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ets of Aspergers
2010.07.29 ▶ 2010.08.26
2010.07.29 ▶ 2010.08.26
최수앙
Islet of Asperger Type VII oil on resin, 122x122x79cm, 2008
최수앙
Islet of Asperger Type I oil on resin, 29x32x122cm, 2008
최수앙
Islet of Asperger Type IX oil on resin, 19x35x71, 2009
최수앙
Islets of Aspergers oil on resin, 가변설치, 2009
최수앙
Islet of Asperger Type VI oil on resin, 35x92x57cm, 2009
최수앙
Islet of Asperger Type X oil on resin, 27x62x15, 2009
최수앙
Islet of Asperger Type XVI-i,ii, iii, iv oil on resin, 17x38x13cm, 16x37x12cm, 14x37x11cm, 17x35x13cm, 2010
최수앙은 현대사회의 구성원들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듯하지만 결국은 고도화된 시스템 속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율배반적 모습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갖가지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이를 신체의 변형, 과장, 왜곡된 모습으로 표현해 왔다. 이번 ‘아스퍼거의 섬(Islets of Aspergers)’은 그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각각의 개인의 모습에 주목한다. 사회 구조에 기인한 문제점과 같은 거시적 관점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이제 그 안에 살고 있지만 고립되어 있는 개인들의 상실감과 소외에 집중한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속해 있지만 상실감과 소외에 빠져 있는 개인들은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홀로 떨어진 고독한 작은 섬과 같은 존재이다. 최수앙은 ‘아스퍼거의 섬’을 통해 무엇이 이 한 조각 섬들을 파편화시키고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드는가를 고민하며, 이 원인을 각자가 스스로를 가두고 가두어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소통의 부재로 진단한다.
‘식물인간(Vegetative State)’, ‘가려움증(Pruritus)’과 같은 그의 이전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병리학적 용어를 빌려온 ‘아스퍼거(Asperger’s Syndrome)’는 말하자면 자폐증의 일종이다. 그러나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증의 차이는 사회적 상호교류와 소통의 기본이 되는 언어 능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은 비언어적 상호작용 수단인 몸짓이나 표정 등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한 한두 가지에 지극히 제한된 관심에만 끊임없이 집착하여 이에 대한 지식만을 습득하여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상대방과 정서적, 감정적 공유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적 상호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결국 자신 안에 갇혀 스스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소외되는 이들의 모습을 최수앙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소통의 부재로 연결시킨다.
일련의 번호가 매겨진 그의 ‘아스퍼거의 섬(Islets of Aspergers)’ 작품들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징이 신체의 한 부분이 과장되고 왜곡된 인물로 나타난다. 이 인물상들은 바깥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혹은 무슨 일에도 무관심한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기도 한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냄새를 맡고, 계속해서 무엇인가 소문을 퍼트리며, 아주 약하고 부질없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크고 위압적인 몸짓을 취하기도 한다. 거칠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위장하지만 그 속에는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내면의 모습이 감춰져 있다. 최수앙은 기형적이고 왜곡된 인물의 모습이 바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소통을 단절시키는 현대인들의 내면에 감춰진 모습이라고 이야기하며, 각자가 누구도 알 수 없도록 깊이 숨겨둔 모습들을 한꺼번에 표출시킨다. 누구나 알고 있고 조금씩 가지고 있을 법한 감춰진 욕망들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사실적으로 드러나면서 언캐니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이 언캐니한 신체들은 실제보다 작은 크기 때문에 다가서면 마주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갈라진 나무껍질처럼 거칠고 투박한 피부와는 대조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된 신체의 일부분들은 다시 이를 외면하고 감추어버리고 싶게 한다.
최수앙은 우리가 깊이 숨겨놓은 부분들을 피하지 말고 직접 마주할 수밖에 없게 한다. 꽉 짜여진 사회 속에서 숨막히게 살아가며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소외되어만 가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도록 한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마주하고 인정함으로써만 단절된 섬들이 연결되고 소통의 가능성이 생긴다는 그의 진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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