Nymph of the Luo River (洛神賦圖) by Gu Kaizhi (ca. 348-405), an ancient Chinese painter who worked during the period of the Wei and Jin Northern and Southern Dynasties. The other was an illustration of a historical figure’s superb performance or achievement or an interesting anecdote: typical to this is Life of Confucius (聖蹟圖), a painting featuring the sacred footprints of Confucius in many pieces.

    John Hay, an art historian and professor classifies East Asian pictorial narratives into moral narrative, literary narrative, and genre narrative, adding that a moral narrative is a visual illustration of some didactic purpose, a literary narrative some poetic symbol, and a genre narrative some everyday petty occasion. His view is that a moral narrative concentrates on representing something for the purpose of edification, a literary narrative on displaying some expressive image, and a genre narrative on documenting some daily scene. These three attributes of narrative are all discovered in Hur’s paintings. His painting is a 'representation' of corruption and irrationality concealed by an anonymous society; an ‘expression’ of various stories invoking our imagination; and a ‘record’ of everyday aspects of our time in a raw state.

    Hur Jin usually enjoys conversations. He is fond of uttering his mind and thoughts in a loud voice rather than communicating his feelings with his expressions and eyes. Infatuated with films since his middle and high school days, he has watched a wide range of movies regardless of genre. His paintings highlighting figures and narratives have intensively been inspired by film stills.


    II. An expression of defiant beauty
    Narratives were still significant in Hur’s paintings in the 2000s. However, his paintings of this period were different from those in other periods. Less ink was spread by chance, coloring grew thicker, and more decorative patterns were adopted. His work was of course not only a visualization of figures and narratives. He also extended the spectrum of his creation with Reversed Modern Sansudo in which identical landscapes are reversely linked from the side. The biggest change in his creation of the 2000s was the introduction of animals. The titles of his works in this period were changed to Anonymous Animal from Anonymous Human. He became concerned with ecological and environmental issues while taking his kindergarten sons to the zoo, watching animal related TV programs, or reading animal related books to his children. When he by chance visited the city of Nara, Japan, he was shocked by the grazing sheep roaming Todai-ji. In that moment, he had a wild imagination of grazing sheep in his second home of Mokpo. He recollected the nomad described in A Thousand Plateaus (Mille Plateaux) by Gilles Deleuze and Felix Guattari.

    Hur tried to experiment with nomads in his paintings. He arranged equivalently the images of elephants, deer, rhinoceroses, and other animals alongside human figures, or set only the silhouettes of animals, leaving out human figures. Another series Nomadic Animal+Human gave prominence to the animal as the main character and used human images as a pattern serving as the background. In addition, things are overlapped or segmented in the process of setting them in the four directions, thereby representing them as objects levitating in the air, not as living things settled on the land. It is indeed a visualization of the nomad. This nomad by Hur Jin has attributes of the Mobius strip such as a switch of ideas and a retrogression of creation. While he expressed even the texture by capturing an animal large, he portrayed a human as a unit in monochrome and arranged them floating here and there in the scene.

    This switch of ideas and retrogression of creation testify to his bangol (반골, 反骨, defiant, rebellious, or uncompromising attitude or mindset) inclination. The dictionary definition of bangol refers to “one’s mettle of disconforming or resisting against any power or authority, or one who has such nature and mettle." That is, this means “a disposition to insist on one’s own way or to frequently carry out criticism and defiance rather than following any common authority, ways, or conventions blindly.” There are some who expressed their defiant, unyielding, and uncompromising spirit and nature in East Asian painting history. One of them is Wang Meng (1308-1385), a Chinese painter during the late Yuan Dynasty and a Han Chinese. He was the grandson of Zhao Mengfu (1254-1322), a superb literary man and scholar official during the Yuan Dynasty. He took painting lessons from his maternal grandfather and served in a low-ranking government post, but retired from this post when the Red Turban Rebellions broke out and the southern Chinese region fell to Mongolia. When the Ming Dynasty was established in 1368, he again entered government service but was killed in a prison, which was caused by persecution of Zhu Yuanzhang. He was a Han Chinese and secluded himself from the Yuan Dynasty, but was killed in the end by the Han Chinese ruler.

    Wang Meng’s bangol disposition is confirmed in his magnum opus Secluded Dwelling in the Qingbian Mountains. As he presumably painted this picture for his cousin Zhao Lin, a grandson of Zhao Mengfu, the landscape and the mountain retreat in this painting were perhaps Zhao Lin clan’s possessions situated in the Qingbian Mountains. This painting, however, radiates no comfort or relaxation. Zhu Yuanzhang’s military had destroyed all the possessions of the upper class at the time. Wang Meng who had gone through the war depicted the Qingbian Mountains and the mountain cabin as something uncomfortable. The mountains appear twisted, the rocks rendered in umojun (우모준, 牛毛皴, a brush technique used to depict images of smooth and rounded rocks devoid of trees) look harsh and rugged, and the scholar strolling in the mountains and the mountain retreat seem trapped in something. This landscape painting seems to be a manifestation of his mental images that express his emotions and sensations candidly, not one that reflects the notions of Neo-Confucianism. His pictorial idioms including distorted light and shade, deformed images, sensitive brushstrokes, and unstable compositions are rarely found in Chinese landscape paintings. His landscapes have been appreciated as the conception of a new literati landscape painting style alongside works by the Four Great Masters of the Late Yuan Period.

    Although Hur’s paintings are different from those by Wang Meng in terms of subject matter and expression, their paintings share distorted light and shade, deformed images, sensitive brushstrokes, and unstable compositions. Hur Jin completed his scenes in which the opposing senses of dynamism and homogeneity coexist, overlapping reversal and antagonism. He illustrated a large group of floating people and rocks in Nomadic Animal+Human_Civiilization he recently made public. While the people were treated in a simple way, the rocks were finished in ink and brush techniques. An overlap between humans and animals was painted in yellow, contrary to the background painted in black. The yellow bodies overlapping with animals look like a blank spaces with holes.

    Like this, Hur’s paintings display some change in creation of 20th-century Korean art. He extensively mastered art theories introduced in the late 20th century and pursued a new formativeness while staying based in skilled calligraphic and painting techniques as a descendant of Unlimsanbang. He didn’t mind driving a brush with his hand directly and moving his whole body vigorously, even in the present time in which conceptual art has become mainstream in Korean art. As a result, his paintings bring about a lively dynamism and lend a fresh energy to the viewer. We have to analyze his painting’s journey of creation and accurately comprehend its art historical context in the contemporary art world that gives prominence to conceptual art that strengthens its competitiveness with ideas and cutting-edge science and technology.

    전시제목허진: 뫼비우스적 노마드 Mobius Nomad

    전시기간2022.10.26(수) - 2022.11.15(화)

    참여작가 허진

    초대일시2022년 10월 28일 금요일 05: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무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베카 갤러리 BEKA Gallery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5 (삼청동, 상진빌딩) )

    연락처070-8807-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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