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나라에서 : In the Land of Waters
2023.09.01 ▶ 2023.09.24
2023.09.01 ▶ 2023.09.24
전시 포스터
김민지
작은 집 2023, 한지에 먹, 가변크기
성필하
무제 2023, 캔버스에 아크릴, 162.2x130.3cm
신민
500나한 2023, 유토, 가변크기
오세경
삼도천 2023, 장지에 아크릴, 145×112cm
이한나
소양강 2023, 한지에 먹, 280x210cm
«물의 나라에서 In the Land of Waters»는 1973년 소양감댐이 준공되고 50년이 흐른 지금의 춘천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업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전시는 예술소통공간 곳 입주작가들이 소양강 수몰지역 중 하나인 동면 품걸리를 답사하며 시작되었다. 춘천 소양강댐의 건설은 호반의 도시를 표상하는 관광도시로의 성장 등 경제적인 번영을 가져왔으나, 그 배후에는 물에 잠긴 마을들과 고향을 잃은 이들의 그늘이 공존한다.
품걸리 답사 이후 6개월간 작가들(성필하, 김민지, 신민, 오세경, 이한나)은 고요히 흐르는 강물 속에 숨겨진 기억들과 혼재된 현재의 풍경들을 마주하고 탐색하였다.
“이 도시가 숨기고 있는 수많은 미로와 물세수한 듯 단정하고 어여쁜 자태 뒤에 숨긴 불온한 열정과 나른함과 권태 욕망 들을, 야행성의 동물처럼 밤이면 가만가만 숨쉬며 몸 일으키는 이 도시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배회하는 정령」, 오정희)
1978년 이주한 소설가의 고백처럼, 다섯명의 작가들은 소양강과 춘천을 배회하며 체감한 영감들을 토대로 낭만적인 이 호반의 도시에 드리워진 베일을 하나씩 벗겨내는 작업을 시도해 보고자 하였다.
“물의 나라”는 ‘봄’과 ‘물’을 그 이름에 품고 있는 춘천(春川)이라는 도시를 의미하기도 하며, 50년 전 소양강 댐 건설 이후 수몰되어 버린 마을을 은유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이의 마지막 정착지일 수도 있다. 때론 서울의 경쟁 속에 지친 사람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 치유의 땅이며, 누군가에겐 가려진 안개처럼 그 깊은 속을 헤아릴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다섯 개의 공간들은 말 그대로 베일에 싸여 있다. 보일 듯 말 듯 가려진 장막을 들추고 그의 수면 아래로 들어가 각자가 추구하고 탐색의 과정에 있는 대상들을 마주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고요히 물처럼 흐르는 적막 속에 감추어진 소용돌이와 잊혀진 시간 속에서 건져 올린 기억들이 불현듯 엄습해온다면, 당신은 비로소 이 나라에 도달한 것이 맞다.
자, 이제 물의 나라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성필하는 주로 도시의 외곽을 점유하고 있는 산과 강, 도심 안에 자리한 하천 등에서 야생의 정서와 닮아있는 풍경들을 화면으로 불러온다. 사람이 개입되지 않은 곳에서 오랜 시간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묵묵히 자연의 순환과 시간을 받아들인 야생의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양강 수몰지역을 답사한 후 채집한 풍경들에 대한 작업을 신작으로 구성하였다. 허물어진 풍경과 물 위에 반영된 대상의 이미지에 대한 탐색을 통해, 수몰된 풍경이 품고 있는 존재들에 대한 시각적인 구현 방식을 모색하였다.
김민지는 오랜 타지 생활과 반복되는 이동이 일상화되는 삶 속에서 정착에 대한 동경을 나무에 투영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물방울로 형상화한 일련의 먹 작업들을 지속해 오고 있다. 작가는 품걸리 답사를 토대로 소양강 수몰민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였던 것에 주목하고, 본인의 작업과의 연결지점을 찾는다. <작은 집>은 24점의 작은 작업들로 이루어진 대작으로, 이동하는 삶의 경로 속에서 포착한 단상들로 이루어진 집이다. 마치 벽돌처럼 쌓아가듯 조립하여 이루어진 화면에는 능선이 모여 지붕을 이루는 산이 있으며, 정서적인 안정을 의미하는 창과 문들이 존재한다. 그 안에 어디에나 맺혀있는 물방울은 작가 본인을 투과하는 알레고리라고 할 수 있다.
신민의 작업은 흙으로 원형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계속 덧붙여서 틀을 뜨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마치 묵주나 염주를 손에 쥐고 반복해서 소원을 비는 기도의 행위와 비슷하다. 겹겹이 붙이는 종이 사이사이에 소원을 빌고 글을 적는다. 이처럼 작가에게 조각이란 소외된 약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500나한>은 소양강 수몰지역에서 돌아갈 고향이 없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구상하게 된 작업이다. 작가는 민중의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아라한을 떠올리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젖은 진흙으로 빚은 500명의 물 속의 나한들을 탄생시켰다.
오세경은 연출된 재현을 통해 이해 불가한 사회를 비유나 은유를 통해 바라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이 과학처럼 사실을 명쾌하게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답을 내릴 수 없는 정치, 사회, 개인 등의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미지로 담아내는 데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작가는 서울에서의 생활을 떠나 춘천에서 작업을 시작한 후 파괴하거나 해체하는 연출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한강의 지류의 시작점이 소양강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강물의 흐름을 공간의 이동 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으로 파악한다. 이제 그는, 과거의 경험들을 초기화(Reset) 하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물의 나라, 춘천에서 새롭게 주어진 출발선 위에 서 있다.
이한나는 도덕경의 ‘물’과 소양강의 ‘물’, 두 갈래의 물줄기를 이번 전시를 통해 담는다. 도덕경에서의 ‘낮은 곳에 처하며 다투지 않고 약함으로 강함을 이기는’ 물과 소양강을 읊은 시(詩)에서 온 물의 의미를 류재림과의 협업 설치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천정으로부터 드리워진 한지들이 마치 미로처럼 펼쳐진 공간 사이로 유영하듯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였다. 춘천을 상징하는 소양강은 세월이 흐르며 모습은 변했으나, 시간과 함께 더 깊은 이야기를 그 안에 품은 채 흐르고 있다. 선조들의 시(詩)를 작가만의 서예와 전각, 설치 작업으로 재해석함으로서 춘천이 품고 있는 소양강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관객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 아티스트 토크
- 2023. 9. 9. (토) 16:00 (김민지, 성필하)
- 2023. 9. 16. (토) 16:00 (신 민, 오세경)
- 2023. 9. 23. (토) 16:00 (이한나, 정현경 기획자)
1985년 출생
1985년 충청남도 부여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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