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덕
play play 100701 (1) 가변설치, 2010
강현덕
play play 100701 (2) 가변설치, 2010
강현덕
The stream 100701 장지에 채색, 202x141cm, 2010
강현덕
The stream 100704 장지에 채색 , 202x141cm, 2010.
강현덕
unintented effect 100702 종이, 23x28cm, 2010
강현덕
unintented effect 100703 종이, 23x28cm, 2010
불과 몇 해 전부터 젊은 작가의 추상회화가 사라지고 있다. 온통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린 구상회화가 트렌드인 미술세계가 되어버렸다. 작가 강현덕은 요즘 보기 드물게 추상회화를 그린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와 대조되게 그녀의 방법은 매우 느리고 수공적이고 감성적이다.
강현덕의 페인팅은 '지우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독일로 떠난 유학과도 연결될 수 있는데 유학생활을 하면 누구나 겪듯이 그는 향수병에 시달리게 되고 문화적으로 부딪히는 충격들과 문제들을 자연적인 곳에서 소통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작가는 자연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나아가 그 이미지들을 지워나가기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의 '지우기, 그리기' 라는 개념을 밑바탕에 내재하고 있으면서 더 발전되어지고 확장된 시간의 흐름, 축적을 말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밑바탕은 고화(古畵) 또는 민화(民畵) 그리고 작가의 기억속의 형상들을 그리고 그 위에 붓 칠을 여러 번 겹치고 또 지워지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처럼 수고스러운 붓질과 물감의 활용은, 밑바탕의 색을 지우더라도 그 색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게 한다. 특히 계속해서 색들이 중첩되면서, 어떤 부분은 맑거나 가볍게 되고 어떤 부분은 흐리거나 무겁게 보이게 된다. 색을 얼마나 중복했느냐 혹은 색 면을 어떻게 배열했느냐에 따라 같은 화면 안에서 다채로운 양상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위에 현대적인 드로잉을 통해 의도되어진 과거와 현재라는 내용을 표출한다. 따라서 그의 페인팅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다수의 물리적 층을 가진 회화이다. 게다가 그 물감 층 사이에는 작가의 행위와 시간이 축적되어 녹아있다.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의 의도와 기법이 서로 시간의 축적, 흐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보여 지는 드로잉적 노트 작업은 한 장 한 장 일기를 쓰듯 대상을 오려내고 겹치면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감성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모색의 과정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녀는 노트의 낱장들이 서로 포개지면서 발생하는 수직적 색과 면 그리고 선들의 즐거움을 탐구하고 즐긴다. 노트 작업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드로잉에 있는 선들과 면들은 어느 곳 도 중복되지 않고 겹쳐있지 않다. 노트의 선들을 씨실과 날실을 엮어내어 마치 인생에서 여러 사건들이 모여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의 정체성이 생기듯이 새로운 모양과 선들은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즉 의도하는 바와 의도되지 않은 것의 조화이고, 보여 지는 것과 보여 지지 않은 것의 형상이기도 하다.
페인팅에서 중복되고 지워지고 다시 그려지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드로잉에서도 일상의 반복적인 삶을 씨실과 날실처럼 선과 면이 겹쳐지면서 과거의 일상을 지우고 덮고 오려지면서 시간의 흐름이라는 내면적 이론의 조합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그의 색과 면의 유희는 평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종전의 개인전에서 보여줬던 집, 갑옷과 금고 등의 설치 작품에 이어서 이번에는 사탕이라는 파라핀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역설적 표현이라는 내용은 동일하게 가고 있으나 형태적인 대상이 달라졌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눈앞에 사탕이 있으나 우리가 맛보아온 달콤한 사탕이 아니다. 작가 강현덕은 의도되어지지 않은 전혀 다른 상황을 유도하는 것이다. 보는 관객은 자기를 맞이하는 사탕이라는 작품과 자신 속 사탕에 대한 기억을 교차하면서 관객은 왜 이 작품이 여기에 있을까? 라는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 하나하나의 작품을 대면하게 될 것이다. 즉 서로 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소통하기 시작한다. 작품과 관객, 그리고 관객과 작가 이같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경우의 수만큼 나오는 방대한 이야깃거리들이 넘쳐난다. 이것이 개인의 사적 경험과 연결되기도 하면서 작가 강현덕이 제안하는 작품들은 역설적이고 즐거움을 주며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처럼 근작에 나타난 3개의 복합적 작품은 작가의 섬세한 감각을 바탕으로 표출되어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구조로 미래의 공간에서 자아를 찾아 나서는 작가의 의도이지 않을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내가 있는 이곳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이며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지 작가는 반문한다. 그가 해오고 있는 작업은 아주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그 대상이 가지는 시간에 따른 무수한 관계의 시간적 축적인 셈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요즘 세상에 묵묵히 시간을 마주하며 존재해온 의미들 그리고 그 사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관계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니 시공간이 고이고이 쌓여 신비스럽게 작품 안에 녹아 흐르고 있다.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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