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희: 거기 계셨군요 You were there
2023.08.11 ▶ 2023.11.19
2023.08.11 ▶ 2023.11.19
전시 포스터
노원희
공원을 떠나는 시간 2016,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91×117cm
노원희
한길 1980, 캔버스에 유채, 130.3×162.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노원희
얇은 땅 위에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162×130.5cm
노원희
사복으로 갈아입히고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천 콜라주, 162×130cm
노원희
큰 회사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천 콜라주, 80×100cm
노원희
아침운동 2023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162cm
노원희
오래된 살림살이 2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80.5cm
노원희
무기를 들고 2018, 캔버스에 유채, 162×130.5cm
노원희
37회: 불지옥 산속을 기듯이 헤치고 2007, 캔버스에 아크릴릭, 크레파스, 30×45cm
아르코미술관 기획초대전은 중진·원로 작가의 신작 및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그간 펼쳐온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로 2023년도에는 노원희(b. 1948)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노원희는 1977년 개인전을 계기로 본격적인 미술 활동을 시작했고, 1980년 소집단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현실과 발언》 창립전은 1980년 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정치적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난다고 여겨졌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로 인해 무산되었다. 개관 50주년을 앞둔 아르코미술관은 작가 노원희를 기획초대전에 초청하여 이러한 역사를 오늘의 관점에서 되짚어 보고, 오랜 시간 작업 활동을 해오며 개인과 사회를 바라본 작가의 관점을 세심히 따라가 보고자 한다.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는 노원희의 1980년대 회화부터 신작 회화,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작업, 신문 연재소설 삽화, 아카이브 등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130여점의 작품과 자료를 선보인다. 노원희는 민중미술, 부산형상미술, 비판적 현실주의라는 열쇠 말로 언급된다. 그러나 노원희의 그림과 예술 실천의 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미술사에 기술된 다양한 사조와 언어에 포착되지 않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말 없는 그림으로 발언하기,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마음, 현실과 역사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붓질로 감각하고 감지했던 시대의 심리적 형상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미술가이자 생활인으로서 목격하고 체험했던 개인적, 사회적 차원의 인간사를 회화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기록하려는 작가의 예술적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노원희의 그림은 개인과 집단이 경험한 사회의 정황과 심리를 증언한다. 그는 1980년대부터 정치적 억압과 민주화 투쟁 양상이 첨예해지는 시대적 분위기를 긴급하게 담아냈다. 사회 변혁 운동의 전선이 사라진 후 정치사회적 혼란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화된 폭력의 그림자는 일견 담담해 보이는 일상에 드리웠고, 불평등, 모순, 소외의 형태가 사적 차원에서 더욱 정교하게 체감되는 시대로 이행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원희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 조건에 대한 성찰을 지향하였다. 그의 예술적 실천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회화의 언어로 전달하며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판적 현실주의자로서 노원희가 상투적 현실에서 떼어낸 현실의 진실된 모양새를 탐구하는 방식이자 역사 인식하에 현실을 담담하게 기록하려는 그의 의지와도 관련이 있다. 그의 그림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에서 미시정치로 인해 발생하는 교묘한 억압과 폭력의 구조가 모호하게 감지되기만 할 때, 현실을 직면하는 밝은 눈이 되어주고 현실 너머의 현실을 모색하는 창이 되어준다.
전시는 사회 문제를 향한 발언과 의지의 표현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제1전시실에서는 1980년대부터 노동자와 권력의 형상을 다뤘던 연장선상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비롯된 산업재해와 피해자 개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산업재해의 피해자들은 우리 시대에 생존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 받는 청년, 노동자, 투쟁하는 사람들의 서사로 연결된다. 제2전시실에서는 작가가 여성으로서 겪은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과 일상, 사적 공간에 침투하는 폭력과 억압 그리고 인류 보편 서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보여준다. 개인의 삶과 가정, 부엌과 같은 사적 공간에 드리운 사회적 억압과 배제는 사적 공간이 사회적 공간이고 정치 투쟁의 장소일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한다.
작가에게 궁극의 지향점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근원적 정황을 형상화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감춰진 노동과 몸의 형상화를 통해 사회적 타자와 존재들이 펼쳐내는 연대의 이미지를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전시의 제목 “거기 계셨군요”1)는 사회 바깥에 남겨진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다. 이 부름의 말은 그 사람의 자리를 확인하고 이후의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일종의 호명이다. 대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호명은 이후 전개될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고통의 삶에 마음을 보태고 그 자리에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사회의 변화는 시작되며, 이는 노원희가 지향하는 ‘그림과 말’의 힘일 것이다.
1948년 대구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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