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김정옥
미끄러운 문장들 185×116cm, 장지위에 먹, 2022
김정옥
미끄러운 문장들 212×160cm, 장지위에 먹, 2022
한남동 필 갤러리_Fill Gallery에서 올해의 신진작가 공모전_Fill Gallery New Artists 展을 개최한다. 2016년 유엔빌리지에 자리 잡은 필 갤러리는, 개관 이래 공모를 통해 꾸준히 신진작가전을 개최하며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했다.
미술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미술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는 것에 일조하고 있는 필 갤러리의 2022년 공모에 당선된 작가는 황현호, 박종화, 김지은, 김정옥 작가이다.
지난 12월 황현호, 박종화 작가의 전시에 이어 진행되는 김지은 작가의 <일상의 몸짓들>展는 2023년 1월 6일부터 1월 19일까지, 김정옥 작가의 <미끄러운 문장들>展는 2023년 1월 27일부터 2월 9일까지 개최된다.
김정옥 작가의 <미끄러운 문장들>展은 또 다른 현대인의 단상을 은유한다.
표현주의적으로 그려진 김정옥 작가의 물고기들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공회전하는 현대인처럼, 비좁은 수족관 속에 갇혀있다. 자신들이 어디인지, 자신들의 시간이 어디를 향해 흐르는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물고기들은 인간관계 속의 대화와 같이 작은 수조 속에서 서로 휩쓸리고 부딪히고 미끄러진다.
다소 시적으로만 읽히는 김정옥 작가의 작업을 구조적으로 해체해보면 켜켜이 쌓여 올려진 그림의 층 들을 읽어볼 수 있다. 화면의 가장 깊은 층의 배경 질감과 풍부한 톤 위에 형상을 구현하는 자유로운 선들과 수조와 외부를 구별하는 새까맣게 채색된 검은 면과 움직임을 보여주는 하얀 선들. 이 모든 회화적 요소들은 그려지고 지워지고 섞이고 비워지는 방식으로 작가의 행위의 단서를 남기며, 새삼 회화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필 갤러리가 개최하는 이번 공모전의 후반부 전시는 현대사회의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변화에 적응하되 자신을 잃지 않는 주체성을 갖는 방법은 무엇인지, 또 급변하는 우리 사회에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와의 적절한 균형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두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월~토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엔 휴관이다.
작업노트
미끄러운 문장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안에 익숙해진 듯 하다. 실체는 여전하지만 익숙함 속에서 희석된다.
불안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다. 공기처럼 떠다니다가 가까이 왔다고 느낄 때 환경의 경계가 짙어짐을 체감할 뿐이다. 비로소 탈출구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불안이 비단 코로나뿐만은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문득 어제와 다른 현재를 마주하곤 한다. 변화의 실체는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지만 어느새 현실이 되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변화를 실감할 때 실체는 다시 멀리 달아나버린다. 마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물고기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끊임없이 스치며 살아간다. 시간, 진실, 마음 등, 삶에서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사실 만질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무형의 실체를 더욱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솔직한 마음이 오해를 사곤한다. 서로의 비늘에 미끄러지는 물고기처럼 마음 역시 진심을 전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서로의 몸에 수없이 미끄러지며 자신의 자리를 잡는 물고기처럼 우리의 관계 역시 수많은 스침 속에서 서로 알아간다. 진심은 미끄러운 말 속에서 겨우 자리를 잡는다.
수족관 속 물고기를 소재로 작업한 지 수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수족관 속에서 우글대는 물고기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는 삶의 축소판 같았다. 수족관 속 물고기처럼 우리의 삶 역시 제한된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일상을 반복한다. 그러나 작업을 진행하면서 삶에서 느끼는 일종의 막연함이 물고기의 미끄러운 촉감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작업에서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지만 우리 삶에 떠다니는 진실을 보고자 하는 욕망이며 동시에 그럴 수 없다는 막연한 아쉬움을 의미한다. 수족관은 공기로 치환된 삶의 환경과 유한함을 의미한다. 투명한 수족관 속 물고기처럼 인간 역시 유한함을 전제로 제한된 환경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간다. 수족관에서 출구란 존재의 부재를 뜻한다. 횟집 사장의 뜰채 외에는 출구가 없는 수족관에서 존재의 부재는 새로운 생명을 등장시킨다. 삶과 죽음이 끊임없는 반복되는 이 공간은 우리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삶에서 소중한 것은 단번에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수족관 속 물고기가 서로의 몸에 끊임없이 미끄러지며 나아가듯, 진실은 수많은 생각들의 미끄러지짐 속에서 조금씩 그 실체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온기를 느끼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곤 한다. 우리는 늘 현재를 마주한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지만 현재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있다. 알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어질 우리의 미끄러운 문장들. 이는 불안하고 막연한 사회 속에서 서로 온기를 느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애틋한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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