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윤
Fiber Cell-01 디지털 프린트에 펠트, 폴리에스테르, 양모_지름 , 60cmx52cm, 2010, 개인소장
최서윤
Fiber Cell-03 디지털 프린트에 펠트, 폴리에스테르, 노방, 양모, 102×102cm, 2010, 개인소장
최서윤
Fiber Cell-16 디지털 프린트에 펠트, 실크, 양모 , 2010, 개인소장
그녀에게 섬유는 우선 ‘세포’들의 집합이다. 섬유를 보다 미시적으로 환원하여 일종의 ‘모듈’로 보자는 입장이다. 공간 속에서 모듈을 발견한 것은 미니멀리즘의 성과다.
그녀는 섬유세포라는 매우 단순한 모듈 하나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공간의 해체와 건축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데카르트의 좌표축이 그러했듯, 그녀에겐 섬유세포라는 모듈이 새롭게 발견된 세계관인 것이다.
만유(萬有)하는 섬유세포
현대미술의 여러 실험들 속에 섬유라는 소재는 다소 소극적으로 다루어졌다. 재료로써 예술장르를 규정짓는 일은,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기에는 편리할지 모르나 그 규정성 때문에 해당작가들이 작업의 영역과 상상력에 제한을 받는 불리함도 수반된다. 때로는 특정 장르에 주어진 특정의 재료를 습관적이고 고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재료가 가진 다양한 잠재적 가능성을 놓쳐버리는 경향도 있다. 그 결과는 현대미술에서 요구되는 자유분방한 실험정신의 결핍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서윤은 섬유예술가다. 그러나 그녀에게 섬유는 탐험가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미지의 사물처럼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현미경으로 미시적인 세계를 관찰해보기도 하고 현대미술의 여러 실험들과 연관지어보거나, 대담하게 장르의 경계를 넘어 현대공학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개념의 소재개발에 연결시켜 보기도 한다. 그 호기심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어 보인다.
내피의 섬유, 외피의 섬유
입장에 따라 섬유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식물이나 동물의 몸을 이루는 부분을 확대했을 때 보이는 가늘고 긴 실처럼 보이는 신축성을 가진 물질', '생물의 세포나 세포에 포함된 물질인 원형질이 변화하여 일정한 모양과 일정한 방향으로 길게 늘어진 것'이라는 섬유의 정의는 최서윤의 작업과 사유의 프로세스에 상당히 유효해 보인다. 그녀에게 섬유는 우선 '세포'들의 집합이다. 섬유를 보다 미시적으로 환원하여 일종의 '모듈'로 보자는 입장이다. 공간 속에서 모듈을 발견한 것은 미니멀리즘의 성과다. 미니멀 아트는 모든 공간구조를 질서를 가진 몇 개의 단순한 공간단위로 파악하여 이들의 반복을 통해 작업의 외연을 효율적으로 무한히 넓혀나간다. 최서윤도 똑같은 방법론을 취하고 있다. 대개 섬유라고 하면 우선 '선(線)'이라고 하는 공간적 차원에서 출발하기가 쉽다. 그러나 최서윤의 경우 선 이전에 점을 연상시키는 세포라는 모듈에서 섬유라는 실체의 형태소(形態素)를 설정시키려 한다. 그 모듈이 어떤 질서를 갖고 얼마만큼 증식하느냐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평면 혹은 입체가 되기도 하며 이 질서가 변형될 때 수축, 이완하기도 한다. 선을 은유하는 섬유라는 표현 대신에 굳이 자신의 작업세계를 점에 가까운 '섬유세포'라고 명명한 사정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모듈이 단순하면 할수록 모듈의 집합을 통해 구축 가능한 공간과 형태의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지며 그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몇 개의 단순한 좌표축으로 이 세상의 모든 존재와 공간의 대수적(代數的)인 관계를 설정하여 만유(萬有)하는 사물들의 관계를 해체, 재구축이 가능하도록 하였듯이, 그녀는 섬유세포라는 매우 단순한 모듈 하나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공간의 해체와 건축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데카르트의 좌표축이 그러했듯, 그녀에겐 섬유세포라는 모듈이 새롭게 발견된 세계관인 것이다. 흔히 섬유는 직물이 되어 그 결과물로 옷이 되기가 쉽다. 옷은 신체의 외부를 감싸는 구조물 혹은 외부적인 현상이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의 신체, 혹은 우리의 내부적인 양상들을 섬유세포들의 집합이자 활동이라고 규정한다면 신체와 옷은 동일한 모듈로 구성된 등가적인 집합의 상태, 더 나아가 동일 좌표선상에서 상호작용(interaction)이 예견되는 주체들로 변모될 것이다.
