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새벽의 노래
2022.12.01 ▶ 2023.01.08
2022.12.01 ▶ 2023.01.08
전시 포스터
최종태
새와 소녀 2022(1960년대 작품 재제작) Bronze, 116 x 26.5 x 26.5 cm
최종태
소녀의 기도 2020
최종태
앉아있는 여인 2021
최종태
두 사람 2021 Color on wood, 56.8 x 23.5 x 17.5 cm
최종태
누워있는 여인 2022
최종태
생각하는 여인 2022
최종태
여인 2021
최종태
생각하는 여인 2020
가나아트는 예술을 통해 영원을 탐구하는 한국 현대조각의 거장 최종태(Choi Jong Tae, b. 1932)의 개인전 《새벽의 노래》를 개최한다. 1960년대부터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형태의 조각을 통해 삶의 본질과 영성을 표현해온 그는 한국 현대조각사에서의 위상을 인정받아 국립현대미술관, 김종영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가나아트에서 4년 만에 개최하는 최종태의 개인전으로, 최근에 제작된 조각, 회화, 드로잉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예술과 본질의 탐구를 향한 그의 끊이지 않는 열정과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그의 예술적 행보를 조명하고자 한다.
삶의 진리와 영원성을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데 일생을 바쳐온 최종태는 창작이라는 끊임없는 수행의 행위를 통해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 혁명 등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겪은 작가는 고난과 혼돈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고, 진리를 향한 구도의 길을 창작 행위와 함께 지속해 나갔다. 그는 괴테가 『파우스트』의 마지막에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정신을 높은 곳으로 이끄는 사랑과 인내, 수용 등을 여성적인 것으로 보고 여인과 소녀 상을 자신의 주요 모티프로 채택하여 일생을 인물상을 제작하는 데 천착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오롯이 순수한 본질만을 표현하기 위해 간결하고 소박한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양식을 확립했다. 최종태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단순미는 따라서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그의 수행자로서의 태도를 반영하며, 정적인 자세와 고요히 침묵하는 듯한 표정은 언어화될 수 없는 진리와 영원한 평화를 가시화한다. 최종태의 작품은 영원히 시들지 않으며 스스로 존재하는 생명 의식을 발현하기에 부동적이지만 결코 정지되어있다고 말할 수 없으며, 오히려 무한성의 찰나로 구성된 ‘영원한 현재’를 시각화하기 때문에 형태미를 넘어선 정신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리와 영원성, 그리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최고의 경지의 예술에 도달하기 위해 지치지 않는 여정을 지속해온 그는 최근에서야 비로소 예술과 삶에 정답이 없음을 알게 되어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유일한 지혜는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처럼, 결국 삶과 예술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의 절대적 표현도 있을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의문으로 가득 찬 어두운 밤을 지나 새벽의 빛을 맞이한 최종태는 찬란한 자유를 자신의 작품에 투영하는데, 이는 2022년에 재제작되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새와 소녀>(1960)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최종태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1960년대에 새와 소녀라는 모티프를 통해 순수함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작품을 제작했다. 납작 눌린 듯한 얼굴에 눈, 코, 입이 최소한의 실루엣으로 조각된 소녀의 모습은 추후 최종태의 인물 조각상을 대표하게 된 ‘도끼형’ 얼굴을 상기시키며 그의 조각의 형태적 발전의 시초를 보여준다. 극도로 단순화되고 평면적인 형태의 작품은 영혼의 발현을 목적으로 하는 고대 조각을 떠올리며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생명력과 순수성을 표현한다. 소녀의 손 위에 살포시 앉아 있는 새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염원을 상징하는 동시에 모든 이의 가슴 속에 평화와 사랑이 살아있음을 상기시킨다. 60년의 세월이 흘러 새롭게 탄생한 작품은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비문화와 물질만능주의 등으로 정신성이 결여되기 쉬운 현대인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어둡고 긴 고뇌와 성찰의 밤을 지나 마침내 새벽의 빛을 맞이한 최종태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모든 속박을 벗어난 그의 예술에는 시대의 구분도, 유(有)와 무(無)의 경계도 없으며, 모든 것이 완전한 상태로 영원의 시간 속에 존재한다. 긴 밤을 지새울 때조차 “별들로부터 한량없는 은혜를 입었다”는 그는 고난과 혼란 속에서도 견성(見性)하고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추구했기에 찬란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그의 구도자와도 같은 태도는 삶과 예술이 분리될 수 없음을 증명하며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긴 세월 동안 그토록 도달하고자 했던 이상향을 담아내는 그의 작품을 통해, 영원히 소멸하지 않는 평화와 자유의 시간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1932년 대전광역시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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