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김관호
강변의 여인 1950년대 후반_캔버스에 유채_50×72.5cm
길진섭
산하 1955_캔버스에 유채_45×66cm
문학수
대동문 앞 풍경 1955_캔버스에 유채_48×71cm
최재덕
집단공장 1950_캔버스에 유채_32×39cm
정종여
평화의 준봉 1970-80년대_캔버스에 유채_95×198cm
김주경
공사판 풍경 1959_캔버스에 유채_98×135cm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2023년을 여는 첫 전시로 북한유화 소장품전 《히든 트랙》을 1월 5일부터 2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OCI 창업주이자 ‘마지막 개성상인’ 송암 이회림(1917-2007) 선생이 수집한 북한유화를 중심으로 OCI미술관의 근현대 소장품을 더해 총 6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북한의 미술은 그동안 사회주의 이념의 산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전시는 북한유화를 한국미술사의 ‘한 갈래’이자 ‘히든 트랙’으로서 선입견 없이 감상하고 관찰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는 월북화가의 존재를 상기시키고 북한유화의 예술성을 발견하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히든 트랙》은 자연, 도시, 인물, 정물 등 다양한 주제의 1950-80년대 북한유화로 구성된다. 또한 선보이는 북한유화들 사이로 한국의 근현대 작품 9점을 함께 전시하여 한국-북한 미술의 ‘닮음과 다름’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층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은 자연풍경화와 정물화다. 풍부한 색채를 구사한 김관호의 <강변의 여인>과 길진섭의 <만추향경>, 화려한 색감과 붓질을 보여주는 한상익의 금강산 풍경화, 그리고 일상의 소품을 정교하게 담은 김경준의 정물화가 소개된다. 서정성이 짙게 묻어나는 이 그림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친숙한 조형언어와 미감을 전달한다. 한국 근대기 화단을 빛낸 주경, 최영림, 이도영의 작품도 함께 감상해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은 삶의 모습이 담긴 인물화와 도시풍경화로 구성된다. 화가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밝고 건강한 생활정서를 그림에 담아내고자 한다. 김만형의 <남포제련소 노동자>와 최재덕의 <집단공장>은 노동자와 그들의 일터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한국 근현대 작품 임직순 <화실>은 북한의 인물 초상화들과 어울려 인물의 삶과 작가의 화풍을 간직한 인물화 중 하나로서 함께 감상해보고자 한다.
마지막 3층 전시실은 북한유화와 한국 현대 미술을 비교∙감상하도록 구성된다. 우리에게 북한유화는 낯설고 생경하며 이색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역설적이게도 ‘낯선’, ‘이색적인’, ‘생경한’과 같은 수식어 모두 현대미술이 환영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동시대 작가 김장섭, 강호연, 전혜림, 정해민의 작품과 함께 살펴보며 북한유화를 이색적인 예술 장르로서 순수하게 감상해본다.
전시 서문
외부를 향한 열린 사고를 다시금 가다듬으며, 《히든 트랙》전은 북한유화를 감상할 새로운 관점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는 OCI미술관의 근현대 소장품과 송암 이회림(1917-2007) 선생이 수집한 북한의 유화작품 40여점이 한데 모인다. 선보이게 되는 북한유화는 길진섭, 김관호, 김주경, 최재덕 등 근대기 한국 서양화단의 한 축을 담당했던 화가들의 1950-80년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같은 역사를 공유했던 화가들의 존재를 잊지 않게 할 고마운 매개이자, 북한미술의 경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단서로서 나름의 역사적 의미가 깃든 유화들이다.
한국과 북한의 미술사를 풍부하게 할 이 그림들의 자료적 가치를 직감하면서도, ‘단절’이라는 현실은 이들을 감상해볼 기회조차 쉽게 내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북한유화의 작품성과 다채로운 해석의 가능성마저 한정 지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대중음악 분야에는 ‘히든 트랙’이라 불리는 특별한 곡이 있다. 이는 앨범 구성에서 공개되지 않는 숨겨진 곡으로, 아티스트의 예술적 실험과 취향을 자유분방하게 담았기에 공식적인 작품과 사뭇 다른 묘미를 지닌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이색적인 작품세계를 간직해온 북한유화를 바로 이 ‘히든 트랙’에 빗대어 재조명하고자 한다.
북한의 미술작품이 색다른 이유는 국가와 미술이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한’에 대한 이해가 ‘북한유화’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와 다른 창작환경에서 제작된 이 그림들을 비교적 정교하게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북한유화’라는 미술작품 그 자체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그 시선 끝에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북한유화의 조형언어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자연과 도시, 인물과 정물 등 다양한 소재를 아우르는 유화 작품들로 구성된다. 풍부한 이미지들 가운데, 우리네 자연을 닮고자 했던 그림들로써 감상을 시작해 본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건네준 마음의 여유는 우리와 다른 삶으로 가득한 장면들마저 신선하게 다가오도록 도와줄 것이다. 함께 전시되는 한국 근현대 미술작품들 또한 관점의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한 매개이다. 두 부류의 미술은 형식과 내용에서 공통되기도, 대비되기도 한다. 어울리면서도 이질적인 이들의 합은 입체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작품을 이해할 새로운 자극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북한유화를 여느 미술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을 때, 낯선 이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을 때, 북한유화의 독특한 구상과 표현들은 우리가 사고하는 미술의 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미술이 무한히 경계를 확장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시야가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김효정 | OCI미술관 학예연구원
1916년 평남 평양출생
1921년 출생
1953년 출생
1914년 거창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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