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방 : 잃어버린 미를 찾아서 2 (In Search of Lost Beauty 2)
2023.04.14 ▶ 2023.05.14
2023.04.14 ▶ 2023.05.14
김원방
태고(Primal) 2018, mixed media, 100x50x20cm
김원방
태고(Primal) 2019, mixed media, 71x59x15cm
김원방
태고(Primal) 2021, mixed media, 70x65x17cm
김원방
태고(Primal) 2022, oil on canvas, 162x112cm
김원방
태고(Primal) 2023, oil on canvas, 162x130cm
김원방
태고(Primal) 2023, oil on canvas, 227x181cm
토탈미술관(TMCA, 관장 노준의)은 김원방(본명 김홍중)의 개인전 <잃어버린 미를 찾아서 2>를 4월 14일(금)부터 5월 14일(일)까지 서울 토탈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작가는 1989년 첫 개인전에서 유리로 제작된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독특한 조각을 전시하여 주목을 받았다. 날카로운 유리, 낙엽, 석탄, 커튼 등을 조합하여 마치 어두운 심리극 무대 같은 광경을 만들었고, 이는 당시 미술계에서 `불안하고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작가는 인간의 의식 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환상들을 탐구하는 초현실주의적 방법론에 관심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개인의 무의식을 탐구하였다. 또한 작품이 지니는 개인적 의미와 사회학적 의미에 대해서 '다원적이고 해체적인 읽기'를 제시하려 했는데, 이런 점에서 그는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 국내에 포스트모더니즘미술이 개화하던 시점에서 그 계열의 작가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는 첫 개인전 내용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잃어버린 미를 찾아서 2'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작품활동 초기부터, 예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최근 국제 미술계의 트렌드에서 보여지듯 '어떤 사회정치적 주제나 지식, 데이타'를 날것으로 보여주거나 비판적 의식을 깨우치는데 있지 않고, 이해불가능하거나 두려운 모든 사건을 '미적으로 승화'시켜 다시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되도록 표현하는데 있다는 생각을 피력해왔다. 현대미술은 소위 '미'를 폐기(abandon du beau)함으로써, 니이체가 말한 예술의 가장 고전적인 존재가치를 함께 폐기시켰다고 작가는 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모체 혹은 모성적 공간'(maternal body, maternal space)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무의식의 기원이 바로 '모체'라고 생각한다. 전시작들은 모두 `태고'(Primal)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태고는 인간의 정신의 가장 오래된 기원, 즉 모성적 공간을 의미한다. 회화작품에서는 동굴이나 자궁 같은 공간, 어둠과 빛의 대비, 모호한 윤곽선, 날카로운 형상, 인체의 일부, 부러진 기둥 등과 같이 모성적 공간과 연관된 이미지를 묘사한다. 그리고 이것을 초현실주의미술, 추상미술, 19세기 낭만주의 풍경화 등이 혼합된 방식으로 표현한다. 조각작품에서는, 어두운 상자 속에 글리터 가루를 입힌 갈대밭 같은 풍경을 연출하거나, 갈라진 틈새에서 배어나오는 액체 등을 묘사함으로써, 모성적 공간이 일으키는 불안감을 표현한다.
■ 토탈미술관
잃어버린 미를 찾아서 2
In Seach of Lost Beauty 2
이번 전시는 '잃어버린 미(美)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열린 나의 첫 개인전의 '속편' 같은 것이다. 그래서 '잃어버린 미를 찾아서 2'라는 제목을 달았다. 굳이 속편이라고 한 이유는, 작가활동을 중단하고 글쓰기를 해 온 긴 시간 동안 작업과 '예술의 이상'(理想, ideal)에 대한 과거의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원시 동굴의 어두움. 어슴프레한 빛. 그리고 날카롭게 융기한 나뭇잎들과 갈대들.
이 공간은 태초의 안락함이 보장되었던 어머니 몸 속의 따뜻한 자궁이거나,
또는 반대로 날카로운 또다른 무엇의 움직임일 수도 있다.
뿌연 윤곽의 몽롱한 이미지들.
허공 속에서 떠다니는 실루엣들.
잘려진 기둥. 혹은 부서진 남근(男根)의 멜랑콜리.
화려한 의복에 난 상흔
출처를 알 수 없는 잘려진 부분들…
이 이미지들은 무의식 내부에서 반복적 환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그것들은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얼어붙은 듯한 느낌으로 떠오른다. 그것들은 일상적 사물 속에 스며있다가 환각처럼 우연히 솟아오르기도 한다.
그것들은 무의미한 이미지들이 아니다. 숨겨진 충만한 의미를 내가 모를 뿐이다. '어머니의 몸', '자궁' 등은 구체적으로 만질 수 있는 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존재의 귀한 절반이 숨겨진 보물상자' 같은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영원히 분실된 상태로 내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느끼는 불안, 그리움, 멜랑콜리의 근원이다. 나는 그 세계를 초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그리고 추상의 느낌까지 스며있는 하나의 '불안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고양시켜 표현하려 한다.
이러한 과정을 나는 '미를 통한 승화(昇華, sublimation)'라고 부르고자 한다. '미'는 예술에서 없어도 되는 부수적 장식물이 아니다. 현대미술은 그것을 경시해왔지만 그것은 다시 생생하게 부활되어야 한다. 미는 삶과 세계를 기꺼이 긍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주는 연금술이다. 그래서 미는 선(善)한 것이다.
■ 김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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