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 개인전 《Accumulating Nature》
2023.03.24 ▶ 2023.04.16
2023.03.24 ▶ 2023.04.16
전시 포스터
박석원
적의 2356 2022-2023, Black stone and stainless steel, 52 x 40 x 193 (h)
박석원
적의 1637 2016, Wood, 40 x 40 x 219.5 (h) cm, 15.7 x 15.7 x 86.4 in
박석원
적의 1628-C 2016, Steel, 30 x 30 x 30 (h) cm, 11.8 x 11.8 x 11.8 in
박석원
적의 2369 2023, Fossil and stainless steel, 24 x 27 x 121 (h) cm, 9.4 x
박석원
적의 2159 2021, Korean paper on canvas, 182 x 182 cm, 71.7 x 71.7 in
박석원
적의 2258 2022, Korean paper on canvas, 130.5 x 162 cm, 51.4 x 63.8 in
박석원
적의 2275 2022, Korean paper on canvas, 130.5 x 162 cm, 51.4 x 63.8 in
박석원
적의 1735 2017, Korean paper on canvas, 120 x 120 cm, 47.2 x 47.2 in
박석원
적의 2277 2022, Korean paper on canvas, 130.5 x 162 cm, 51.4 x 63.8 in
박석원
무제 2021, Ink on paper, 76.2 x 57.1 cm, 30 x 22.5 in
가나아트는 자연에 내재된 물성을 탐구하는 한국 현대 추상조각의 거장 박석원(Park Sukwon, b. 1942)의 개인전 《Accumulating Nature》를 개최한다. 그는 60여 년간의 작가 생활을 통해 ‘분절’과 ‘결합’이라는 독자적인 작업 방식을 구축하고 조각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국 현대조각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1960년 홍익대학교 조소과에 입학한 박석원은 1968년 국전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하였고, 국전사상 조각분야 최연소 추천작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문신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기관은 물론 파리시립미술관, 후쿠오카시 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적으로도 그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8년 이후 가나아트에서 15년 만에 개최하는 박석원의 개인전으로, 그가 평생에 걸쳐 천착해 온 조각뿐 아니라, 최근 정진하고 있는 한지를 이용한 평면 작업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그의 예술 세계를 폭넓게 조명하고자 한다.
박석원은 작품의 재료를 가공하여 자연의 모습을 구현해내는 전통 조각의 관습에서 벗어나, 재료 그대로의 성질에 조형적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였다. "조각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미학이다. 자름과 쌓음의 끝없는 반복, 증식과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되묻는다"라는 그의 말처럼, 박석원의 작업은 절단과 축조의 끝없는 반복을 통해 자연이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공정, 즉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한다. 반복은 작가에게 있어 가장 원초적인 삶의 리듬으로, 지속적인 세계의 확장을 통해 번식현상을 낳고, 연속되는 생성의 과정에 물질과 작가의 개입이 더해져 또 다른 관계성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하여 관계성을 구축하였는데, 여러 크기의 스테인리스 링과 다른 재료를 쌓아 올려 결합하거나, 자연석, 나무와 같은 재료들을 잘라내고 재조립한 것이 그러한 예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듭할 때마다 인간의 행위성이나 의도성은 절제되어, 궁국적으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자연과 인간의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관계를 나타나게 된다. 또한, 박석원의 작품엔 자연 재료 본래의 질감과 인위적인 절단면이 공존하게 되는데,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의 변용, 혹은 남겨진 재료의 흔적마저 작품의 본질로 간주하는 것이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구분되는 그만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함축적으로 내포한 작품이 바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적의(積意)> 연작이다. <적의> 연작에는 재료 본연의 물성과 구성, 인간에 대한 박석원의 오랜 탐구의 결실이 담겨있다. 초기 작업인 <초토(焦土)>(1967)와 <비우(悲宇)>(1969)에서 그는 한국 전쟁의 상처, 전후 폐허에서 비롯된 허무를 철의 물성과 결부시키며 인간의 감정과 재료의 물성을 작업에 담고자 하였다. 이후 1980년대까지 <적(積)> 연작에서는 인간의 감정보다는, 물체를 절단하여 쌓아올린다는 의미의 '적', 물질을 절단해 쌓거나 해체하는 '분절'의 과정을 통해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하였다.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적의> 연작에서 그는 분절의 과정에 심의(心意), 즉 인간의 감정을 결합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적> 연작을 통해 자연 상태의 물성을 기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축적하였다면, <적의> 연작에서는 인간, 문화, 역사와 관련된 요소들을 끌어들여 구조를 개방하고 연성화 하려는 시도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재료의 사용과 혼합 방식에서도 이러한 확장이 나타나는데, 나무, 자연석, 철은 물론, 석고, 한지를 같이 사용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 그 예다.
박석원은 서구의 미니멀리즘 속에서 자신만의 해법을 모색하며, 한국 건축 문화의 축조술과 이음술에서 착안한 기하학적 절단과 통합을 통해 한국적인 재발견을 시도하였다. 작가는 그의 조각에 대해서 한국 탑신을 발상으로 하여 현대조형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였다고 의도를 밝힌 바가 있다. 이것은 한국의 석탑에서 돌의 물성은 물론 더 나아가 한국적인 색을 발견하고자 한 그의 노력을 보여준다. 최근에 그는 철이나 화강암을 절단하여 다시 붙이는 축적의 방식을 한지를 사용한 평면 작업으로 확장시키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한지를 잘라내어 캔버스 위에 붙이는 근래의 작업에서 작가는 화면 위에 한지를 여러 겹으로 중첩시켜 소재 특유의 질감을 도드라지게 하는가 하면, 기하학적 형상으로 이를 구성하여 순수 추상이 지닌 미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처럼 그는 다양한 재료들이 각각의 특성을 드러내면서도 한 공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결합을 꿈꾼다.
황폐한 전후 사회의 혼란을 담은 작업을 시작으로 덩어리를 쌓아 올리는 구조화와 축적이란 단계를 거쳐 마침내 그 안에 인간의 의식을 담아낸 박석원의 작품 세계가 총체적으로 시사하는 것은 '정신적 본질의 탐구'와 '자연의 몸짓'이다. “쌓고 쌓이는 내 작업의 ‘적의적’ 의미의 본질은 바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요, 윤회하는 삶과 진실의 은유적 세계 속에 존재한다” 고 말하는 그는 다양한 재료를 넘나들며 ‘분절’과 ‘결합’의 방법론으로 재료가 지닌 고유한 물성을 직접적으로 현시하고, 창작자로서의 권위에서 벗어나 자연 세계와의 조화와 합일을 추구한다. 이번 개인전이 조각계 거장이 60여 년간 걸어온 여정의 단편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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