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ㅎㅎㅎ'한 전시가 온다!"
'ㅋㅋㅋ'와 어딘가, 무언가 다른 5%의 불순물 이야기, OCI미술관 기획전 『ㅎㅎㅎ』. 배경지식도 집중력도 접어두고, 잡지 펴듯 푸근하게 즐긴다. 작가의 'ㅎ'한 자세와 어조, 관객의 'ㅎㅎㅎ'한 반응과 기억이 포인트. 생각지도 못한 맥락과 각도로 새삼스레 다가오는 작품에 '헐!', '피식~', '이, 이게 여기?' 감탄사가 그칠 날이 없다. 강홍구, 김나훔, 박용식, 이건용, 정유미, 정철규 여섯 작가가 다수의 신작을 포함한 평면/설치/영상/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인다.
"ㅎㅎㅎ?어떻게 읽죠?" / "편한 대로요ㅎ" 어딘가 다르다, 'ㅋ'와는! 조심스럽고,안심되고,쑥스럽고,어이없는 전천후 소통 완충재'ㅎ' OCI미술관 기획전 『ㅎㅎㅎ』.
전시장 한가운데 뜬금없는, 연못처럼 둥글고 잔잔한, 그리고 새까만 고운 모래판.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막대기를 주워 들고 흙장난하듯 슥슥 긋는다. 막대기 끝을 따라 흰모래가 피어나며 동그라미가 떠오른다. 별안간 '여기, 저기, 거기' 당연한 소리를 외치더니, '어디, 어디, 어디?' 둘레를 돌다 사라진다. 덩그러니 남은 흰 동그라미 하나. "끄...끝인가요?ㅎㅎ"
'인스타 구멍'에 얼굴 디밀고 행복 배틀에 인생을 불사른다. 처지면 진다. 생채기로 온몸이 얼룩져도 스마일. 생글생글 서로 감정 배설하며 덤덤하게 뻔뻔하게 너보다 행복하게. 처지면 진다. 오늘도 굳센 척 다짐한다. "포커페이스마-일ㅎㅎ"
"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웃을 수만은 없는 것들이 있다. 조심스러워서, 어이가 없어서, 괜히 머쓱해서, 대충 얼버무리다가, 나름 홀가분해서. 그래서 5% 불순하게 입꼬리를 쥐고 흔드는 'ㅎㅎㅎ'한 전시가 열려 사뭇 발길을 끈다.
흐흐흐? 히히히?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하다. 초성체 표현은 전상국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 「동행(1963)」에 처음 등장했다. 읽은 법은 '상상하는 대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회심의 안배인 셈이다. ㅎ은 참 다르다. 보는 ㅎ인가, 듣는 ㅎ인가에 따라 다르다. ㅎ과 ㅎㅎ, ㅎㅎㅎ의 어감이 다르다. 같은 개수여도 앞뒤 어디 붙느냐에 따라 다르다. 같은 위치여도 상황과 맥락과 상대의 캐릭터마다 다르다. ...됐고, 읽는 방법부터 중구난방 제각각이다. 무엇보다 'ㅋㅋㅋ'와 다른 건 확실하다. 누군가 그랬다. "친구에겐 ㅋㅋ, 썸남에겐 ㅎㅎ가 국룰!" ㅋ는 정말 빵 터졌거나 장난기로 가득한 반면 ㅎ은 생각하는 웃음에 가깝다. 웃음 끝자락의 불순물 5%가 느껴지는지? 이번 전시에서는 여섯 작가가 각자의 'ㅎ'을 온갖 맥락으로 선보인다.
흰 벽을 누비는 불그죽죽한 가스 배관을 종횡무진 눈으로 훑는다. 폴짝폴짝 슈퍼마리오가 발판을 딛는 광경이 겹친다. 칙칙한 어느 회벽은 공사장 냄새(?)가 아른댄다. 그래서인지 그저께 해치운 짜장 곱빼기가 또 당긴다. 그래서 강홍구는 그ㅎㅎㅎ냥 그려 넣었다. '진지한 그냥'만큼 선명한 논리, 딱 맞는 소금 간이 없다. 그냥 찍고, 그리고 싶을 때까지 노려보고, 그릴 만해서 그렸는데 무슨 양념을 더 칠까? 주인공 기대했건만, 주객전도 어느새 마리오와 짜장면 들러리를 서는 사진의 고충?
사랑스러워 괴롭힌다? 블링-불링(Bling-Bullying)이란 제목만으로도 박용식은 이미 ㅎㅎㅎ스럽다. 절묘한 말장난을 한 꺼풀 벗기면 뼈와 반전이 도드라진다. 오늘도 온종일 고군분투 귀엽고 사랑스럽느라 지친 강아지. 목의 단면까지는 미처 귀엽지 못해 붉은 피와 살점, 허연 뼈가 적나라하다. 섬뜩함에 다시금 살피는 평온한 얼굴. 그런데 천연덕스레 환청이 울린다. "ㅎ ...좋니?"
소꿉놀이에 몰입한 커플. 종이꽃으로 단장한 여자에게, 남자는 눈길 한 줌 주지 않는다. 김영만 아닌가 싶을 만큼 줄기차게 꽃만 접는다. 시체놀이는 열연을 넘어 송장 하나 치울 각에 불길할 지경이다. 무심한 병원놀이에 결국 여자는 눈물을 쏟는다. 정유미의 이 진지한 소꿉놀이는 이입할수록 웃음기가 사라지고 갈수록 내 이야기 같다. "ㅎ괜ㅎ찮ㅎ아ㅠㅠ" 커서 신물 나게 해 댈 애증의 소꿉놀이 왜들 그리 해댔나 싶다. 아 참, 이젠 '놀이'가 아니지.
별안간 운전대를 꺾는다. 웰컴 투 정철규 모텔. 앞유리를 긁으며 부대끼는 천막 자락을 헤치고 들어선 주차장. 비로소 제 발 저리듯 밀려오는 쓸데없는 안도감. 쪽창 너머 프런트 아주머니는 비몽사몽 오늘따라 어찌나 굼뜬지. 헛기침을 곁들이며 초조한 눈으로 로비를 두리번거린다. 키도 꽂기 전인데, 조마조마할 정도로 눈이 부신 205호는 안 봐도 딱 정남향이다. 도톰한 암막 커튼을 양손 가득 끄집으며 그제야 다시 안도한다. 나갈 땐 다른 커플과 눈길 말고 마음만 주고받는 게 불문율. "예쁜 사랑ㅎㅎ하세요"
『ㅎㅎㅎ』는 풍선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푸근하게 즐기는 전시이다. 배경지식도 집중력도 접어두자. 복잡한 설계와 치밀한 구성보다 직관에 집중했다. 잡지를 펼치듯, 마음에 드는 작품부터 시작하자. 설명과 이해 대신, 작업의 새 단면을 즉석 복권처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월 23일(목) 오후 5시, 오프닝 퍼포먼스로 이건용 작가가 2023년형 「건빵 먹기」, 「장소의 논리」를 관객들과 호응하며 실연했다.
인트로
"ㅋㅋㅋㅋㅋㅋㅋ" ...하고 웃을 수만은 없는 것들이 있다.
입꼬리에 묻은 5%의 불순물. 조심스럽다. 어이가 없다. 괜히 머쓱하다. 대충 얼버무린다. 나름 홀가분하다. 알쏭달쏭 미심쩍다. 그런 게 참~많다.
그래서 이렇게, 불순하게 웃는다. "ㅎㅎㅎ" ■ 김영기
1956년 전라남도 신안출생
1971년 출생
1942년 황해도 사리원출생
1982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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