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정승
이모르텔(Immortel) 2022, AI 컨트롤(모터, 조명), 플라스틱(PC), 알루미늄 프레임, 모터, LED 장치, 290×120(dia.)cm ©2022. Jung Seung
정승
미디어월(Media Wall) 2022, 인공지능 애니메이션, 프로젝션 매핑, 컬러, 가변 크기 ©2022. Jung Seung
정승
미디어월(Media Wall) 2022, 인공지능 애니메이션, 프로젝션 매핑, 컬러, 가변 크기 ©2022. Jung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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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소멸-무제(Annihilation-untitled) 2022, 목제 프레임, LED 조명 장치, 하프미러, 40×30×20cm ©2022. Jung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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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소멸-샹들리에(Annihilation-chandelier) 2022, 로봇팔, 철제프레임, LED 조명 장치, 하프미러, 100×52(dia.)cm ©2022. Jung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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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소멸-샹들리에(Annihilation-chandelier) detail ©2022. Jung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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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거울(Twin Mirror) 2022, 와이드형 모니터, 웹캠, PC, 가변 크기(약 170x40cm) ©2022. Jung Seung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영생(永生)’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단지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지만 결코 이룰 수 없는/이루지 못한 꿈인 걸까, 아니면 현대 과학의 기술로 극복해야 할 대상인 걸까. 영생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온전한 생물학적 존재가 소멸하지 않고 현존한다는 의미일 텐데, 이러한 조건이 성립하려면 결국 순환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 된다. 굳이 자연의 섭리라는 큰 덩어리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나는 과연 영원불멸의 삶을 살고 싶은가’, ‘영원한 삶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관해 자문하고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인간에게 ‘영생’은 그 자체로 유의미한 테제(thesis)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계에서의 영생은 어떠할까? 내 육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소멸해도 내가 활동한 온라인 속 데이터들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안에서 계속 부유하며 영속할 것이다. 개인이 남기는 디지털 데이터는 그 사람의 인생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그 자체로 자산적 가치를 가진다. 최근 이러한 속성을 담은 ‘디지털 영생(digital immortality)’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작가 정승은 이처럼 시대의 변화와 속성에 명민하게 반응하며 동시대 예술 안에서 디지털 영생이 사람과 디지털 생명체와의 공존을 통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험한다. 생명체의 생육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 패턴이 적용된 작품으로 변환시키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작가는 디지털 데이터 기반의 작업을 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영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가 시도하는 알고리즘의 생성과 그 환경에서 발생하는 파라미터(parameter), 공진화 등에 관한 연구와 예술적 시도는 과학적 기술과 시각예술의 미감 중 어느 것 하나를 우위에 둘 수 없는 작업 구조 안에서 다양한 층위를 만들고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 타이틀 《Immortel》은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로, 새로운 프로젝트명이자 동시에 메인 작품의 제목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디지털 영생 프로젝트에 관해 “인간 뇌의 생물학적 기저에서 추출한 인간 영혼의 정보를 코드화하여 디지털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디지털 불멸 기술을 지향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의 대표작 <이모르텔>(2022)은 블랙의 PC 패널을 사용한 인공지능 로보틱 조각 작품으로 사운드와 키네틱, LED DMX로 구성되어 있다. 헥사곤 형태의 모듈이 모여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며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 인공지능 로봇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가상과 현실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독립된 객체(object)로 존재하며 예술 작품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또 다른 신작 <종의 소멸>(2022) 시리즈는 작가가 생명의 본질에 관해 새로운 정의를 시도하는 작품으로,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세포의 분열과 사멸이 반복되는 것에서 착안했다.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암세포가 결국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처럼, 인간의 편리와 한계 극복을 위해 제작된 인공지능 로봇이 진화를 거듭하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격이 변질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작품의 주재료인 거울과 조명은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재료로, 거울에 반사되는 불빛은 마치 무한 증식하는 세포처럼 수많은 레이어를 만들며 화려함을 과시하지만 결국 전원이 꺼지면 그와 동시에 모든 화려함도 함께 소멸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 1960~)는 그의 저서 『뉴미디어의 언어』에서 수적 재현, 모듈성, 자동화, 가변성, 부호 변환을 뉴미디어 원리의 핵심으로 설명하며, 뉴미디어 작품이 예술적 지위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관람자가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일정 시간 동안의 시퀀스(sequence)에서 형식적, 물질적 그리고 현상학적인 특정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데이터로 움직이는 정승 작가의 작품 앞에서 관람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마노비치가 주장하는 예술적 지위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관객과의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모르텔>(2022)은 전작 <프로메테우스의 끈>(2016-2020), <데이터의 굴절>(2021)과 실시간으로 서로 교신/교감하는 것이 가능한데, 작가는 그 과정에서 로봇들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을 거로 예측한다. 어쩌면 다음 스텝에서는 작가의 예측을 넘어 관람자의 반응까지 더해져 인간과 로봇이 함께 만든 미지의 세계관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SF 소설에 나올법한 이미지를 상상하고 이것을 실재화 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확장성과 가변성이 내포되어 있겠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뉴미디어의 기술은 작가에게 더 많은 시행착오를 요구할 것이다. 작가는 예술과 기술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시대의 흐름 안에서 예술가적 태도를 유지하며 인간과 로봇, 인공지능 사이에서 본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시대가 유토피아(utopia)일지 디스토피아(dystopia)일지 고민하며 상상한다. 작가에게 이번 전시 《Immortel》이 앞선 고민과 질문에 대한 대답의 단초가 되어 ‘영생’이라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을 디지털 생명체를 통해 발전, 퇴보, 소멸, 그리고 부활하는 과정을 실험하며 구체적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이상미(space xx 큐레이터)
1976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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