예술과 공학이 학제적(interdisciplinary) 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인 TTT(Things That Think / MIT Media Lab) 프로젝트에서는 모든 사물은 스스로 사유가 가능하며 따라서 궁극적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런데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위해선 사물들이 동일한 공간의 차원에서 동일한 집합의 기준으로 재배치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옷은 섬유라는 유용한 재료가 알몸상태의 신체적 불편함을 해결해주고 신체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왔다. 그러면서도 옷이 감싸고 있는 신체 그 역시도 일종의 섬유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라는 사실은 망각해왔다. 옷이라는 사물(Things)이 신체라는 인간의 주체와 상호작용을 하려면 둘 사이에 집합적으로 공유가 되는 최소한의 단서가 있어야 한다. 그 단서를 최서윤은 섬유세포에서 찾고 있다. 그녀의 이번 전시에 등장한 모빌 작업은 기존 섬유예술의 작업유형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작업의 예다. 이 작업은 두 개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가 있다. 우선 옷을 지능을 동반한 신체의 강화된 외피(外皮)로 진화시키려는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 프로젝트에서 그러하듯 직물을 일종의 회로기판(回路基板)으로 보려는 해석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이 모빌작업을 통해 신체의 내피(內皮)는 섬유조직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다는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또 신체의 내피와 외피에서 더 나아가 이 세상의 모든 구조물은 섬유라는 구체적인 질료로, 혹은 섬유가 갖고 있는 어떤 추상적인 성격과 질서에 의해 구축되어 있다는 상상도 신뢰하려 한다. 사실 우리의 신체는 신경섬유와 근육섬유들로 구성되어 있는 일종의 구동장치(Actuator)다. 섬유조직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며 그 정보가 동작으로 구현된다. 신체가 굴신운동을 할 수 있는 건 모터처럼 원운동이 아닌 근육섬유의 수축과 이완에 따른 직선운동능력 때문이다. 이를 작품으로 은유하기 위해 카메라를 포함한 모션 캡츄링(Motion Capturing) 장치와 원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변환시킨 서보 모터(Servo Motor) 장치를 연결시켜 놓았다. 관람자가 작품 앞에 서면 신경이 온전한 생명체가 그러하듯 특정부위의 세포가 수축 이완의 반응을 보인다. 사물을 인식하고(Sensing), 제어/계측을 하여 이를 구동하는 알고리즘은 사람이나 기계나 동일하다. 옷이 신체를 강화하는 지능적인 기계 혹은 공간적 환경으로 진화하려는 시대적인 한 흐름 속에서 그녀는 '섬유세포'라는 모듈의 발견을 통해 옷과 신체는 원래 동일한 작동원리를 갖고 있으며 이런 기반 위에서 비로소 인터액션의 출발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여기에는 인터액션 기법을 화려하게 구사하는 최근의 미디어 아트에서 보여주는 복잡한 하이 테크놀로지와는 달리 섬유라는 유기체의 본질을 강조하게 위해 생명의 역사와 함께 존재한 세포라는 환원적인 개념과 '로우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선운동의 단순명쾌한 동작구현이 동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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